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시집 홀로서기
내 기억으로 이 책의 처음과 마지막이 군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추억록을 만들면서 사용되었던 몇 권의 시집 중의 하나였다. 이해인, 도종환 ...
책의 발행일자도 1987년이다. 상병 계급장을 달았던 해, 소대의 추억록을 도맡아 만들기 시작한 해다.
시 하나 하나가 낯설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지루해 하는 군생활에서 나는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부대의 특성상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 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류의 책보다는 분량이 적고 짧은 시간에 읽을 나갈 수 있는 수필이나 시집이 더 친숙했다. 추억록에도 많이 인용이 되는 글들이니 내 관물대에 몇권의 책이 들어 있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였다.
홀로서기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서정윤의 대표적인 <홀로서기>의 첫번째 연이다. 참 많이 인용되는 대표 시이다.
그리고 여기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시, <늙은 개>가 있다.
늙은 개
늙은 개가 짖을 때
우리는 자신이 가진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늙은 개 나이만큼의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 늙은 개의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시집을 읽고 뭔가를 남긴다는 것이 참 여러운 일니다.
그냥 한 번 낭낭한 목소리로 낭송하면 최고인 것을 느낌을 남긴 다는 것은 사족에 지나지 않으리라.
슬픈 시
술로써
눈물보다 아픈 가슴을
숨길 수 없을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적는다.
별을 향해
그 아래 서 있기가
그리 부끄러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읽는다.
그냥 손을 놓으면 그만인것을
아직 <나>가 아니라고 말하고있다.
쓰러진 뒷모습을 생각잖고
한쪽 발을 건너 더디면 될 것을
뭔가 잃어버릴 것 같은 허전함에
우리는 붙들려 있다.
어디엔들 슬프지않은 사람이 없으랴마는
하늘이 아파, 눈물이 날때
눈물로도 숨길 수 없어
술을 마실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가 되어
누구에겐가 읽히고 싶다.
<끝>
첫댓글 와 좋군요
홀로서기는 나의 짝사랑 시절이 생각납니다. 상대가 내 운명의 여인이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