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지식의 원전 2. 인체로의 여행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참고 사항) 파란 글씨는 편저자가 쓴 글이고, 아래 검정 글씨는 원저자의 글이다.
1543년은 근대 과학이 태동한 해로 유명하다. 코페르니쿠스의 저서 『행성의 운행에 관하여 On the Revolution of the Heavenly Spheres』와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의 『인체의 조직에 관하여 On the Fabric of the Human Body』(일반적으로 라틴어 제목인 『패브리카 Febrica』로 알려져 있음)가 바로 그해에 발간되었다. 근대 해부학의 기반이 되었던 베살리우스의 책에는 티티안파 미술가들의 멋진 그림과 인체의 동맥, 정맥, 근육, 그리고 신경을 보여주는 베네치아 목판 기술자들의 훌륭한 배나무 목판이 포함되어 있다.
유복한 벨기에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베살리우스(1514~1564)는 당대 최고의 의학 교육을 받고, 루뱅과 파리에서의 연구 활동을 거쳐 23살에 파두아 대학의 해부학 교수가 되었다. 그는 16세기 의학계를 풍미했던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렌의 잘못된 해부학 지식을 타파하는 데 공헌하였다. 갈렌의 해부학 지식은 대부분이 동물의 사체에서 얻어진 것이었으며, 베살리우스가 연구 활동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인체의 해부에 대해서는 강한 편견이 있었다. 루뱅에서 그는 인간의 뼈대를 만들기 위해 도시 외곽에 있는 처형장에서 죄수의 시체를 훔치기도 했다.
심막 내의 체액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처형장 주변에서 기다렸다가 사형수가 거의 죽어갈 때 그의 뛰고 있는 심장과 허파, 그리고 나머지 내장을 가져가기도 하였다. 그가 파두아에 정착하자 파두아의 시장은 그의 해부학 강의 시간에 맞추어 처형을 집행하였고, 교수대에서 방금 처형된 시체를 그에게 제공하였다고 한다.
외과 의사인 이발사를 시켜 인체를 해부하도록 하고는 멀리 떨어져 앉아 바라보기만 하던 선배 교수들과는 달리, 그는 자신이 직접 해부하곤 했다. 『패브리카』의 표지에는 모계사회에 대한 남성의 정복을 강조라도 하는 듯, 남자 구경꾼들에 겹겹이 둘러싸인 그가 발가벗겨진 채 해부된 여성의 복부 장기를 만지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베살리우스는 이 여자가 처형 전 집행관에게 임신 중이라는 거짓말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독일 학생이었던 발다사르 헤슬러 Baldasar Heseler가 쓴 베살리우스의 첫 번째 공개 해부학 강좌 참관기가 아직도 남아있다. 1540년 볼로냐에서 개최된 이 강의에는 3명의 인체 해부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마지막 강의에서는 살아 있는 개를 해부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발췌문이 기술하고 있는 강의의 마지막 부분에 베살리우스는 학생들에게 심장이 수축하면서 피를 폐동맥으로 보낸다는 점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가진 의문에 이미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 점을 주의 깊게 듣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침내 그는 개를 끌고 나왔다(이 개는 이 강의에서 해부당하는 다섯 번째나 여섯 번째쯤 된다). 그는 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작은 말뚝에 묶고, 턱도 묶어서 물지 못하도록 한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 이제 우리는 이 살아 있는 개를 통해서 신경계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신경이 손상되지 않은 개는 잘 짖지만, 내가 어떤 신경 하나를 잘라버리면 짖는 소리의 반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머지 하나도 잘라버리면 개는 전혀 짖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이 개를 해부하여 재빨리 동맥 근방의 신경을 찾아내었고, 이후 모든 것은 그가 말한 대로 되었다. 그가 이 신경계를 완전히 잘라내었을 때 개는 전혀 짖지를 못하고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계속해서 그는 “이 개가 아직도 물 수 있으니, 턱을 꽉 잡고 풀어주지 말라”고 말하고는 “이제 마지막으로 심장을 보여주겠습니다. 내가 여러분들에게 심장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한 손으로 장골 근처의 박동을 느껴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확대될 때 동맥이 수축하는지 아니면 그 둘이 같은 움직임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십시오.”라고, 말했다.
나는 그 개의 심장이 어떻게 박동하는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개의 심장이 움직이지 않았고, 개는 그렇게 죽어갔다. 그곳에 모인 광기 어린 이탈리아 학생들이 서로 개를 자기들 쪽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에 아무도 심장과 동맥을 움직임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다. 몇몇 학생들이 베살리우스에게 이들이 정말로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베살리우스 자신은 동맥이 심장과 같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나는 여러분에게 내 의견을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그 움직임을 느끼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항상 그가 친절하게도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불평했다.
앤드류 마블 Andrew Marvell의 <영혼과 육체의 대화>에서 뽑은 이 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17세기 시인들이 갖고 있는 인체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는 베살리우스의 해부학 그림이나 범죄자의 처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베살리우스처럼 마블도 심장이 두 개의 심실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베살리우스는 우측 심방을 대정맥의 출구로 간주했고, 좌측 심방은 폐동맥의 일부분으로 생각했다.
아, 누가 이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끌어올려 주려나
겹겹이 결박된 한 영혼을?
신경과 동맥, 정맥의 사슬에 엮인 채로
매달아진 한 영혼.
서로 쪼개진 것도 모자라
텅 빈 머리와 두 겹의 심장으로 고문당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