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무겁게 왜 들고 다녀요?” 전공책 대신 스캔 파일
[핫코너] 대학 강의실 가보니 21명 중 20명이 노트북·태블릿
“책 무겁게 갖고 다닐 필요 없다”
스캔 해서 파일로 바꿔 저장, 복사집 대신 스캔 가게만 북적
이해인 기자 구영완 인턴기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입력 2022.03.21 03:43 조선일보
이달 초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학교의 한 강의실. 학생 21명이 앞에 선 교수의 강의에 귀 기울이며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트에 뭔가를 쓰는 학생은 단 1명이었다. 나머지 20명은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PC를 책상에 올려둔 채 자판을 두드리거나 전자 펜으로 필기를 했다. 이 수업은 2권의 전공 도서를 교재로 쓰는데, 책상 위에 책을 펴놓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수업을 듣던 2학년 학생 손모(20)씨는 “전공 책을 무겁게 가방에 싸들고 다니는 것보다 스캔을 해서 파일로 바꿔 태블릿PC로 보는 게 편하다”고 했다.
대학가에서 종이 노트나 종이 책을 쓰는 학생들의 모습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 없는) 캠퍼스’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학을 다니는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각종 콘텐츠를 읽고 보는 게 익숙한 데다 코로나 2년간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전자 기기를 활용한 것이 이런 경향을 가속화했다.
요즘 대학 주변에서는 과거와 달리 인쇄소나 복사집 대신 스캔 가게가 북적인다. 전공 책이나 참고 도서를 들고 다니는 대신 필요한 부분만 스캔해 태블릿PC나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해두고 다니는 게 일반적이 됐다. 대학생 이모(22)씨는 “개강 전에 이번 학기 사용할 전공 책 6권을 구입한 후 전부 스캔해서 파일로 바꾸고 종이 책은 다 버렸다”고 했다.
이달 초 군 복무를 마치고 2년 만에 복학했다는 대학생 신범호(24)씨는 개학 전 110만원을 주고 태블릿PC를 하나 구매했다. 신씨는 “1학년 때만 해도 교내 복사실에서 출력물을 뽑거나 절판된 전공 책을 제본(製本)하는 일이 많았는데 복학해보니 문서 파일로 공부하는 식으로 흐름이 바뀌었더라”며 “3~4년 전만 해도 전공 책과 노트, 필통을 가방에 넣어 다니는 사람이 많았지만, 나도 요즘엔 가벼운 에코백에 태블릿과 전자펜 하나만 들고 등교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도 종이 책보다 전자책 등을 이용하는 사례가 더 많다. 전국 대학 도서관의 현황을 조사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따르면, 대학 재학생 1인당 종이 책 대출 권수는 2011년 8.3권에서 지난해 2.3권으로 줄었다. 반면 1인당 전자 자료 이용 건수(상용 데이터베이스 이용 건수)는 2011년 130.8건에서 지난해 277.1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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