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지난 5백년 은 깜짝 놀랄 만한 혁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다.
지구는 단일한 생태적, 역사적 권역으로 통일 되었다.
경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으며, 오늘날 인류는 예전이라면 동화에서나 들어보았을 부를 누리고 있다.
과학과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는 초인적 힘과 실질적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되었다.
사회질서는 완전히 바뀌었으며 정치, 일상생활, 인간의 심리도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지난 5세기 동안 인류가 쌓아온 부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만족을 주었는가?
무한한 에너지원의 발견은 우리 앞에 무한한 행복의 창고를 열어주었는가?
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인지혁명 이래
험난했던 7만 년의 세월은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들었는가?
바람 없는 달 표면에 지워지지 않을 발자국을 남겼던 닐 암스트롱은
3만 년 전 쇼배 동굴에 손자국을 남겼던 이름 모를 수렵채집인보다 더 행복했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농업과 도시, 글쓰기와 화폐 제도, 제국과 과학,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역사학자는 드물다.
역사학자들은 우루크와 바빌론의 시민이 자신들의 수렵채집인 선조보다 행복했을까,
이슬람교가 등장해서 이집트인들의 삶이 더욱 만족스러워졌을까,
아프리카에서 유럽 제국이 붕괴한 것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이 역사를 향해 물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이다.
현대 이데올로기와 정치 프로그램 대부분은 무엇이 진정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민족주의자는 정치적 자기결정권이 우리 행복에 필수요소라고 믿는다.
공산주의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시행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자본주의자는 오로지 장시장만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시장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며,
사람들로 하여금 자립적이고 기업가적인 진취성을 갖도록 가르친다는 것이다.
만일 진지한 연구조사 결과 이런 가정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어떨까?
만일 경제성장과 자립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의 이점은 무엇일까?
만일 대제국의 신민이 독립국의 신민보다 일반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예컨대 가나 사람들이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때가
내부에서 자라난 독재자의 지배를 받을 때보다 더 행복했던 것으로 판명된다면 어찌되는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탈식민지화 과정에 대해, 민족자결의 가치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인가?
이 모두는 가설적 가능성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역사학자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고사하고 질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피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것의 역사를 연구했다.
정치, 사회, 경제, 성 역할, 질병, 성적 특질, 식량, 의복 . . . . .
하지만 이것들이 인류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멈춰서 생각하는 일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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