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에 서당이 처음으로 생겼을때의 일이었다 그당시 마을에는 훈장이 될만한 사람이 하나도없어 훈장을 다른 지방에서 모셔 올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을에서 이백리나 떨어져있는 마을에서 훈장을 모셔오게 되었는데 훈장의 이름은 황금색 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황금색 훈장은 눈병이 있어서 언제나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다녔으므로 마을에 어떤노인이 어느날 훈장에게 농담삼아 훈장의 눈은언제나 족제비 똥누듯 하고있으니 어찌 된일이요 하고 말한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농담이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자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훈장을 황서랑 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되었다 족제비를 한문으로 황서랑 이라고 하는데 훈장의 성씨가 마침황씨 인데다가 눈이 족제비 똥누듯 보였으므로 황서랑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황서랑은 성품이 소심 한데다가 마음은 워낙착해서 누구하고도 다툼한번 해본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남모르는 고민이 하나있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신에비해 젊고얼굴이 예쁜 마누라가 외방남자와 가끔바람을 피우는 일이었다 마누라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어느 남편에게나 열받는일이 아닐수없다 훈장 황서랑이 만약성미가 괄괄한 사내였다면 바람을 피우는 마누라를 사정없이 두들겨패서 한여름에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질은 물론 바람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까무러칠 정도로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마누라의 주리를 틀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훈장 황서랑은 마누라를 인정사정 없이 두들겨팰 정도로 모진성품이 안되었기에 언제나 말로만 마누라를 타일러왔다 그러니까 마누라는 남편을 얕잡아보고 바람피우는 버릇을 좀처럼 고치려고 하지않았다 남편도 마누라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장을 목격한것은 아니기에 그냥 모른척하고 지내고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훈장이 어느날 고향에 다녀와야 할일이 생기자 마누라의 일이 새삼스럽게 걱정되었다 그것은 자기가 집을비운때 마누라가 사잇서방을 어엿하게 집에까지 불러들이지도 모르겠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훈장은 며칠을두고 고민을 하던끝에 마누라에게 이렇게 말을했다 내가 갑자기 볼일이 생겨 고향에 며칠 다녀와야 하겠네 내가없는 사이에 임자가 무슨짓을 할지몰라 여간 걱정스럽지 않네그려 이일을 어찌했으면 좋겠나 ? 마누라는 그말을듣고 남편을 원망하듯 이렇게 나무랐다 볼일이 있거든 얼른 다녀오세요 나혼자 있기로 무슨 걱정이예요 아무 걱정말고 빨리 다녀오기나 하세요 아니야 암만해도 임자의 행실을 믿을 수가없어 마누라는 그말을듣고 펄쩍뛰었다 당신 마누라를 그렇게나 못믿는 경우가 어디있어요? 나를 그렇게나 못믿겠거든 차라리 내손과발을 꽁꽁 묶어놓고 다녀오시면 될게 아니겠어요 그럴듯한 대답이었다 바람을 피우는 여자일수록 머리가 영리한 법이어서 엔간한 남편은 대꾸하는 마누라의 말을 당해내지 못하는 법이다 훈장은 그말을듣고 고개를 설래설래 내저었다 예끼 이사람아 ! 손과발을 묶어놓으면 밥은 어떻게 지어먹고 뒷간은 어떻게 다닐것인가 ? 