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서서 비의 창살을 두 손으로 잡고 흔든다 방은 감방이었고 나는 수감 중이다 언제부터 빗소리에 취조 당하고 있었던가 나도 모르게 기밀들을 발설하지는 않았는지 비는 더 알아야할 것이 있다는 듯 그치지 않고 더 젖을 것도 없는 나는 창가에 서서 불안하다 빗소리에 젖지 않는 것이 이 세상에는 있는가 호출신호처럼 천둥이 울리면 각오할 수밖에 없다 남은 것은 전기 의자뿐이라는 듯 하늘은 연신 전원을 올리고 있다 탈출을 감행했던 사람들은 모두 독방수감중이다 우산 속에 갇힌 사람의 뒷모습과 이역의 대문 앞에서나 처마 밑에서 홀로 발 동동 구르는 사람들은, 그래서 쓸쓸하다 비의 제국주의도 이쯤 되면 폭동이 있을 법한데 잠잠하다 비의 강점기, 비의 탄압은 완벽하기에 언제부터인가 세상의 창가에 불빛이 아른거린다 불빛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몰래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도 기도하는 모습이 되어 창가에서 타올랐지만 여전히 메시아는 오지 않았다 비는 한층 더 큰 소리로 어디론가 모르스 신호를 타전하고 있었다 창밖에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나는 비의 창살이라도 끊을 것처럼 날카롭게 서 있다
계간 <시평> 2005년 여름호
이동호시인 대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제6회 ≪시산맥상≫ 대상 수상 200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조용한 가족>으로 시부문 당선 <난시> 동인 인터넷 <창작노트> 동인
첫댓글 비의 강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