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비행의 이유
과묵한 아버지와 상냥한 어머니 밑에서 유년시절 일부를 보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었습니다. 두 분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저 역시 사랑받았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이 아닌가요. 하지만 운명이란 녀석은 얄궂기 그지없어 행복했던 시절은 너무도 이르게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미처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트럭을 못 보고 건널목을 건너자,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볼 법한 숭고한 희생이었죠. 다만 그 숭고한 희생은 너무나도 숭고해서 남겨진 이들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쳐다보지도 않던 담배와 일 년에 한두 번 마실법했던 술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도 슬퍼 그것들의 힘이라도 빌리지 않으면 단 한순간도 견딜 수 없었겠지요. 지금은 기억에도 희미한 정겨운 냄새로 가득했던 집은, 금세 악취가 진동하게 된 그곳은, 집이라기엔 차라리 지옥에 가까웠습니다.
술은 사람의 감정을 털어내게 만드는 도구지요. 어머니는 그 힘을 빌려 가슴속의 슬픔을, 울분을 풀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머니에게 저는 아들이 아닌, 그녀가 사랑하는 이를 죽인 살인마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날, 술과 담배의 심부름을 다녀오자 어머니는 그날따라 기분이 좋으셨는지 손찌검은 물론 어떤 폭언도 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선물을 주셨습니다. 하얀색 바탕에 오렌지색 선이 그어진 종이상자였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처음으로 받게 된 선물은 담배 한 갑이었습니다. 세상에,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가끔 강당으로 모여서 보여주는 강연이 있지 않나요. 바보가 아니라면 '담배는 나쁘다.'라는 생각을 당연히 가져야 할 텐데, 저는 바보였나 봅니다. 그것은 저에게 '나쁜 것' 이전에 어머니가 주신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저는 처음으로 비행이라는 것을 저질렀습니다.
니코틴이 가득한 연기는 아직 변성기도 채 오지 않은 어린아이에게는 퍽 자극적이었습니다. 그것을 피우고는 한두 시간 동안 내리 기침을 했으니 오죽한가요. 뭐, 거듭된 개량을 거친 현대기술의 총아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적응은 금방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소위 말하는 담배의 '맛'에 눈을 떴습니다. 연기를 들이마시자 굉장히 상쾌한 기분이 들고 마음을 안정시켜주었습니다. 심지어는 몸의 통증까지 줄여주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선물'을 모두 사용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금방 그것을 다시 구할 간단한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심부름 값에 제 앞으로 다달이 나오는 지원금(어머니는 보호자로서 그 지원금을 자신의 명의 앞으로 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술을 마시고 저를 때리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저에게 조금의 관심을 보내지 않고 필사적으로 없는 사람인 듯 대했습니다. 결국, 제 명의로 된 통장이 발부되어 그곳에 지원금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을 보태 그것을 사고 제 몫만큼을 때어내 뒷산에 묻어두었습니다. 그날부터 뒷산에서 담배를 태우는 것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이 되었지요. 그게 벌써 수년째가 되어, 올해로 저는 성인이 되어버렸습니다.
<1533자>
<요지 : 만약 내가 이만큼 불행하다면 담배를 피우거나 하는 비행을 저지를까 하는 상상을 통한 가상의 사연>
첫댓글 보통 사람이 망가지는 것, 즉 비행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갖춰주어야 하지만, 대표적인 요인은 부모에게서부터다. 그 부모는 그 위로부터 학대를 받고, 그 위는 그 위로부터 해서 멈추지 않는 학대가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보통 부모는 이런 자녀를 세상과 강제로 단절시키게 함으로써 도움을 요청할 기회조차 없애버리게 한다. 술, 마약, 담배로 찌들어 사는 이런 가정 속에서 구해주기 위해선 과연 금전적 지원, 따뜻한 마음 말고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글을 읽으며 부모님의 희생 해주시는 정신, 자식의 대한 소중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그래서 이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얻게 되었고
엄마, 아빠 께서 얼마나 나, 동생 많이 예뻐해 주는지에 많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만약 부모님에게 않좋은 기억이나 가정폭력 등을 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은 커서 자식을 나으면서도 자식에게도 저기가 똑같이 당한 폭력등을 똑같이 되풀이 한다. 그래서 내말은 가정 폭력이 일어 나는 것은 절대 악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