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고?
대화가 가능한 AI의 출현이 나왔다고 이 업계는 떠들썩하다. 그것은 ChatGPT라고 불린다.
Chatting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것은 혁신적이다. 왜냐면 문제에 대한 단순한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닌 이전의 대화 내용을 근거로 현재의 답을 낸다는 말이다. 대화의 내용을 숙지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기존의 컴퓨터는 전자계산기라는 등식을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계산기가 아니라는 말씀.... 그럼, 뭐일까?
1980년대 초기 거의 모든 이과생은 EDPS, 음담패설이라는 과목을 수강하도록 강요받았다. 음담패설이라니, Electronic Data Processing System의 약자이다. 컴퓨터라고 이야기하는 계산기는 사람이 말하는 계산을 하지 않는다. 다만 데이터를 처리할 뿐이고, 데이터를 읽는 방식을 용도에 따라 달리한다는 의미에서 EDPS라고 불리는 것 뿐이다.
예를 들어, 10 곱하기 10을 계산할 경우, 우리는 소위, 계산이라는 과정을 거치지만, 컴퓨터는 이런 명령이 떨어지면 10 들어 있는 방의 모양을 바꾼다. 쉽게 말해서 한 칸 왼쪽으로 옮긴다. 그리고 오른쪽에 비어있는 방에 0을 집어넣는다. 10을 넣어놨던 방을 읽으면 100으로 읽힌다. 데이터를 처리(프로세싱)할 뿐이다, 방의 위치, 방의 크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오래전 알파고가 등장하여 이세돌과 바둑을 두었다고 세간에 떠들었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알파고는 바둑을 둔 것이 아니고 흰 돌과 검은 돌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어진 규칙에 따라 지금 최적의 위치를 구하는 문제를 푸는 계산기에 불과하여, 알파고는 절대 바둑을 둔 적이 없음을 주장했다. (https://cafe.daum.net/NZCAFE/RjuT/19?svc=cafeapi)
그럼 ChatGPT는 어떠한가?
이것은 EDPS의 결정판처럼 들린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서(DATA라 부르자)를 모두 읽어 방에 넣어둔다. 그리고 여러 이 문서의 성격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별도로 보관한다. 그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천 수만 수백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서에서 나오는 단어의 순서나 연관 관계 등을 함께 보관한다. 이름하여 문서를 통해 언어의 규칙을 규명하는 것이다. 언어의 특징과 그 언어를 통해 내용을 입히는 과정을 모두 확률로 계산하고 그 결과를 물음에 대한 답으로 토한다. 물음도 그 문서의 일부가 되는 것이기에 대화라는 말로 ChatGPT라는 상품이 포장된다.
ChatGPT에서 "1+1=?"과 "일 더하기 일은 어떻게 되지?"라는 물음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앞의 계산은 ChatGPT가 할 수 없는 영역인데, 뒤의 물음은 ChatGPT의 영역이다. 그런데 누가 문서로 "일 더하기 일은 이다"라는 문서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답을 구할 수 있을까? 구할 수 있다. ChatGPT는 답을 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일 더하기 일은? 다음에 나오는 확률이 높은 단어를 찾는 것이 ChatGPT의 미션이기 때문이다. 확률의 영역에서 모르는 것은 없다. 단지 정답일 확률이 0에 가까울 뿐이다. 그럼, 자신이 내놓은 답의 확률을 함께 제시해야 바른 것이 아닐까?
ChatGPT는 대화하는 또는 연관된 단어를 나열하는 특화된 EDPS일 뿐이다. 알파고는 바둑에서 최적의 다음 수를 구하기 위한 계산기인 것처럼, 이놈도 한 분야에 특화된 것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속도"에 있다. 알파고의 등장에도 언급했지만, 속도는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그만큼 컴퓨터의 처리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거기에 병렬처리까지 가능하게 설계했다면, 그것은 비용의 문제이지 연산속도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이 속력이고 속도이다. 돈은 돈이 나오지 않는 곳이면 절대로 그곳을 향하지 않는다.
그럼 ChatGPT의 출현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확률 치를 통해서) 스스로 답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은 장족의 발전이다. 더구나 그 대화의 대상이 인간이 아니고 또 다른 AI일 경우 이야기의 방향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알파고와 같은 특수 기능을 가진 AI가 수없이 있다고 치자. 그 AI 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상위의 컨트롤러 격으로 ChatGPT가 자리를 잡고, 주어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하위) AI를 찾아 (API를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면, 이는 항간에 떠도는 AI의 넘어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프로그램에 몸을 입힌다면?
이 흐름을 조정하는 단 하나의 동력은 지금까지는 "돈"인 듯 보인다. ChatAPI를 만든 openAI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기업보다도 돈이 동기이고 동력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 이 세상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돈"만은 아닌데, 이를 거스를 집단이나 힘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 대중은 그저 분주하기만 하다.
인간은 그저 분주하기만 하다.
* ChatGPT는 4.0까지 나왔다. 사용해보지 못했다.
* 나의 AI 지식은 조악하다. 학부 시절 prolog, smalltalk 등과 연관되어 잠시 귀동냥했던 것이 전부이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전문가께서 쓰신 글이네요. 좋은 이해 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