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7회 세종대학교 시나리오 창작대회, 금상수상
해성국제컨벤션고등학교 박소희 제자는 학교의 연극반 꽃군에서 시나리오를 쓰며 꿈을 키웠다.
항상 필기도구를 지참하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글쓰고...
자신의 삶을 키워나가는 제자의 모습을 지금 이 시간에도 후원하는 마음이다.
2016년 해성제에서 공연한 연극반 제자들의 발표 장면...
앞으로도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멋진 제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세종대학교에서 금상 받은 시나리오를 올려본다.
S#1 아파트 단지 경비실 (낮)
3면이 통유리로 된 경비실 책상 위에 고장 나서 잘 나오지도 않는 CCTV와 먼지만 풀풀 날리는 방송기계와
오래된 구형 라디오가 놓여있는데, 해병대 군가 메들 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있다. 책상 뒤로는 편의점에서
가져온 하얀 의자가 슬리퍼와 엉켜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고 구식 소형 tv와 라꾸라꾸 침대가 있고, 침대 위에
해병대 마크가 커다랗게 수놓아진 군용 담요가 각을 맞춰 개어져 있다. 벽에는 40년도 더 된 공로상이며 훈장이
걸려있고 시뻘건 글씨로 “once Marin Forever Marin"이라고 써진 현수막 같은 것이 압정에 박혀있다.
경비실 안을 둘러보던 택배기사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 한쪽에 위태롭게 쌓여있는 택배더미에 택배를 놓고
사라진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부녀회장 한숨을 쉬며 아파트 정자로 간다,
S#2 아파트 단지 정장 (낮)
아파트가 동그란 원형 모양으로 화단과 동양풍의 정자를 둘러싸고 있다. 윗옷을 벗어던진 노인이 해병대 군가를
부르며 정자를 돌고 있는데 김경비다. 부녀회장 그를 발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온다.
부녀회장: 아저씨! 자꾸 이렇게 자리를 비우시면 어떡해요?
김경비: 엥? 내가 언제 자꾸 자리를 비웠다 그래. 순찰 돌고 있구만
부녀회장: 아니... (잠시 말을 멈추고 김경비의 몸을 보다 고개를 젓는다.) 꼭 순찰을 이렇게 하셔야겠어요?
김경비: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게 뭐 어때서! 순찰 횟수 더 늘려달라고 해서 했구만..
부녀회장: 이것도 이거지만... 대체 저녁에는 왜 순찰을 안 하시는거예요??
김경비: 하는데 못 본거지 워낙 늦은 시간에 하니까...
부녀회장: 그래요? 근데 그렇게 현장만 못 본다니 신기하네요. 아무튼 신경 좀 써주세요. 주민들이 말이 많아요.
부녀회장 아파트로 쏙 들어간다. 부녀회장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던 김경비,
그녀가 사라지자 요즘 기집애들이란 하면서 다시 정자를 돌기 시작한다.
S#3 아파트 반상회 장소(낮)
몇몇 아파트 주민들이 둥글게 둘러모여 앉아 있다. 일어나서 종이를 나눠주는 부녀회장 종이에는
안건1. 단지 내 여성주인 퍽치기 해결, 안건2. 아파트 내 경비에 대한 논의, 안건3. 노후된 감시 카메라가 쓰여있다.
S#3-1 아파트 단지 경비실 (밤)
김경비, 방송기계에 기대 침까지 흘리며 졸고 있다. 졸다가 방송버튼을 실수로 누른다.
시끄러운 노이즈가 나온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는 김경비
S#3-2 아파트 반창회 장소 (밤)
열띠게 토론하던 주민들 시끄러운 노이즈에 깜짝 놀랐다가 소리가 끊기다 다시 토론을 시작한다.
S#3-3 아파트 1층 단지 경비실 (밤)
하품을 하며 경비실에서 나오는 김경비 앞에서 주민들이 퍽치기 사건에 대해 걱정스럽게 얘기한다.
대화에 끼어드는 김경비
김경비: 이게 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기집년들이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돌아다녀서 그런거지.
한 번 혼나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해병대 군가 <멋있는 사나이>가 흘러 나온다. 주민들 김경비를 보고 다른 곳으로 흩어진다.
주민들의 머리에 가려져있던 게시판의 새 공지가 보인다. 배를 긁으며 공지를 대충 위아래로 읽어보는 김경비,
눈을 커다랗게 뜨고 공고문을 뜯어 다시 살펴본다.
방안1. 노후된 감시 카메라 시설 교체
방안2. 시설교체로 인한 관리비 상승-평소 불성실한 근무태도의 김경비 관리인 임금 삭감
방안3. 김경비 관리인의 안건은 추후에 다시 논의
김경비, 믿을 수 없다는 듯 읽고 또 읽다가 트레이닝 복을 입은 부녀회장이 아파트로 들어오는 걸 보고 붙잡는다.
부녀회장의 이어폰이 떨어진다.
김경비: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요!! 내가 왜 불성실해!
부녀회장: 이것 좀 놓고 얘기하시죠!
김경비: 시키는 일 다하고 순찰까지 꼬박꼬박 다 돌았다고! 근데 임금 삭감이라니 이게 무슨 경우야!
부녀회장: 감시 카메라는 원래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달려고 했어요. 요즘 하도 흉흉하니까.
김경비: 뭐라고?
부녀회장: 그리고 (김경비의 손에서 공고문을 뺏는다.) 반말하지 마세요. 이것도 떼지 마시구요.
부녀회장, 이어폰을 귀에 꼽고 계단을 올라간다.
김경비. 분에 못이겨 공고문을 구기다가 주위를 살피고 다시 편다.
