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은퇴를 기획하라!
<아름다운인생학교> 백만기 교장의 인생2막을 엿보다
노인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습니다.
- <아름다운인생학교> 홈페이지 소개 글 중에서
백만기 교장은 아직 꿈꾸고 이루어나갈 것이 많은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클래식 음악에 대한 소양뿐 아니라 미술, 사진,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풍부한 식견으로 이야기의 소재는 끝이 날 줄 모른다. 가장 먼저 국내에 인생학교라는 개념과 체계를
도입해 수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그다. 하지만 그는 그저 자신이 아는 것은 가르쳐주고 모르는 것을 배울 수 있으면 만족스러울
뿐이라고 말한다. 풍요롭고 의미 있는 인생과 인생후반기에 이루어나갈 지역문화의 방향이 백만기 교장에게 있다.
Q.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인생학교>와 간략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백만기입니다. 저는 20여 년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50대 초반 은퇴하여,
재직 중에 꿈꾸던 일을 실천하며 인생2막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인생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한 일이 되겠네요. 은퇴한 해인 2005년
성남아트센터가 개관했습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할 일을 찾던 저는 자원봉사를 신청했습니다. 경쟁률이 높았던 만큼 사회에서
인정받는 다양한 경력과 노하우를 가진 이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활용하여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배정된 일들은 단순한 노동 봉사일에 그쳤습니다. 많은 자원봉사자가 실망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이들의 선의를 제대로 활용 못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의미 있는 일에 자신의 능력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터전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들을 붙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고심하던 차에 영국의 U3A(University of The 3rd Age)를 알게 되었습니다. U3A는 인생주기를 크게 만 24세 이하, 25세~49세,
50세~74세, 75세 이상의 4시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터 라슬렛(Peter Laslett)이 그의 저서
A Fresh Map of Life(1989)에서 말한 4단계 인생 구분과도 같습니다. 제1기는 학령기, 제2기는 사회활동기, 제3기는 은퇴 후,
제4기는 임종기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U3A는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를 한 시니어들의 대학입니다.
정부 보조 없이 월 1만 원의 회비로 다양한 강좌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알아보니 학교 운영위원과
강사가 모두 자원봉사자였습니다. 특히 영국의 U3A는 지자체나 대학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프랑스의 U3A와 달리 시민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더욱 자생력을 가진 단체였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이런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5년 전
<아름다운인생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성남아트센터 때 인연을 맺은 봉사자들도 강사로 초빙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인생학교>는 수업을 참여자 모두가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때로는 강사가 학생이 되고, 학생이 다시 선생이 되기도 하는
수평적인 수업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우쿨렐레를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하고, 제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다른 악기를
배우는 학생이기도 합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rcda.or.kr%2Fupload%2Feditor%2F20180806111189.png)
▲제공: 아름다운인생학교
중요한 인생 계획을 미리 세운 사람에게는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즐거움과 보람 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흔히 은퇴 후에 돈이
얼마가 필요하다며 주눅 들게 하는 소리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다다익선처럼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은퇴 후에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것만 찾으면 은퇴준비의 반은 끝난 셈이다.
나머지 반은 거기에 올인만 하면 된다.
- 백만기의 ≪40+ 인생학교≫ 중에서
Q. 40세부터 은퇴를 준비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은퇴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계기로 남들보다 빠른
은퇴 준비를 하게 되셨나요?
A. 하하. 누구나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가?’, ‘언제부터 은퇴 준비를 할 것인가?’하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저는 금융회사에서
주로 자금 운용하는 일을 하며 근무했습니다. 나이 마흔이 되자 직장생활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일만 하다가 생을 마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나이 50세 은퇴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게는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기에 결심이 쉬웠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고,
운 좋게도 업무를 통해서도 미술 등 예술 활동을 자주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30대에 문화예술잡지 <객석>에서 주최하는
소규모 실내음악회를 찾게 되었습니다. 서대문의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실내음악회는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걸음 한 폭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 음악가와 관객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마음을 깊게 새기고 있었고, 은퇴 후에 실제로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먹고사는 일, 의미 있는 일, 목숨을 바칠 정도로 재미있는 일의 균형
”
Q. 대한민국은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 사람이 은퇴 후에 굉장히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생 2막’을 잘
준비하는 방법을 조언해 주신다면 무엇일까요?
A. 은퇴 후에 얼마가 필요하다는 미디어의 외침에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은퇴의 재무적인 면에
치중하는데 돈보다는 은퇴 후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19세기 폴란드 시인 노르비트의 말이 있습니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선 먹고사는 일, 의미 있는 일, 목숨을
바칠 정도로 재미있는 일이 필요하다. 세 가지 중의 하나가 부족하면 삶이 드라마가 되고, 둘이 부족하면 비극이 된다.”라는
것인데, 우리의 인생2막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하는 생업이라는 일 외에도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세우십시오.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배우는 것 등이 중요합니다.
인생2막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일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시기입니다.
