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면서 보낸 하루였다.
9시30분 집을 나섰다.
이미 봄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달래 ,개나리 ,벛꽃은 이미 지고 재비꽃, 철쭉이 만발하고 더위가 조금씩 느껴지는 때 떠나는 여행이다.
장기 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 가장 실감 나는 점이 계절의 변화이다.
지난 여행에서는 가을 단풍이 한창 일 때 떠났던 여행이 돌아올 때는 이미 겨울은 다 지나가고 봄을 기다리는 때었다.
1시10분에 이륙한 러시아 항공 에어 프로트는 대부분이 한국인 승객이다.
승객 대부분이 한국인이여서 두 번의 식사와 몇 잔의 와인을 마시면서 국적기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9시간 비행 후 모스코바에 도착한 시각이 4시이다. 서울보다 시차가 6시간 빠르다.
생각했던 것 보다 공항 규모가 작다.
하늘에서 본 모스코바는 숲이 많은 평원에 있는 도시이다. 높고 곧게 자란 숲은 아직은 회색이 많이 보였다.
이 곳은 지금 막 봄이 오고 있는 셈이다.
한국 시각으로 밤10시가 이 곳 시각으로 한낮인 4시인 셈이다. 환승시간은 약 3시간 30분이다.
7시46분 모스코바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항공 파리행 비행기는 처음 예고한 31번 게이트에서 26번으로 변경되었다. 약 3시간을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니 다시 31번 게이트라는 안내 방송을 한다.
그 동안 무리지어 움직이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뭔가 어수선하다.
파리행 비행기는 작은 항공기에 빈 좌석이 반 이상이다. 그 많던 한국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모스코바를 경유해 동유럽과 지중해 연안 국가로 가는 여행객이 많았다.
10시40분 파리 드골 공항 도착.
큰 규모에 비해 출국 하기위해 이동하는 거리가 짧다. 입국심사 , 검문 검색 그리고 짐을 찾는 곳이 바로 이어진다.면세지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청사가 텅 비어있다.
모든 상점 , 안내소 , 환전소까지 모두 닫혀있다.
창가 의자에 몇 사람만 덩그러니 앉아있다.
길을 물어 볼 사람이 없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제복 입은 젊은이에게 힐튼 호텔을 물어 볼 수 있었다.
친절하게 한참을 걸어 전철이 내려다 보이는 곳까지 우리를 대려다 주었다.
수지엄마 이럴 때면 항상 미소를 지으면서 you are very kind person 이라고 인사를 한다. 복많이 받게나 친절한 친구.
공항 전철을 타고 두 정거장이라고 한다.
무료셔틀인 셈다.
호텔 그리고 공항주차빌딩을 연결하는 총 5정거장 뿐인 셔틀이다.
무려 일박에 21만원하는 4성급 호텔이다.
성수기에는 이 작은 방이 60만원이란다.
본전 생각에 더운물을 받아 샤워하고 자리에 누우니 몸은 노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
계산해 보니 17시간을 자지 않고 이동한 꼴이다.
서울 러시아간 9시간, 레이오버 4시간, 다시 모스코바에서 파리까지 4시간 총 25시간을 깨어 있었다.
생체 리듬이 맞지 않아 꼬박 눈만 감고 아침을 맞았다.
파리에서 보낸 첫날은 이렇게 하얀 밤이 되어 버렸다. 유럽에서 첫밤인데. 밤답게 보냈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종일이가 예약해준 덕에 호사 하면서 첫밤을 보냈다.
처음 우리 계획은 공항에서 아침까지 노숙을 한 후 새벽 차로 생장피르포르로 갈 생각이었다.
파리 날씨는 서울 보다 몹시 춥다.
전날 눈이 조금 왔다고 한다.
청사에서 노숙하지 않길 잘했다.
전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