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라마 'w'를 그제(5회)와 어제(6회) 두 번 보았네요.(다는 못 보았지만)
앞 부분은 못 본 탓인지 줄거리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경계와 관련하여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지난 번 방영되었던 '시그널'도 그렇지요.
만화 속의 인물과 현실 속 인물이 왔다갔다 하는 스토리와 또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장면을 보면
현재의 인간이 세계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즉, 인간의 만물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것(actor 또는 actant)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생태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의 관점과도 통할 수 있겠고요.
우리가 생각하고 알고 있는 많은 지식 체계와 상상 체계는 비과학적이고 허구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가상의 세계는 실질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단적으로 혈액형과 인성과의 관계, 별자리와 운명 등의 체계도 마찬가지고요.
수많은 종교와 믿음의 체계가 그러합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정의당이 세계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내용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각자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사드에 대한 다양한 관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6.25 전쟁 등도 어떻게 보면 물질 세계와 믿음의 세계가 결합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공간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죠.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고요.
드라마 'w'도 웹툰 속의 가상의 세계가 실재적인 힘을 갖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현실-가상현실’ 경계 허문 판타지 문화방송 드라마
등록 :2016-08-05 13:37수정 :2016-08-05 21:25
<더블유>(W·문화방송)는 웹툰 속의 인물과 현실의 인물이 두 세계를 넘나들며 겪는 사건을 담은 판타지 멜로물이다. 한효주, 이종석, 김의성의 연기가 빛나는데다, 두 세계의 넘나듦을 표현하는 시각효과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신선함을 안긴다.
최고의 인기 웹툰 <더블유>를 7년 넘게 연재해오던 오성무 작가(김의성)는 주인공 강철(이종석)이 죽는 것으로 엔딩을 그리려다 실종된다. 작가의 딸이자 의사인 오연주(한효주)는 웹툰 속 세계로 끌려들어가 강철을 만난다. 강철은 사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지만, 가족 살해범이란 누명을 쓰고 몰락했다가 엄청난 재력가가 된 인물이다. 진범을 찾기 위해 범죄 해결에도 앞장선 결과 국민적 영웅이 되었지만,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다. 홀연히 나타난 오연주에 의해 목숨을 건진 강철은 위기 때마다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는 오연주를 통해, 자신이 웹툰 속의 캐릭터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더블유>는 오연주가 웹툰 속 세계에서 겪는 사건들을 보여주며, 그것이 다시 웹툰으로 구현되는 신비를 보여준다. 어떻게 두 세계를 넘나드는 것이 가능한지 드라마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오연주와 강철이 자신의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려 애쓰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이 황당한 설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만화의 규칙을 떠올리는 오연주나, 맥락 없이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나름의 맥락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강철에 의해 웹툰 속 세계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중첩된 두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판타지가 어느새 납득된다.
<더블유>의 상상은 웹툰으로 대별되는 하위문화의 몰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상현실의 세계가 현실에 얼마나 깊숙이 침윤되어 있는지를 말해준다. 흔히 현실세계가 진짜이고, 텍스트 속 세계는 가짜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매체의 발전으로 생생하게 감각되는 가상현실을 접하면서,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희미해졌다. 더욱이 모바일을 통한 여론 형성과 관계 맺기를 통해 온라인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던 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하면서, 진짜와 가짜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웹툰, 게임, 사회관계망서비스, 인터넷 커뮤니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매일 접하는 세계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작용하며, 현실과의 접점을 지니기 때문에 더 이상 가짜로 치부될 수 없다. 즉 가상현실은 가짜가 아닌 또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 열풍이 보여주듯, 가상현실과 현실은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을 통해 접점을 형성한다. 포켓몬은 가상현실의 세계에 속하지만,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나의 의식과 몸은 현실세계에 속한다. 이러한 사유를 이어가다 보면, <더블유>가 제시하는 가상현실의 세계가 그리 낯설지 않다.
<더블유>가 흥미로운 것은 신학적인 질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강철과 오성무 작가의 관계는 인간과 신의 관계와 흡사하다. 강철은 그가 속한 세계의 영웅이다. 이유 없는 고난을 당하고, 엄청난 의지로 성공하였으며, 진범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작가는 초반에 그의 자살로 작품을 끝내려 했지만, 강철이 강력한 의지로 버텨 살아난다. 그는 작가의 피조물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신의 뜻에 맞서 운명에서 벗어난다. 그는 죽음 직전에 만난 오연주에게 “내 인생의 키를 쥔 사람”이라고 말한다. 강철이 손을 뻗어 당긴 오연주는 일종의 수호천사인 셈인데, 이를 단번에 직감하는 강철에게는 세계 너머를 인식하는 영적인 직관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을 교통사고로 죽이려는 신의 손이 잠시 쉬는 순간, 강철은 정지된 시간의 틈을 비집고 가까스로 살아난다. 살아난 그는 강렬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는데, 이는 자신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신에게 보내는 항의의 눈빛이다.
자신의 운명과 사건의 맥락을 고심하던 강철은 마침내 자신이 속한 세계의 허무한 실체를 알게 된다. 이때 강철은 ‘깨달음을 얻은 자’이고, 그 순간 그의 세계는 멈춘다. 그리고 그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 마침내 신과 대면한다. 그가 신과 나누는 대화는 흥미롭다. 신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나약한 존재였으며, 그가 찾아야 할 진범은 애초에 설정되어 있지도 않다는 무책임한 답을 들은 강철은 절망한다. 이후 드라마는 다음 국면으로 이월한다. 아무런 설정값 없이 신이 그려 넣은 진범의 존재에 의해 이야기는 다시 요동친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세계를 넘나들고 시공을 건너뛰면서 <더블유>가 들려줄 이야기가 무엇인지 몹시 기대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