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각종 의구심, 박근혜의 자괴감
요즘 하루 종일 듣게 되는 말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다.
그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구심’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은 과연 100만 촛불집회로 표출된 민심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대통령의 7 시간 행적에 대한 의구심’ 등등.
이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은 ‘자괴감’이란다. 박 대통령은 11월 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7일 수능을 본 고 3 학생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했는데,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출석도 안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편법으로 이대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보면서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응답했다.
내가 오늘 하려고 하는 말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국어에 관해서다.
여러분은 ‘농단’, ‘의구심’, ‘자괴감’ 등의 뜻을 잘 알겠는가? 나는 모르겠더라.
처음에는 ‘농단’을 ‘농락’과 비슷한 말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농단(壟斷/隴斷)’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이란다. 농락(籠絡)과는 뜻이 전혀 다르다. 그러니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란 ‘최순실이 국정을 통해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한 사건’이란 의미인 것이다. 이제 좀 알 것 같다.
의구심과 자괴감은 어떤가? 혹시 여러분은 ‘의구심’은 ‘궁금증’과 비슷한 말로, ‘자괴감’은 ‘괴로운 심정’ 정도의 뜻으로 지레짐작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사전에는 ‘의구심(疑懼心)’은 ‘믿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괴감(自愧感)’은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의구심의 구(懼)는 ‘두려워할 구’자이며, 자괴감의 괴(愧)는 ‘부끄러울 괴’자로 ‘괴롭다’는 의미는 없다.
그러고 보면 잘못을 저지른 박 대통령이 ‘자괴감’, 즉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저 열심히 공부한 것 밖에 없는 고 3 학생들이 ‘자괴감’을 갖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들의 심정은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분하다’, ‘화가 나 죽겠다’가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학생들은 ‘자괴감’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쓴 것일 테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싫다. 그 이유는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자괴감’이란 어려운 말을 하여, 명색이 교수인 나로 하여금 ‘내가 이런 말도 못 알아듣나?’ 하는 자괴감, 즉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들게 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 고3 학생들에게 그 뜻을 오해하여 오용하게 만드는, 비교육적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자괴감'이란 말 대신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고 했으면 좀 좋아? 어쩌다 보니 내가 제2의 최순실이 됐네,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있으니.)
따라서 나는 삐친 마음에 박 대통령에 대해 ‘그녀는 과연 국어를 사랑하는지, 한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지, 스스로 문장을 만들 줄 아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아니, '의심'이 든다. 나는 그저 '박 대통령이 우리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 그걸 '두려워하는 마음'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내 의심에는 나름 근거가 있다. 다음은 2015년 5월 12일 제19회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그런 말이 있듯이 우리의 집중을 자꾸 이렇게 분산시키려는 일들이 항상 있을 거다, 으레. 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핵심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을 정신을 차리고 나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걸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또 국무총리와 장관들은 열심히 받아 적는다, 마치 받아쓰기하는 초딩처럼. 안 그러면 대통령이 째려보며 레이저를 쏘니까, 멍청하면서 성격 까칠한 중딩 누나처럼.)
그런가 하면 2014년 5월 16일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트라우마나 이런 여러 가지 진상 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돼서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된다. 그런데서부터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뭔가 상처를 그렇게 위안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제가 분명히 알겠습니다.”
여러분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는가? 나는 그것을 분명히 잘 모르겠다.
(재미 삼아 클릭해 보기!)
http://snac.chosun.com/2441
끝으로, 구호를 외치면서 글을 마친다.
박근혜는 제발 내가 알아먹을 수 있는 말을 해 달라!
어려운 한문 대신 알기 쉬운 한글을 써라!
광화문 앞에 앉아 계신 세종대왕님께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러니까 박근혜는 ‘자괴감’ 말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가져라!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박근혜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말고 ‘의심’을 하자!
(2016.11.21.)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다카키 마사오 딸 하야하라 꼬끼오
에게 한글이란?
국적이 모호해 자괴감이 드는 언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이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맞겼단
의구심? 아니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