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수채화처럼 펼쳐진 볼음도 바다가 모든 스트레스를 가라앉힐 듯하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 블루’ 환자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4월 의원급의 과목별 진료비를 산출한 결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가 54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2억 원보다 12.9%가 늘었다. 반면 다른 과목 진료비는 감소했다.
이러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지나친 공포감 갖지 않기’ ‘긍정적인 마음 갖기’ ‘생활 속 가벼운 운동 하기’ 등이 권장된다. 이를 실천하는 데 가족·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여행만한 것도 없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해 ‘마음이 뻥 뚫리는 섬 속 걷기’를 테마로 5곳의 여행지를 추천했다. 섬에서의 걷기 여행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어 운동이 되면서도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다.
금오도 비렁길 1코스 중 신선대에서 바라본 금오도의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수 금오도 비렁길 1코스
전남 여수시 금오도에는 섬의 서쪽 해안 방향으로 솟은 벼랑을 따라 이어진 ‘비렁길’이 있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방언으로, 길 모양새를 따라 이름이 붙었다.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항에서 시작하는데,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3회 운항하는 여객선(약 1시간30분 소요)을 이용하면 비렁길 1코스에 곧장 갈 수 있다. 또 돌산도 신기선착장에서 하루 7회 운항하는 여객선(약 20분 소요)을 타면 금오도 여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함구미항까지 마을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금오도 비렁길 1코스의 이정표. |한국관광공사 제공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항부터 두포마을까지 약 5㎞의 비순환형 걷기길로, 섬의 서쪽 절벽으로 향하기 전 작은 오르막에서 시작된다. 길은 절벽 끄트머리를 절묘하게 타고 넘나들며, 바다를 뒤로한 채 깊은 숲속을 여러 차례 드나든다. 대체로 길이 평탄하게 이어져 금오도의 절경을 즐기며 걷기에 좋다. 특히 종종 만나게 되는 벼랑 끝 전망대는 마음이 뻥 뚫릴 만큼 탁 트인 경관을 자랑한다.
길 위의 이야깃거리도 흥미롭다. 고려의 승려 보조국사가 비렁길 1코스 중간 지점 어딘가에 송광사라는 사찰을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또 도서 지역의 토속 장례법인 초분(草墳) 송장을 풀이나 짚으로 덮어두는 장례 방법의 흔적을 복원해 섬의 문화를 엿볼 수 있게 만들어 두기도 했다. 금오도는 방풍나물의 산지이기도 하다. 길 중간에 방풍나물을 이용해 다양한 주전부리를 만드는 식당이 있다.
절벽의 굴곡을 그대로 닮은 행남해안산책로는 곳곳이 절경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울릉도 해안누리길 행남해안산책로
울릉도의 행남해안산책로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가운데 한 곳이다. 대한민국 해안누리길은 자연 그대로이거나 이미 개발된 바닷길 가운데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해양문화와 역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 중에서 선발되는데, 행남해안산책로는 자연친화적 공법으로 개설돼 울릉도의 수려한 원시림과 기암괴석은 물론 동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2011년에 선정됐다.
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시작해 북쪽 저동항까지 이어져 있었지만, 일부 구간(행남등대~저동항)이 낙석으로 폐쇄된 상태다. 아직 복구공사 중으로 마무리되기 전까지 행남등대를 반환점으로 하여 도동항으로 돌아와야 한다. 또 기상이 좋지 않은 경우 낙석 위험이 있어 입장이 통제되므로 울릉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통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산책로 곳곳에는 화산섬 울릉도의 특징을 보여주는 다양한 암석과 지형을 볼 수 있으며, 안내판에 형성 과정을 비롯해 자세한 해설이 붙어 있다.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 낸 해식동굴의 내부. |한국관광공사 제공
거대한 절벽에 움푹 파인 해식동굴도 산책로의 볼거리 중 하나다. 해식동굴 안으로 바닷물이 철썩거리면서 퍼렇게 빛나던 바다가 하얀색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며 부서진다. 그중에는 산책로가 관통하는 거대한 동굴도 있는데, 시커먼 암반이 높게 솟아 있는 풍경이 위압적이다. 절벽 길이 끝나고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행남등대가 있는 정상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등대 입장은 안 되지만, 등대 뒤편 저동항의 아름다운 모습과 촛대바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거문도 해수욕장에서 한 여행객이 발길을 멈추고 잠시 쉬어 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수 거문도 동백꽃섬길 거문도등대길
여수 거문도는 사람이 붐비지 않으면서 야외활동이 가능하고, 가족끼리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고도·서도·동도로 이루어진 거문도는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시간가량 들어가야 한다. 국내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투명한 물빛을 자랑하는 곳이다.
고도 어촌마을에서 등대까지는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거문도 구석구석에는 걷기 좋은 길들이 많아 주말이면 단체 등산객들도 자주 찾는다.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지만 그중 최고의 전망 포인트로 꼽히는 코스는 ‘동백꽃섬길 거문도 등대길’이다. 해당 코스는 거문도 고도 어촌마을에서 시작해 삼호교~수월산~거문도등대로 이어지며, 길에 그늘이 져 있어 여름철에도 부담 없이 걷기에 좋다.
또 마지막 포인트에는 남해안 최초로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높이 6.4m의 등대와 1년에 한 번씩 발송하는 달팽이우체통도 있다.
볼음도길은 어디든 여유롭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
이 계절에는 왠지 한적한 섬 여행이 간절해진다.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은 인천 강화 외포리에서 뱃길로 1시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서울 근교의 걷기 좋은 섬길이다. 볼음도는 아차도·주문도·말도와 함께 강화군의 가장 서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160가구 270여 명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작은 섬마을이다.
볼음도길은 볼음도선착장을 시작으로 조갯골, 갯논뜰을 지나 다시 볼음도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총 13.6㎞의 순환형 코스(약 5시간 소요)다. 길 곳곳에 이정표와 리본들이 길을 안내해 주기 때문에 초행길인 사람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숲이 우거진 산길은 정비되지 않은 곳들이 몇 군데 있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저수지와 바다를 나누는 둑길에 저어새와 바다새들이 앉아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볼음도길에는 두 개의 보물이 있다. 하나는 800년 된 커다란 은행나무이고, 다른 하나는 조개골해수욕장이다. 볼음도 저수지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둑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서도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4호로 크기가 굉장하다. 조개골해수욕장은 이름 그대로 조개가 많기로 유명한데, 근처 민박집들을 통해 예약하면 유료로 갯벌체험도 할 수 있다. 날씨가 좋다면 환상적인 노을을 구경할 수도 있다.
매물도에서 바라보는 한적한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5코스 매물도 해품길
통영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소매물도는 북적거리는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섬의 매력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첫 배를 타고 들어가 두 번째 배를 타고 나오면 섬에서 약 4시간 머물 수 있는데, 이 정도면 ‘매물도 해품길’(5.2㎞)을 호젓하게 걸을 만하다.
반려견과 함께 소매물도를 찾은 여행객이 매물도 해품길에서 발길을 멈추고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백패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폐교 운동장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도 괜찮다. 폐교는 경사가 심하지 않은 대항마을 쪽에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운동장에 들어서면 일찍 찾아온 여름 햇살 덕분에 만개한 수국과 멋진 바다풍경이 방문객을 맞는다. 한참을 걷다 보면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 원두막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쉬다 간다. 코스를 걷는 내내 쉬어갈 만한 곳과 인생 사진을 남길 포인트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