훈장은 마누라를 향해 이렇게 말을하는 순간 번개같이 머리를 스치는 묘책하나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훈장이 하는말이 마누라 좋은 수가있네 임자가 내게 의심을받지 않으려면 임자 불구덩이 양쪽에 그림을 하나씩 그려 놓기로하세 그렇게만 해놓으면 임자가 아무리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그림이 지워질까봐 바람을 못피우게 될게아닌가 고작 생각해낸 묘방은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뭐든지 좋으니 당신이 하고싶은 대로하세요 마누라는 의심 받는것이 불쾌한듯 즉석에서 승낙했다 그리하여 훈장은 마누라를 자빠뜨려 놓고 두다리를 활짝벌리게 한뒤에 옥문좌우 언덕에 그림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림이란 것은 한쪽 언덕에는 조(栗)이삭을 하나 그리고 반대편에는 누워있는 토끼를 한마리 그려놓는 것이었다 이렇게 그림을모두 그려놓고난 훈장 황서랑은 안심하고 고향으로 떠나갔다 훈장이 집을떠나자 평소에 훈장 마누라와 정을 통해오던 놈팡이가 가만 있을턱이 없었다 놈팡이는 그날밤으로 정부를 찾아와 그늙은이가 고향길로 떠나갔다니 이제야말로 우리 세상일세 그려 오늘밤부터 마음놓고 뿌리가 빠지도록 즐겨보세 하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훈장 마누라는 손을휘휘 내저으며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앙~ 돼요 ! 어~떤 일이있어도 앙~ 돼요 그러자 잔뜩 열이오른 놈팡이는 화를벌컥 내며 안되다니 그게무슨 소리야 ? 이제부터는 나를 가까이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내가왜 당신을 가까이하고 싶지 않겠어요 당신품에 안기고 싶은마음은 당신보다도 내가훨씬 더한데요 그런데 어째서 정을 나누려고 하지않느냐 말이야 아무리 정을나누고 싶어도 그것만은 앙~ 돼요 ... 당신을 가까이 했다가는 나는 꼼짝없이 이집에서 쫒겨나게 되는걸요 그동안 당신과 정을무수히 나눠 왔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쫒겨날까 두렵다는 것은 무슨소리야 ? 영감쟁이가 별안간 들이 닥칠까봐 무서워 그러나 그런건 아니에요 볼일이 있어서 고향에 갔으니까 그점만은 안심이에요 그런데 어째서 정을나누지 못하겠다는 말인가? 속시원히 모든것을 탁털어놓고 말해보라구 그러자 훈장 마누라는 놈팡이에게 모든것을 사실대로 털어 놓을수 밖에없었다 그러면서 벌떡 뒤로누워 치마를 활짝젖히고 양다리를 활짝벌려 남편이 불구덩이 양쪽에 그려놓은 그림을 직접보여 주면서 이렇게 타일렀다 영감이 이렇게 방비를 해놓고 고향길로 떠났다오 그러니 우리가 만약 장난을치면 그림이 지워져 버릴게 아니겠어요 그렇게 그림이 지워지는 날이면 나는 이집에서 쫒겨날밖에 없지않아요 놈팡이는 그림을 바라보다가 그말을듣고 크게웃었다 하하하 이그림은 한편에는 피이삭을 그려놓고 다른쪽에는 토끼를 그려놓았군 그래 이런 그림이라면 일단지워져 버리더라도 나중에 다시 그려놓으면 될게아닌가 놈팡이는 조이삭을 피이삭으로 잘못보고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어마 당신말을 듣고보니 그런방법도 있었네요 그렇다면 되요,되요,되요 어서 마음놓고 일을 시작해요 당신은 정력도 세지만 머리가 아~주 비~상한 분이에요 사랑이 마마자국도 보조개로 보인다 하던가 훈장 마누라의 눈에는 정부가 잘나 보이기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날부터 밤낮을 가리지않고 집안에 숨어들어 뿌리가 빠지도록 정을나눠 오다가 훈장이 돌아올날이 되자 놈팡이로 하여금 불구덩이 입구에 그림을 감쪽같이 그려놓게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서 완전범죄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훈장 황서랑은 예정된 날짜에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마누라는 남편 부재중에 못된짓을 저지른지라 죄책감에 유난스럽게 반색을하며 말했다 잘다녀 오셨어요 당신이집에 계시지않아 얼마나 쓸쓸했는지 몰라요 아응! 그러나 훈장은 어쩐지 마누라의 말이 미덥지않아 그동안에 아무일도 없었는가 ? 시큰퉁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물어보았다 그러자 마누라는 눈을 흘겨보며 남편을 이렇게 나무라는 것이었다 한때 유행하던 앙~되요 와 되요되요,되요의 원조는 그옛날 불당골훈장 황서랑의 마누라 입에서 처음 나온말 이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