그것에 초점을 맞추면 어떻게 인생2막을 준비해야 하는지 저절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그때 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은퇴를 준비하면 안 됩니다.
은퇴 시기를 정확히 정해놓으면 그것이 목표가 되어 비로소 준비할 일이 보입니다.
”
Q.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아름다운인생학교’를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인 활동에 대해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여러 사람들이 인생학교에 관해 문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종교단체, 관공서 담당자들이 와서 상담을 하고 가십니다.
시카고, 워싱턴 DC 등 국외 교포분도 직접 오셔서 직접 인생학교 수업에 참여하시고 배워가고 계십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도
이러한 인생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시는데 기쁜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은퇴연구소’라는 블로그를 통해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팁과 제가 경험한 사례들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은퇴 후 이웃들과 밴드를 결성하여 10여 년간 정기적으로 하우스콘서트 공연을 했습니다.
2년 전 동료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 지금은 잠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요즘에는 아름다운인생학교에서 자산관리와 함께 우쿨렐레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회원들과 미래에 앙상블을 만들어 환자를 위한 방문 공연을 꿈꾸고 있습니다.
혹자는 저를 YO(Young Old) 세대, 혹은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하더군요.
특별히 활동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니라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저를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은퇴가 다가올수록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T자형 인재’란 특정 영역에서는 전문가(Specialist)이고
다른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교양을 가진 사람(Generalist)을 말합니다. 다양한 지식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고 그중 어느
하나의 특별한 지식이 인생 후반을 나눌 수 있는 기술이 되어줄 것입니다.
“
만나교회의 공간을 빌리는 대신 가상화폐를 주고
교회에서 신도들과 함께 배우고 싶은 강좌에
강사를 제공해주는 대신 가상화폐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을 한 일도 있다.
일의 진행에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실천 의지다
”
Q. ‘지역문화’, ‘생활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성남시 거주 문화예술동호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일이 있습니다. 동호인들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연습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가르쳐주는 강사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동인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기업을 평가할 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평가요소에
포함했으면 합니다. 이런 것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민간 기업에도 파급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발굴해서 강사역할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름다운인생학교>의 모든 강사가 그런 분들입니다.
<아름다운인생학교>는 2012년 준비과정을 거쳐 2013년 3월 시작되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민간기업 AK플라자 백화점 담당자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학습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운영위원과 상의한 결과 회원의 편의를 위해 올해 1월 서현동 소재 AK플라자 백화점 9층으로 이전을 하였습니다.
강좌가 어학/인문학/건강/예술 분야를 망라한 20여 개로 늘어났고, 아름다운인생학교를 견학하는 곳도 늘었습니다.
아름다운인생학교의 가족 같은 분위기는 지역 사회를 위한 바자회, 봉사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분야에 해박하고 감성적으로 풍부한 시니어의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해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이러한 장소 제공이 늘수록 <아름다운인생학교>와 같은 시니어 학습공동체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지역문화, 생활문화가 활성화되리라 믿습니다.
Q. 지금까지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나,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여러 일이 스쳐 지나가는군요. 그래도 무엇보다 함께 해준 사람이 인정해주는 말을 해주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지 않나 싶군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저는 은퇴 후 2년 동안 대안문화공간을 운영했던 적이 있습니다.
60평정도 되는 공간에 매주 음악가들을 초청하여 라이브콘서트도 하고 간단한 다과도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성남아트센터가 오픈하며 이제 시민들이 그곳을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문을 닫았는데, 뮤지션 한 사람이 문을 닫는 날
‘그래도 이런 공간이 있어 행복했습니다.’란 말을 했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인생학교>에서 강의가 끝나고 학생 한 사람이 ‘저도 한 말씀 하겠습니다.’ 하며 어머니의 사례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과일을 살 때 좋은 것, 큰 것을 고르지 않고 일부러 작고 볼품이 없는 과일을 골랐다고 합니다.
과일 장사가 할머니에게 ‘반값만 내고 가세요.’해도 제값을 다 냈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몹시 부끄러워 눈시울이 뜨거웠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늘 크고 좋은 것만 선택했지 할머니처럼 그런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한분 한분의 인생이 가르침이고 서로
배워가는 것이 <아름다운인생학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말씀을 들어보면 ‘은퇴’라는 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생2막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은퇴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은퇴 준비의 반은 끝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자신에게 또는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찾으십시오. 나머지 반은 거기에 올인하면 됩니다. <아름다운인생학교>도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작은 응원이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백만기 교장은...
그는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직장생활은 딱 50세까지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0여 년간 은퇴준비를 한 후 오십 대 초반에 사표를 썼다. MBC TV ‘인생 이모작’, YTN, 조선일보 등 각종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인생 후반생 설계에 관한 팁을 나누고 ‘아름다운인생학교’와 같이 시니어를 위한 교육공동체가 지역 곳곳에 세워졌으면 하는 것이 소망을 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 ≪40+ 인생학교≫가 있다.
출처 : 아름다운인생학교: https://cafe.naver.com/u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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