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봉화 문화 여행, (2) 석천정사와 달실마을 탐방
청암정(靑巖亭) 탐방을 마치고 다시 인근에 있는 석천계곡으로 간다. 석천정사(石泉精舍)가 있는 곳, 봉화읍에서 달
실 마을로 들어오는 옛 길이 있었던 계곡이다. 달실마을 앞들을 흐르는 가계천(駕溪川)은 남산교를 지나면서 청암정
옆을 돌아오는 동막천을 합류한 후 협곡으로 돌아들며 아름다운 사행천(蛇行川) 계곡을 빚어내었다. 오늘날 이곳은
청암정과 함께 국가 명승 60호로 지정된 승지다. 정사(精舍)는 서원(書院), 서당(書堂)과 더불어 조선시대 사학(私學)
의 하나로, 석천정사는 청암 권동보(靑巖 權東輔 · 1518~1592)가 아버지 충재(冲齋)의 유지를 받들어 1535년에 세웠
다 전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석천정(石川亭)을 비롯한 총 34칸 규모의 건물들이 수평으로 연이어 있다.
남산교를 건너서 가계천 물길을 따라가니 협곡은 심한 곡류(曲流)를 이루고 흐른다. 석천계곡, 바로 청하동천(靑霞洞
天)이다. 석천정사는 바로 이곳 울창한 옛 솔숲을 등지고 여울가에 한 폭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국가지정 명승지
로 손색 없는 절경이다. 개울 외나무다리 건너 너럭 반석에서 석천정을 담아본다. 수명루(水明樓)라 쓴 중앙 편액 좌.
우에 '계산함휘(溪山含輝)', '장구파복(杖屨播馥)' 이란 두 편액이 눈길을 가져간다. 계산함휘는 바로 청하동천을 일
컷는 것으로 '시내와 산들이 아름다운 빛을 머금고 있다' 는 뜻이고, 장구피복 또한 석천정사를 일컷는 메타포로 '지
팡이와 짚신의 향(내음)이 묻어난다. 즉 선조들의 행실과 덕행은 후대에까지 퍼뜨려진다.' 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계
곡에서 느껴보는 선인들의 향기는 장송(長松)의 그것만큼이나 머리를 맑게 한다.
가계천을 거슬러, 온 길 되돌아 나가 다시 달실마을로 간다. 옛길을 기준하면 들어 가는 길이고, 지금의 찻길로 보면
나가는 길이 맞는다. 남산교를 건너 휘이, 닭실을 눈에 담는다. 이른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의 천하 명당이란 마
을. 필부의 눈으로 그기까지야 꿰뚫지는 못하지만, 뒷산에 이어 앞들을 돌아 흐르는 하천을 보면 배산임수(背山臨水)
의 전형이다. 500여년 집성촌 마을이 거져 있는 게 아니란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을 앞 들녘에도 어느새 가을
빛 완연하다. 코스모스 색색의 꽃 피어 반기는 길가에 고추잠자리 날아 올라 한가롭다.
2018, 09, 15, 촬영.
▼ 유곡리(酉谷里) 마을 앞 가계천(駕溪川)의 남산교. / 석천계곡(石泉溪谷)으로 가는 다리.
- 석천계곡
- 석천정사 시비 (石泉精舍 詩碑)
石泉精舍
靑巖 權東輔
屑 輿 溪 上 路 (설여계상로)
書 舍 水 雲 間 (서사수운간)
風 雨 三 推 夜 (풍우삼추야)
煙 霜 十 月 寒 (연상시월한)
葉 凋 巖 竇 密 (엽조암두밀)
苔 厚 石 稜 斑 (태후석릉반)
百 歲 徜 佯 地 (백세상양지)
親 朋 幾 往 還 (친붕기왕환)
석천정사
청암 권동보
가마가 지날 수 있는 시냇가 길가에
글 읽는 정사가 물과 구름사이에 보이네
깊은 가을밤에 내린 비바람과
뿌연 서리에 시월의 공기 차갑구나!
나뭇잎은 떨어져 바위 틈에 빽빽하고
이끼는 바위틈에 두껍게 끼여 아롱졌네
백세토록 조상께서 거니시던 이곳에
친한 벗들 얼마나 오갓던고!
( ※ 청암 권동보(靑巖 權東輔. 1518~1592)는 충재 권벌 선생의 장남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 가계천 석천정사 입구
- 석천계곡, 청하동천
▼ 석천정사(石泉精舍 )
- 靑霞洞天
▼ 남산교에서 본 닭실(달실마을)
첫댓글 시간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곳 입니다.
네.
문화와 절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인 만큼
시간 나는대로 가 보시길 권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