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무실무사입니다.
저의 신분은 무엇입니까?
저는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교무실무사입니다.
학생들의 전출입 서류처리, 전출입 학부모상담, 행정업무, 위장전입 가정방문, 민원처리 등등을 합니다.
초여름 같은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더위가 시작되면 식탁에 오르기 시작하는 상추, 오이, 고추,,, 여러분들은 가족들과 함께 맛나게 드시겠죠?
그러나 저는 교무실에서 5-8명의 교직원들이 먹을 수 있게 늘 씻어야 합니다.
주말을 지나 월요일에 출근하면 교장님 혹은 교감님 또는 00 교사들이 주말농장에 다녀왔다며 이따 급식 먹을 때
먹자 하면서 라면 한 상자에 빼곡히 담긴 야채들을 건네줍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요즘 야채 씻기 싫어서 근처 삼겹살집에 가서 드시지 않으십니까?
너무 더우니 얼음을 얼려서 각 학년에 배부해 주면 좋겠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학년 연구실마다 냉장고가 있는데 왜 꼭 교무실무사들이 얼려서 배부해야 합니까?
학생들에겐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하라고 교육 시키시는 분들이 왜 본인들은 스스로 하는게
없을까요?
교원업무경감이다하여 많은 업무가 내려오고 화장실조차 참았다가 가며 각종 전화응대에 이런저런 업무처리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쁩니다. 방광염으로 많이들 고생하십니다.
학교현장의 부당업무는 노조를 통해 조금씩 천천히 바뀌고는 있으나 아직도 관리자들이 새로 부임해오면 몹쓸 관행과
관습은 그럴 때마다 다시 부활됩니다.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오면 온갖 깔개와 덮개, 도자기 셋트의 물 주전자, 점심 드시는 반상기 셋트 등 백화점 가서
구매해 옵니다. 그리곤 점심을 늘 반상기에 떠 드립니다.
지병으로 인해 학교 급식 못드신다하여 따로 밥을 짓도록 하거나 이른 시간에 출근하시니 아침을 준비해 드리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을 던지십니다. 못드신다면 응당 도시락을 준비해 오는게 당연한 일임에도 늘 대접받고 싶어하는
교장선생님. 출근준비 하느라 가족들의 아침도 제대로 준비 못한채 미안함 마음으로 나오는데 출근해서 교장선생님의
아침까지 신경써야 합니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식판에 직접 떠서 드시고 셀프 커피도 하시는데 교장선생님들은 대통령보다도 높으신 분이신가
봅니다. 그 뉴스가 나오던 날, 많은 교무실무사들은 환호했습니다.
앞으론 더 이상 밥을 뜨지 않아도 되고 커피 안 타도 되지 않겠냐며...
교무실무사에게 인증서를 맡기며 교장, 교감 원격 연수를 대신 들어달라 하니 저는 그럼 교장이나 교감인건가요?
교육공무직들만 따로 학교 내 청소 날짜를 정하라고 하십니다.
교무실무사가 학교 청소노동자인가요?
늘 학교예산 없다면서 과도한 접대 구매며 교무실무사에게 다과 준비 시키는 관리자들,
삼색 과일에 삼색 쿠기에 깔맞춤 해달라(교무실무사들은 이런 걸 일명 제사상 차린다라고 합니다.)
과일 옆에 꽃 장식 해 주면 더 고급스럽지 않겠냐, 날이 너무 더우니 얼음 물수건도 같이 셋팅 해 달라, 스픈과
포크 밑에 예쁜 그림의 넵킨을 모양내서 받침으로 놓아달라,
여기는 학교이지 호텔이 아닙니다. 교무실무사들은 학교업무를 하고자 채용된 사람이지 룸 서비스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학교 내 텃밭이나 정원에서 따온 매실로 매실청이나 매실주를 담그자라고 하십니다.
학교 내 행사 마치고 뒤풀이하신다며 술, 고기가 필요하니 술 좀 사다달라고 하십니다.
모두 뒤풀이에 가면 교무실이 비니 누군가는 남아 있으면서 전화 받아야 하지않겠냐며 무언의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십니다. 행사 뒤풀이라고 하나 학교 내에서 술 드시는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교무실무사는 누구의 땜방이나 허드렛일 하는 파출부가 아닙니다. 심부름꾼도 아닙니다.
교감연수자료 책자에 나와있듯이 무기계약직이라고 해도 정년60세전에 평가를 통해 해임할 수도 있다라고 합니다.
공문이나 학교 내 문서에 글자 하나로 우리 비정규직들의 인권이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받는 차별과 무시,, 바로 이런 것들 아닙니까?
저는 무기계약직, 바꿔말하면 무기한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입니다.
노조 깃발 아래 모두 모여 새로운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정규직으로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6월 총파업이 될 것입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닙니다!!
- 교무실무사 용순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