S#5 아파트 단지 경비실(낮)
김경비, 얌전하게 의자에 앉아 있다. 아파트 구석구석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는 걸 쳐다보는 김경비.
주민들, 해병대 군가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며 신기해 한다.
S#6 아파트 단지 경비실(밤)
멍한 눈으로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있는 김경비. 이리저리 뒤척이다 잠에 든다.
S#7 아파트 반상회 장소(낮)
주민들 사이에 둘러쌓인 부녀회장 웃으며 커피를 마신다.
S#8 아파트 단지 경비실(밤)
김경비, 힘이 축 빠진 어깨로 담배를 피다 잠에 든다.
S#9 아파트 1층 게시판 앞(낮)
주민들이 모여서 퍽치기 사고에 대해 떠뜰고 있다.
축 늘어진 어깨로 경비 초소를 나오던 김경비, 이야기를 훔쳐듣다,
산발이 된 머리로 아파트를 나오는 부녀회장과 눈이 마주친다. 흠칫 놀라는 두 사람.
주민1: 감시카메라만 교체하면 해결될거라더니
주민2: 에휴.. 한동안 조용하더라니
부녀회장,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진다. 김경비, 순간 눈을 번뜩이고 경비실로 들어간다.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주민들
S#10 아파트 단지 경비실(밤)
김경비 웃음기 없는 얼굴로 천천히 옷을 입는다. 모자를 조심스럽게 쓰는 김경비.
벽을 한참동안 쳐다본 뒤 후레시를 들고 경비실을 나간다.
김경비가 사라지자 보이는 문구 “ONCE MARINE FOREVER MARINE"
S#11 아파트 단지 화단 (밤)
김경비, 후레시를 비추며 화단을 달린다.
S#11-2 아파트 단지 정자(밤)
김경비 후레시를 이곳저곳 비춘다.
S#11-3 아파트 단지 쓰레기장 (낮)
김경비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린다.
S#11-4 아파트 단지 정자 (밤)
김경비, 잠시 정자에 앉아있다. 정자 앞을 빠르게 지나가는 한 여대생, 김경비, 그녀를 보고 고개를 젓는다.
여대생: 악!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는 김경비, 후레시를 비추자 벽돌을 들고 있는 남자가 있다. 쾌재를 부르는 김경비
S#12 아파트 정문(밤)
경찰차 세대가 서 있고 벽돌남이 연행되는 모습을 잠에서 깬 주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주민1: 부회장 아들이라며? 멀쩡하게 생겼구만...
주민2: 아이고 소름끼쳐
부녀회장 의기양양한 표정의 김경비에게 다가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얼떨떨한 표정의 김경비.
S#13 아파트 단지 정자 (낮)
김경비, 자신있는 표정으로 웃통을 벗고 정자를 돈다.
정자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발로 차며 즐거워하는 김경비.
S#14 아파트 1층 게시판 앞
한 남자가 게시판에 테이프로 종이을 붙이고 있다.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경비 의기양양하게 걸어가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공지를 읽는다. 김경비, 갑자기 눈이 커다래진다.
종이에 김경비가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 감시카메라를 발로 차는 사진이 있다.
<현 시간부로 김경비 관리인 계약해지>
위 관리인은 정해진 업무 시간에 수면,
단지 내 시설을 파괴하는 등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기에 계약해지 통보함 -부녀회장-
살짝 열려진 경비실에서 해병대 군가 <멋있는 사나이>가 흘린 나온다.
심사위원들의 총평... 2016년 8월 24일
세종 시나리오 창작대회가 올해로 17회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작년에 이어 역대 최대인
400여 편에 가까운 작품들이 출품되어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영화가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예술이고 청소년들에게 인생을 바칠 가치가 있는 매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대회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경향은 예외 없이 기술적으로 매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영화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들에게 아주 익숙한 매체가 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매년 느끼는 것으로 이런 대회가 비공식적이지만 지금 막 고등학교 과정을 마무리하는 젊은 세대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지를 접할 수 있어 심사 과정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도 고사성어 하나를 주제로, 하나의 키워드를 플롯 상의 설정으로, 하나의 오브제를
이야기 속에 등장시켜 시나리오로 녹여내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두 사람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뜻의 고사성어입니다. 난형난제(難兄難弟).
플롯의 설정으로 배신이 그리고 카메라는 스토리에서 활용해야하는 소품으로 제공되었습니다.
난형난제는 다소 학생들에게 어려운 주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주제를 딱 부러지게 시나리오에
녹여낸 작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라는 소품으로 진부하지 않았나하는 반성도 합니다.
내년에는 좀 더 참신한 주제와 소품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더 크게 자극하고 더 훌륭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수상작품별 심사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금상을 수상한 해성국제컨벤션고등학교 박소희 학생의 작품은 모든 것이 기계화 되고 자동화된
동시대에서 인간의 소외 문제를 묻고 있는 주제의식이 돋보인 작품이다. 또한 딱딱하고 경직된
해병대라는 조직 출신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소위 ‘꼰대’ 캐릭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풍자하려는 작가의 시도 역시 칭찬할만 하다.
다만 캐릭터와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엮는 밀도가 느슨하고 스토리의 구성이 드라마에 맞게
상승곡선을 그려내는데 다소 실패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감안할 때 미래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 심사위원 명단
황철민 (세종대교수), 최병근 (동국대교수), 류 훈 (성결대교수), 최광희 (영화평론가)
그래... 심사위원들의 총평처럼... 미래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께...
우리 모든 해성인들의 소원일 것이다...
소희 홧팅!!! 연극반 홧팅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