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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 눈꽃피정 소중한 첫 만남
정유년 올해 1월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 동안 제주도 성이시돌 피정의 집에는 지난 해 이맘때처럼 전국각지의 사람들이 모인다. 농사꾼으로서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빛나는 삶을 살다 가신 성 이시돌 농부들의 수호자 상이 새파란 하늘에 반짝인다. 룸 메이트들과 짝지어 들어가 정해진 방에 여장을 풀고, 대강당에서 심호흡들을 하며 친교로 피정을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근사한 꽁지머리의 김연수 안드레아 피정의 집 실장님이 기타를 둘러메고 만남의 장을 펼치신다. 먼저 마음을 여는 가벼운 노래와 어깨 두드려주기 앞 뒤 옆 사람들과 스킨 쉽의 웃음들이 무척이나 상쾌하다.
"박수 세번 시작!!!"
"짝짝짝, 사랑합니다.♥"
두손 머리 위에 올려 하트 표시를 순수하게 따라하는 모습 또한 상큼하다.
원장수녀님의 반갑다고, 뜻 깊고 행복하게 피정에 임하자는 인사에 이어, 132명 참가자들 그룹 및 각자 소개의 시간이다. 힘든 사람 봉사하는 복지관팀, 레지오 1000회 기념팀, 대입 축하 아들 가족팀, 수술 앞둔 가족팀, 어떤 연구원 원장님과 함께 온 직원연수팀, 성당 레지오팀, 성당 각종 모임팀, 실버타운 세자매팀, 대모대녀팀, 유난히 많은 2인 모녀팀, 모자팀, 부부팀, 자매팀, 시누올케팀, 2인 3인 친구팀, 쌍둥이 듀오팀, 그리고 솔로들.....
드디어 이해인 수녀님이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 등장하신다. 오늘도 화사하니 건강하셔서 정말 기쁘다. 첫 강의 주제로 ‘기쁨’ 을 한껏 뿌려주신다. 우리는 ‘흰구름 수녀’ 아이디 해인 님의 시를 따라 읽고 나누어 읽는다. 스크린 속의 시화를 큰 소리로 낭송해가며, 기쁨의 세계에 서서히 빠져든다. 수녀님이 시를 쓰실 때의 생각, 그 배경 속에 가득 들어있는 기쁨을 발견하는 이 순간이 이리도 기쁠 수가 없다. 참 잘 왔다고 너도나도 고개들을 끄덕인다.
이해인 수녀님은 참자가 전원에게 줄 시집, 시카드, 시책갈피 등 귀한 선물을 참가자 특성에 맞게 골고루 미리 장만해 놓으시곤 당신의 강의 끝에 일일이 선물을 주신다. 도저히 아프신 분으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해인 수녀님의 미소는 피어나는 꽃이시다. 아픔을 속으로 삭혀내고 꽃이 피듯이, 우리 수녀님도 지금 아프신데 저리도 활짝 웃음꽃이시다. 성모님께서 자녀들 하나하나 돌보시듯 정성과 사랑으로 기쁨을 나눠주신다. 사과나무처럼 아낌없이 베풀어주신다.
산타크로스 할아버지 모습의 이어돈 미카엘 신부님께서 피정 참가자들을 위한 미사를 주님께 겸손되이 집전해 주신다. 피정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주님께 맡겨보라는, 설렁탕처럼 평범하지만 아주 진한 국물같은 말씀이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되는 한 울타리의 구성원임을 깨닫는다.
식사 후 두 번째 이해인 수녀님 강의는 '시대를 비추는 등불' 이란 제목의 마더 데레사 성녀이야기 영화감상이다. 지금 73세의 이해인 수녀님이 49세 젊은 시절, 한국 신자를 대표하여 인도로 가셨을 때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고 아끼며, 평생 봉사의 삶을 살다 가신 마더 데레사 성녀 살아생전의 모습이 가슴을 울린다. 가난하고 헐벗은 병든 이들과의 생생한 인도 삶의 체험 현장 속을 들어가 본 이해인 수녀님은 경탄하신다. 마더 데레사의 신의 경지에 가까운 하느님 사랑, 사람을 끔찍히 아끼시는 너무도 인간적인 사랑, 그 실천의 증거들을 화면 속에 담으신다. 옛 영화로 스크린 속 화질은 나쁘지만, 인도체험 속 젊은 이해인 수녀님의 마더 데레사를 따르려는 순박한 모습과 해박한 영어 인터뷰는 대단히 감동적이다. 마더에게 헌정하신 수녀님의 시 낭송 일련의 모습들에 우리는 은총의 눈꽃송이로 피어난다.
