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며 듣는 음악 17
What is a youth
여드름이 송송 맺히던 십대 어린 시절 어느 날
까까머리 중학생들이 단체 영화 관람을 갔던 날이었습니다.
심드렁한 느낌으로 또 반공영화나 보러 가나? 하며
쪼금은 철 이른 건방짐을 보이며 극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일일이 학생 인원수를 챙기던 선생님들의
느린 숫자 헤아림에 답답함을 느끼고
굴비 꿰이듯 줄줄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슬슬 화도 치미는데....
일찍 들어간 애들은
이미 오래전에 애국가 앞에 가슴에 손을 얹었고
맛 배기로 보여 주던 예고편 서너 편도 거쳤으며
이제는 심지어 본편의 앞부분마저 꽤 지나가 버린 상태.
마음은 급해지는데
영화관의 좁은 통로는 왜 또 그리도 어두운지...
영화보기 좋은 자리는 찾을래야 찾지 못할 어두운 공간.
이젠 단지 목 고개를 심하게 젖히지 않아도 될 자리를 찾느라
여린 스크린 불빛에 의지해서 어두운 통로를 조심스레 걸으며 투덜거릴 때
“줄리엣 아가씨!”라고 부르는 목소리와
그 늙은 목소리와 달리 갑자기 밝아지는 화면.
어둠 속에서 유난히 달라진 조도(照度)에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돌려지던 순간.
아무런 기대도 없이...
그 어떤 예상도 못한 채....
밝은 빛과 같은 웃음을 지닌 그녀를 처음 봤지요.
며칠 뒤 학교.
혼자만의 충격이 아니었는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건만
앞을 봐도 그렇고 뒤를 봐도 그렇고....
만년필 쓰느라 별 필요도 없을 텐데
난데없이 연필 꾹꾹 눌러 쓸 데나 필요한 책받침들이 보이더니,
그 모든 책받침엔 어김없이 그녀가 밝게 웃고 있더군요.
철없던 십대
그리고 약간의 미련이 남아 있던 이십대 초반
늘 눈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는 보지 못했지만
세월이 지나 다시 그 때의 영화를 살펴보니
이런 재미난 표정의 모습도 있었더군요.^^
아마, 그 때는
아무리 제 정신을 차려 봤어도 보지 못했을 표정이었지만....
지금은 약간 여전히 심드렁한 감정으로 대강 보고 있어도 눈에 확 들어오는 군요.^^
역시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가요?
그녀도 무척이나 변했지만,
영원히 변치 않길 바라던 우리 또한 어쩔 수 없이 변해 버린 슬픔.
Olivia Hussey
우리말로 올리비아 핫세
근데 알고 보면 이게 완전 일본 발음이라네요.^^
Native Speaker의 발음을 옮겨 보면
올리비어 허시!
그녀!
그 풋풋한... 그러면서도 아름답던 그녀!
어쩌면 칠십년 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연배들이
결코 잊지 못할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여인이었습니다.
사실 이제 와서
조금은 나이가 들다보니 그런 생각은 듭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정답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름다운 외모만큼 삶이 행복하지만도 않았었다!
알젠틴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 출신의 어머니
그렇게 어색한 조합의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딸아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그녀.
채 두 살도 되지 않았던 시기에
아르헨티나 탱고 댄서 출신의 아빠는 떠나고 없고
졸지에 싱글 맘이 되어 버려 전전긍긍하던 어머니....
어쩔 수 없이 두 살 때 건너 간 어머니의 나라, 영국.
영국에서 자랐던 게 답이었을까요?
영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들) 세익스피어!
그(들)이 만든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그걸 영화로 만들며 캐스팅한 젊은 두 사람.
그 때 십대 젊은 우리들이 연인으로 삼았던 두 사람.
흑발의 올리비아 허시와 금발의 레너드 와이팅(Leonard Whiting)
어쩌면 오늘 제가 올리비아를 기억하며 이 글을 적듯이...
저의 그니는 밴드를 하며 그 때 그 레너드 와이팅을 떠올리며 수다를 떨지도....^^
Romeo & Juliet(1968)
자신의 첫 영화가
젊음의 충동을 나타내던 영화여서 그럴까요?
그녀의 삶 또한
불타는 면모가 있었네요.
세 번의 결혼.
젊음을 불꽃처럼 불살랐던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은 우리가 예상했던 레너드 와이팅은 아니고요....
딘 폴 마틴이라는 간 큰 남자!
두 번째 남편은 동양인,
그것도 일본인(후세 아끼라)
동양인 같은 외모를 띄고 있었기에
우리에겐 더욱 친숙했던 그녀가
정서적으로는 동양적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결국 둘 사이에 아이 하나를 두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
세월이 흘러
이제는 가수 겸 배우 데이비드 아이슬리와 결혼해서
예순 살을 훌쩍 뛰어 넘어 행복하면서도 평탄하게 살고 있다는 그녀.
이제는 옛날의 아련함은
눈 여겨 봐야만 겨우 흔적을 볼 수 있을 따름이지만....
아름다운 그녀가 치룬 열정적인 세 번의 결혼을 통해
세 갈래의 아비 다른 자식들을 각각의 아버지 이름으로 다 건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너무나 강렬했던 젊음의 모습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의 최고 걸작은 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그녀가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와
축제의 밤에 영혼의 짝이 처음 서로를 알아차리게 되던
영화의 그 장면을 한 번 보실까요?
(사진을 누르시면 유투브로 연결됩니다)
노랫말과 극중 주인공들이 나누는 주옥 같은 대사는
원래 세익스피어의 연극에 나오는 대사들....
그냥 옛날을 기억하며 즐겨 보십시오.
그리고 올리비어 허시(Olivia Hussey)
그녀의 아름다운 그 모습을 모은 동영상도 즐겨 보시지요.
(사진을 누르시면 유투브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참으로...
의외의 사실들을...
가끔은....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나 봅니다.
참으로 청순하고 정결하리라 믿었던 그녀.
그녀가 이미 14세 때부터 피우던 담배를
인터뷰를 하던 장면에서 바로 볼 수 있는데요....
알고 보니 그녀는 골초!!!
그녀가 과연 골초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믿지 못하지만.... 어쩌겠어요.... 증거가 있는데!
(사진을 누르시면 유투브로 연결됩니다.)
이 동영상의 1분 10초쯤 되는 부분에서
그녀가 만드는 구름과자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잘 들어보시면 14세 때부터 담배 폈다는 얘기 들으실 수 있고....
지금 60세가 넘어서도 담배는 여전히 즐겨한다는 군요
헌데, 담배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우리는 단지 우리들의 추억을 먹으며 사는 것뿐인 데요!!!^^
당신이 익히 알던
책받침의 전설, 그녀의 모습을 보시며
아련한 추억의 시절을 한 번 돌아가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첫댓글 올리비어 허시라고 하는군요.
핫세가 일본식 발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ㅎㅎ
올리비어 허시는 이목구비의 윤곽선이 진하다보니 마치 남자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제 눈이 좀 이상한 듯..ㅎㅎ
감사히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