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옥한 초승달 지역과 중국의 역사는 오늘날의 현대 세계에도 유익한 교훈을 준다.
상황이 바뀌면 과거의 우위가 미래의 우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이 책에서 줄곧 사용한 지리적 추론이
현대 세계에는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아이디어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에 전해지고
화물이 하룻밤에 다른 대륙까지 운송되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규칙이 세계인의 경쟁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타이완, 한국, 말이시아아, 특히 일본 같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듯하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새로운 규칙이란 것도 옛 규칙의 변형에 불과하다.
그렇다 1947년 미국의 벨연구소가 발명한 트랜지스터는
단숨에 1만 3,000킬로미터를 넘어가 일본에서 전자 산업을 키워냈다.
그러나 더 짧은 거리를 넘어가 자이르나 파라과이에서 새로운 산업을 키워내지는 못했다.
결국 오늘날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나라들은
수천 년 전 식량 생산을 기반으로 한 세력 중심지에 편입된 국가이거나,
그 중심지를 떠난 사람들이 이주한 국가이다.
자이르나 파라과이와 달리, 일본을 비롯한 신흥 강국은
오래전부터 문자와 금속기계류를 사용하고
중앙집권화한 정부를 갖추어 트랜지스터를 신속히 활용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일찍 식량 생산을 시작한 두 중심지,
즉 비옥한 초승달 지역과 중국은 즉각적으로 그 뒤를 이은 후속 국가(현대 중국)나,
두 중심지에서 일찍이 영향을 받은 인접 지역에 위치한 국가(일본, 한국, 말레이시아,유럽),
혹은 바다를 건너온 이민자들이 정착하거나 통치하는 국가(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를 통해
지금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 , 소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남북아메리카 원주민이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은 여전히 어둡다.
기원전 8000년 당시의 역사가 지금도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얄리의 질문에 답하는 데 필요한 다른 요인들로, 문화적 요인도 개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문화적 요인을 먼저 살펴보면 인간의 문화적 특성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른다.
그런 문화적 차이는 부분적으로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게 분명하다.
이에 대한 사례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 많이 언급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환경가 무관하게 나타나는 문화적 요인도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화적 특징 하나가
사소하고 지엽적인 이유로 느닷없이 생겨나 고착화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며 더 중요한 문화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카오스이론이 다른 학문 분야에도 두로 적용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이런 문화적 과정은 역사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일례로 나는 13장에서 타자기의 '쿼티 자판'을 다루었다
경쟁 관계에 있던 많은 제품 가운데 쿼티 자판을 채택한 것은
사소하고 지엽적인 이유들이 복합된 결과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860년대 미국에서 제작한
초기 타자기의 구조, 타자기의 판매 기법, 신시내티에 '속기 및
타자 학원'을 설립한 롱리라는 여인이 1882년에 내린 결정,
롱리 부인에게 타자를 배운 수제자 프랭크 맥거린이 1888년에 열린 타자 경시대회에서
쿼티 자판을 쓰지 않던 롱리 부인의 경쟁자 루이스 코브를 완파하고 승리한 사건 등이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쿼티 자판이 다른 제품보다 유리할 게 하나도 없었다.
다른 자판을 선택할 기회가 1860~1880년대에 적잖게 있었다.
하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고 쿼티 자판이 확고히 자리를 잡자,
한 세기 뒤에는 컴퓨터 자판에도 그것을 채택했다.
지금은 먼 과거의 일로 잊혔지만, 수메르에서는 계산법으로
10진법 대신 12진법(그래서 1시간을 60분 , 1일을 12시간, 1년을 12개월, 원의 내각은 360도로 정해졌다)을 채택한 반면,
메소아메리카에서는 20진법(260일의 날짜에 이름을 붙인 주기와 1년을 365일로 삼은 주기를 동시에 사용한 달력)에
기반한 계산법을 널리 사용한 데도 똑같이 사소하고 지엽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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