보름째 다리 아래 지키는 유기견
강원 춘천시의 한 다리 아래에서 유기견 한 마리가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 보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어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7일 오전 춘천 퇴계동 효자교 아래 산책로를 지나는 주민들의 시선은 개 한 마리에게 향했다.
개는 힘을 잃고 축 처진 몸으로 사람을 경계하면서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염없는 기다림
주변에는 주민들이 챙겨준 사료와 간식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개는 관심 없다는 듯 입에 대지 않았다.
산책로를 청소하는 한 어르신은 보름 전에 개를 처음 봤다고 얘기했다.
개는 주민들이 다가가면 힐끗 쳐다보고는 2m가량 거리를 두고 계속 피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쓰다듬으려 해도 결코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강아지가 반가운 듯 꼬리치며 개에게 다가갔다.
개는 귀찮은 척하면서도 강아지가 핥는 것을 막진 않았다.
같이 놀자
견주는 "여기를 자주 산책하면서 강아지가 유기견과 함께 놀고 싶어 한다"며 "사람이 다가가면 피하지만, 강아지는 그러지 않는 걸 보니 많이 외로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푸들과 함께 산책하던 시민 한모(63)씨는 유기견의 사연을 듣고는 자기 일같이 안타까워했다.
그는 "깨끗한 모습을 보니 사람이 키우던 개처럼 보인다"며 "누가 버린 것이 아니라 길을 잃고 여기 머문 것이라면 빨리 주인 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제 오시나요
마침 비번인 소방대원이 다리 아래를 지나다 취재 중인 기자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왔다.
그는 사연을 듣고는 춘천시 동물보호협회에 연락했고, 담당자가 현장에 도착했다.
담당자는 "사람을 피하는 경우 강제로 포획을 시도하다 놓치면 경계심이 더 커지게 된다"며 "안타깝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사람에 대한 긴장을 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유기견이 동물보호센터에 들어가게 된다면 10일 동안 주인을 찾는 광고가 붙게 된다.
이후 주인을 찾지 못하면 입양을 기다려야 하며,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빠지거나 심한 공격성을 보이는 등 극단적인 경우에는 안락사를 당할 수도 있다.
동물보호센터 직원 경계하는 모습
다만 센터에서 4년 넘게 머문 유기견도 있는 만큼 안락사 결정은 거의 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정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춘천지역 유기견은 총 279마리다.
지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