2. 둘째날 은총의 순례와 자연 순례 행진
눈이 올 것 같은 그리움 가득한 피정의 집 마당으로 모두 나온다. 마당 한구석에는 겨울도 아랑곳 않고 피어난 작은 이름 모르는 노랑꽃에 생명력이 빛난다. 노동 농민의 주보이신 이시돌 성인님의 숭고한 뜻을 기려 세운 성이시돌 센타에서 그분의 생애, 업적, 센타의 건립과 역사, 하는 일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살펴본다. 피정의 집 신앙의 샘이 솟는 ‘새미 은총 동산’ 으로 가는 길엔 옷을 다 벗은 나무가 하늘 향해 겸손하게 마음을 열고 있다. 제주만의 초록 너른 들판 초원에서 이시돌 목장의 소중한 종마, 백마들이 우릴 반긴다. 함께 하는 피정참가자들 중 엄마가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따스하다.
지난 해에 이어 다시 또 체험하는 새미 은총의 순례동산. 자꾸만 흐려져가는 내 신앙의 등불을 켜고 싶은 간절한 마음의 장소이다. 이곳에 와 마음을 다하고 깨달음이 있을 때에는 그리도 감동을 받고는, 은총동산을 내려오기만 하면 왜 그리도 행복하고 착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무뎌지는지......
예수님이 홀로 기도하셨던 갯세마니 동산에 서본다. 유다의 예수님 입맞춤 그 배반의 그림자, 산상설교의 찬란히 빛나는 쳐든 손끝, ‘라자로야 나오너라!’ 무덤 체험의 서늘함을 느낀다. 물 위로 나를 믿고 걸어오라고,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되게 하리라 하시는 말씀을 듣는다. 예수님과 함께 몸과 피 최후의 만찬 자리에 앉아보고, 진실로 행복하여라 진복팔단을 되새긴다.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의 기적을 읽고, 예수님이 씻겨주신 내 발의 깨끗함을 느끼는 은총 동산의 무수한 체험들로 값진 신앙의 옷을 입는다. 새빨간 먼나무 열매가 한창 신선한 새미 은총동산을 예수님과 함께 걸으며 예수님의 손길과 숨결을 느껴보는 순간이다. 더 할 수 없는 따스함이 온 몸에 가득 채워진다. 온통 주님만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해진 지금 절대로 주님을 떠나지 않으려는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나도 정말 뜨거워질 수 있음에 한없이 기쁘다.
예수님의 생애와 업적, 그 교훈적인 기적들의 체험 현장에서 나를 성찰하고 돌아본 후, 우리는 주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고자 십자가의 길로 이동한다.
"어머님께 청하오니, 제 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나로 인해 무참히 당하시는 십자가의 길 15처 뼈저린 고통들을 되새겨보려 한다. 그 날카로운 가시관, 너무도 큰 대형 십자가, 못 박힌 손과 발의 자국들, 성모어머님 극도의 인내와 간절한 기도, 고통 속 예수님의 손과 발, 예수님의 옷에 몸을 기대어본다. 내 잘못, 내 거짓, 내 가식, 내 오만, 내 무관심 등이 나를 찌른다. 주체할 수 없는 반성의 솟구침으로 끝내 눈물이 흐른다.
"용서해 주세요. 주님, 정말 많이 잘못했어요. 다시는 다시는......"
눈물을 훔치고 나오는 피정 참가자들은 숙연하다. 버스 안에서도 조용히 기도 속이다. 버스는 우릴 제주 1,100고지 습지에 내려놓는다. 눈꽃피정이라고 눈꽃을 기대하지만 그날의 제주는 참 포근하다. 대신 웃음꽃이 활짝들 피어난다. 눈은 이미 다 녹아 흔적만 남은 채, 살짝 얼음이 핀 습지 위에서 까만 까마귀들이 엄마를 찾는지 애절하게 울며 날아다닌다. 멀리 한라산이 뽀얗다. 천백고지를 지키는 백록담의 백록상 하얀 사슴이 산딸나무 아래 서서 아직도 애잔하다. 나무 데크로 좁은 길에 한명씩 지나가면서도 대화는 끝이 없다. 조용한 묵상으로 잠시 걷는 이들도 생동 생명 자연의 맛에 감탄한다. 기쁨이 넘치는 이들은 콧노래에 주님 찬미 우렁찬 노래까지 환희도 가득하다.
