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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본격적인 추출을 시작한다. 추출의 방향은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다가 다시 밖에서 안으로 좁혀오는 식이다. 수평(레벨링)을 맞춘 원두 가루에 균일하게 물이 침투해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내릴 수 있다. 원두의 향미와 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물줄기를 가늘게 하면서 천천히 2-3회 더 추출을 한다. 추출 시간은 3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너무 오래 내리면 커피의 좋은 성분은 다 빠져 나가고 좋지 않은 맛까지 내려 갈 수 있어서다. 마지막 추출수가 다 빠지기 전에 드리퍼를 뺀다. 신선한 원두는 추출을 할 때 부풀어 오른다. 원두에 뜨거운 물을 넣으면 봉긋하게 발효된 것처럼 올라온 부분을 나는 '커 피 빵'이라고 부른다. 추출을 할 때면 '오늘은 빵 없나?'하고 들여다 보게 된다. 맘모스 빵이나 모카번이 떠오르는 귀여운 모습이다. 선생님은 이 부분을 '거피 머핀'이라고 불렀다. 커피 빵이 도톰하게 올라오는 걸 보면 원두를 잘 추출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서버에 한 잔에서 두 잔 분량의 커피가 담긴다. 여기서 꼭 빼먹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커피의 성분이 가장 많이 추출된 첫 부분과 나중에 내려온 커피층을 잘 섞어주는 교반 작업을 해야한다. 휘휘 저어주는 이 마지막 포인트가 핸드드립을 완성하는 소리이다. 집에서 매일 핸드드립을 하기 때문에 수업이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학원 수업을 통틀어 핸드드립이 가장 재미있었다. 만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보다 같은 원두로 같은 양을 추출했는데 각자 다른 맛과 향미를 만드는 게 흥미로웠다. 다들 서로의 커피를 마셔보고 떠오르는 맛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군옥수수 향이 나기도 하고, 초콜릿 향미가 느껴지거나 오렌지 귤껍질을 말린 것 같은 산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나는 아직 향미를 세분화해서 맛을 표현하는 데 미숙하지만 선생님은 사람들이 만든 핸드드립의 맛을 다양한 향미로 평가했다. 커피를 만들고 맛보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레 맛에 대한 감각도 예민해 질 것이다.
며칠 전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는데 자동 핸드드립 머신에서 커피가 나오고 있었다. 손으로 내릴 때와 비슷하게 가는 물줄기가 자동으로 원을 그리면서 흘러나왔다. 추출구가 세 개나 있는 자동 핸드드립 머신이라니.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보니 2천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기계가 해줬는데 맛도 좋았다. 그렇지만 핸드드립 기계는 아직 어색하다.
따뜻하게 마시기 위해 워머 위에 서버를 올려둔다.
느리고 자유로운 커피,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을 앞에 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승연님의 글을 발췌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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