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소설가 안정효 별세
등록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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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택 기자
향년 82…왕성한 번역 활동도
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씨가 지난 1일 별세했다. 향년 82.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소설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을 쓴 작가 겸 번역가로 왕성하게 활동해온 안정효씨가 1일 오전 10시 별세했다.
향년 82.
1941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동고, 서강대(영어영문학)를 나와 스물셋에 <코리아 헤럴드> 기자로 일했다.
자신의 말로 20대 때, 연애도 하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영어 소설을 읽고 번역하고 습작 원고를 썼다”고 한다.
이후 군 입대해 백마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어 앞서 일한 영어 신문에 글과 소식을 연재했다.
이는 뒷날 안정효를 작가로서 대중에게 맨 먼저 각인시킨 3부작 장편 <하얀 전쟁>의 ‘정지 작업’이 됐다.
제대 뒤 몇몇 언론사를 거쳐 <코리아 타임스>에서 문화부장을 지냈고 번역가로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1975년 번역한 콜롬비아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1982년 1회 한국번역문학상을 받은 존 업다이크의 <토끼는 부자다> 외
펄 벅의 <대지>,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
어윈 쇼의 <야망의 계절>,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 등 150종이 넘는 작품을 국내 소개했다.
번역은 ‘글쓰기의 자산’이 됐다.
안정효는
“소설가에게 가장 큰 재산인 경험”을 “실제 경험보다 책에서 더 많이 얻”기에 부러 “다양한 분야를 번역했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하얀 전쟁>을 뒤늦은 첫 등단작으로 출간한 뒤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미늘> <정복의 길> 등을 펴냈다.
<하얀 전쟁>은 미국으로 가 직접 영어로 번역 출간했다.
특히 이 작품과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 주한미군의 성범죄를 다뤄 쟁점이 되기도 했다.
집요한 자료 수집과 시간 관리로 소설, 번역, 에세이 등을 완성하기에 그밖의 사교나 대중 노출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17년, <하얀 전쟁>은 10년에 걸쳐 완성했다.
소설을 준비하며 안정효가 가장 탐독했던 책은 루돌프 플레시의 <잘 읽히는 글쓰기>,
그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면, 끝내라”였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자료를 모으고, 완성하려던 작품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4월엔 미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베트남 전쟁이 소재인 <조용한 미국인>을 번역해 국내 소개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기획된 오역사전’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안정효의 오역 사전>(2013)을 내놓기도 했다.
책에 담긴 3천여 편의 영화 자료, 2천개가 넘는 오역 사례에서 보듯 전문적 영화광이기도 하다.
주요 소설은 90년대 영화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얻었다.
<토끼는 부자다> 등 ‘토끼 시리즈’는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소설가·감독 천명관이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로 꼽았었다.
<밀크맨>으로 2020년 유영번역상을 받은 홍한별 번역가는
안정효가 번역한 <백년 동안의 고독>과 이윤기의 <장미의 이름>을 통해
“번역가도 하나의 훌륭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아내인 박광자 충남대 명예교수(독어독문)와 딸 미란, 소근씨가 있다.
서울 은평성모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 5시.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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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히 쉬시기를.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남기신 책으로 다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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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 성폭력 의혹 제기
등록 2022-01-03 18:36수정 2022-04-06 10:52
최재봉 기자 사진
최재봉 기자
미 리버폴스 위스콘신대 ‘한국의’해 교류 행사 당시
당시 대학 교류국장 책 펴내 주장…안씨 “협박받아” 반박
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씨.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81)씨가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 2017년 10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했다가 재미교포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미국 리버폴스 위스콘신대에서 한국교류국장으로 일했던 정영수(55)씨는 최근 출간한 <늦사랑 편지>라는 책에서 대학에서 열린 ‘한국의 해’ 행사 초청 인사로 현지를 방문했던 안정효씨가 자신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017년 10월2일 새벽 안씨가 자신이 자고 있던 방에 속옷 차림으로 들어왔다가 자신이 비명을 지르자 방을 나갔다는 것. 정씨는 ‘안정효의 마지막 이메일’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2016년 12월 초부터 10개월간 자신과 안씨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며 안씨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성적인 표현을 구사했다고 주장했다.책에 실린 안씨의 이메일에서는 정씨를 “사랑하는 영수에게”라 칭하며 “다음에 제주도 갈 때 같이 가고 싶어요. 제주도 어느 학교에서 강연이라도 하고, 이삼일 밤낮을 온통 둘이 연인처럼 손잡고, 끌어안고”라거나 “나 사실 가능하면 이번 모처럼 신혼부부처럼 영수하고 한 달이라도 같이 지내고 싶은 공상 많이 했어요”라며 사랑을 표현한 대목들이 보인다. 술에 취해서 쓴 듯 “난 마르고 닳도록 당신 미친 듯이 사랑할 거야”라는 말을 맞춤법에 맞지 않게 쓴 대목도 있었다.정씨는 “‘혼자 하는 마지막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절제의 거름망을 벗어났다. (…) 어느새 안정효 선생님의 ‘혼자 하는 마지막 사랑’은 폭력이 되어 있었다. 감정폭력,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이라고 썼다.이에 대해 안정효씨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정씨의 초청으로 미국에 갔고 학교 예산이 넉넉하지 못해 정씨의 집에서 묵게 되었는데, 첫날 시차 때문에 잠에서 깨는 바람에 강연 원고를 정리하고자 부엌의 스탠드를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려고 정씨의 방문 앞으로 갔을 때 돌연 정씨가 비명을 질렀다”며 “정씨는 방문을 열어 놓은 채 자고 있었고, 내가 방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으며, 속옷이 아닌 잠옷 차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날은 그대로 돌아 나왔고 이튿날 정씨의 집을 나와 호텔로 들어갔다”며 “호텔 비용은 물론 애초에 1천 달러라고 했던 초청 강연비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안씨는 “정씨는 30년 전부터 몇 차례 내 강연을 듣고 나를 존경한다며 행사에 초청했다. 행사 초청 이전에 네 번 한국에 왔는데 올 때마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꼴로 나와 만나 술을 마셨다”며 “술을 마시다가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로 가자고 해서 호텔 방에서 술을 마시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던 적도 두 번 있었지만 성관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초청 강연 행사 뒤 연락이 끊겼던 정씨가 지난해 2월 인쇄된 책 원고를 보내면서 딸들에게 알리겠다는 둥 협박을 했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빼고 이상하게 줄거리를 짜서 보냈더라. 나도 그 여성을 모델로 한 일종의 심리소설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을수 있는 소설들이 여러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운명을 달리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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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
당신의 족적은 한국문학사에 깊이 남을 것입니다.
현재 한국은 여전히 남한 내전중입니다. 슬픈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