웃음꽃 만발한 빨강 주홍 노랑 하양 겹겹의 동백꽃 천국인 '카멜리아 힐' 에 들어선다. 온 들판을 물들인 붉은 동백에 사랑하는 마음들이 여기저기 떠다닌다. 이해인수녀님도 붉게 익은 동백꽃이 되시어 함박웃음꽃으로 사람들 곁에 계신다. 너도 나도 꽃이 되고 지천에서 사랑의 꽃으로 물든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답고 세상은 참 행복하다. 행복의 풍선들이 동동 떠다닌다. 제주 눈꽃피정은 이런 아름다운 세상의 행복감도 얻어간다.
3. 셋째날 거듭난 우리들의 아름다운 이별
전날 저녁 참회의 눈물 속 자비의 예수님께 기도 드린 붉은 빛 속의 예수님이 끝도없이 우리를 향해 따스한 시선을 보내주신다. 아침 일찍 성클라라 수도원에서 의미 깊은 파견미사를 하고 나온다. 우리는 이해인수녀님과 싼타클로스 신부님과 다함께 모여 앉아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성이시돌 피정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하늘빛이 맑아서 저 멀리 눈덮인 한라산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마지막 안간 힘의 억새풀도 햇살에 빛난다.
아침식사 후 우린 바다를 보러 나간다. 코발트 빛과 블루 사파이어 빛깔을 한번에 볼수 있는 바다는 이 곳 제주 한담 해안로 아니면 없을 것 같다. 하늘 빛도 블루에서 라이트 블루로 바다의 빛깔과 하나로 어울려 자연의 빛을 온통 한몸에 받는다. 그 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에 하얀 모래밭 속살들의 울렁거림이 파도로 물결로 넘실거린다. 숭숭 뚫린 검은 형형의 바위 표상들 용바위, 하마바위, 호랑이 바위들이 진한 제주의 느낌을 통째로 보여준다. 쏟아지는 햇살과 시원한 바람, 넘실대는 파도에 아픈거 힘든거 속상한거 다 토해낸다. 바다랑 하늘이랑 파도랑 바람이랑 친구되어 돌아온다.
하얀 모래밭을 손잡고 거니는 사람들, 소곤소곤 이야기하며 벤치에 앉은 사람들, 바다를 바라보며 추억에 젖는 사람들, 모래밭 조가비들을 줍는 사람들.....
"그대로 자연스레 걸어오세요,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세요, 살아있음을 느끼도록 날아 오르세요, 공중부양으로 힘껏 뛰어 보세요."
바다를 배경으로 한 모든사람이 아름답다. 모두가 근사한 영화 속 주인공이다. 사진앵글도 표정들이 좋아서 잘 찍힌다. 나도 신이 나서 셔터를 마구 마구 발사한다.
이해인수녀님과의 세번째 만남 강의는 눈꽃피정의 마무리 시간이다. 미리 오셔서 또 베풀어주고 싶으신 수녀님은 테이블 가득 선물들을 펼치신다. 수녀님의 지치지 않는 표정 속 웃음은 '동백꽃에게, 동백꽃 연가' 에 그대로 담겨있다. 동백꽃이 필때도 질때도 우리는 늘 동백꽃 시인 이해인 수녀님을 기억하고 기도할 것이다. 그 바쁘신 분이, 그 아프신 분이 피정 끝자락에 '사랑의 송가' 노래에 맞춰 정성되이 곱고 예쁜 율동으로 우리에게 또 하나의 웃음을 선물해주신다. 눈꽃피정의 소감을 생생히 발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듣는이도 떨린다. 모두가 감사와 은혜가 넘침을 알기에 조용히 자신을 반추하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원장수녀님과 진행하는 이들의 감사인사에 우린 더 큰 고마움을 안고 박수로 화답한다. 진정 거듭나는 스스로에게 감사와 은총으로 율동 성호경을 겸손되이 바치고 나니, 2017년 눈꽃피정의 막이 내려진다.
안내 게시 보드에는 감사의 즉흥글, 이해인 수녀님을 사랑한다는 글들이 꽃처럼 활짝들 피어난다. 참으로 뜻깊고 무엇보다 소중했으며, 아름답고 값진 진실된 피정이었음을 너도 나도 느낀 우리들이다. 내년 이맘때 또 다시 2018눈꽃피정에서 만남을 기약한다. 주님이 우리 보시고 얼마나 또 흐뭇해 하실까?
첫댓글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는 법이기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보내려
나를 다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