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잘 안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세요(치킨 치킨/ 방주현)

[아니눈물]

치킨 치킨

방주현

아빠, 치킨 사 줘!

치킨집이 새로 생겼어.

오늘은 개업이라 한 마리 사면 한 마리 더 준대.

지난주까지 속옷 가게 하던 자리야.

아니, 거긴 떡집이었다가 지금 화장품 가게고.

아니 아니이, 홈플러스 옆에 카페 하다가 반찬 가게 하다가 핫도그 파는 자리 왼쪽 말이야.

맞아, 거기!

다른 가게로 바뀌기 전에 얼른 사 줘.

방주현 동시집 《내가 왔다》(문학동네 2020)

지난봄, 병아리를 분양받아 들이기 시작한 날에 맞추어 뚝딱뚝딱! 마당가에 닭장을 지었다. 참 오랜만에 병아리가 자라는 모습을 닭장 문 밖에 쪼그려 앉아 지켜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닭은 참 가까운 동무였다. 어머니께서 닭 잡는 것도, 털 뽑는 것도 자주 곁눈질하며 자랐다. 어머니는 닭 앞에서 전능하셨다. 마음 같아서는 송아지를 들여서 자라는 걸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고 싶지만 소를 먹임으로써 아버지의 전능을 따라가기는 여간 어려운 노릇이 아닌지라.
병아리들은 자라는 게 빠르다. 4월 11일에 들인 3주차 병아리들이 아주 잘 자라서 어느 날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더니 또 어느 날부터는 알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알에서 눈이 까만 병아리들을 하나씩 꺼내는 게 아닌가. 지금 열두 마리의 병아리가 빠른 속도로 좁은 닭장 안을 뛰어댕긴다. 틈만 나면 쌈박질인데, 자라느라 저런다고 하기엔 정도가 심하다 싶을 때도 있다. 가끔 후회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세상이 이렇게 좁아빠진 줄 알았더라면.
오늘부터 사흘 동안은 현장 강의가 아닌 줌 강의라서 병아리들의 삐약거림을 오래 지켜볼 수 있다. 부화기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이 이렇게 멋진 닭이 되어서 기계 이전의 삶을 완전히 복원해 내는 데 놀랐다. 그나저나 겨울은 오는 길이고, 폭설의 눈밭에서 긴 겨울을 나야 할 너구리가 살을 찌우기 위해 집 가까이 출몰한다. 지난 일요일 낮에 녀석에게 암탉 한 마리를 잃었다. 몇 년 전 성남 보평초에 강의 갔다가 얻어온 금계 병아리를 아주 멋스럽게 키워 잃은 것도 꼭 이맘때다. 그 상심이 바짝 다가든 날이었다.
방주현 동시집을 다시 읽으며, 동시의 시작을 다시 복기해 본다. 어제 한겨레문화센터 신촌 동시창작교실에서는 열두 분 수강샘들의 첫 합평이 열렸다. 그러고 보니 아이코, 병아리 수와 같네. 나는 그분들 속에 든 동시의 병아리가 무사히 깨어나도록 온도를 잘 유지해야 한다. 알 품는 어미닭 품속에 손을 넣었더니 어린 시절 아랫목에 깔린 이불에 손을 넣었을 때처럼 쩔쩔 끓더라. 생명을 건지지 못할까 봐 애가 끓는 어미닭의 쩔쩔맴이라니. 쩔쩔매는 마음이라니.
어차피, 언제까지나― 잘 안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세요.  그 말이 쓰는 자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줄 거예요.

[수지사랑]

봄에 틔운 마가렛에서 싹이 나고나고 구절초자리에 온통 봄이 앉아있어요.
잘 안될거지만 그래도 잘 될거예요^.^

[아니눈물]

잘 안 되는 게 가장 잘 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을 파종 중입니다.^^

[또바기나]

열두 마리, 열두 명! 성경 속 그분의 제자와 같은 숫자네요. ^^
"어차피, 언제까지나― 잘 안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세요. 그 말이 쓰는 자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줄 거예요.'
이 말씀은 언제나... 위로와 힘이 됩니다.

[우경숙]

쩔쩔 끓는, 쩔쩔 매는 마음으로

제 난감지경 습작을 듣는
이안 선생님의 에너지가 느껴졌었어요.

아침에 이 글 읽으니까 저는 딸꾹질 나요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