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철길 인근에 위치한 두 아파트가 철길 아래 지하차도 건설을 둘러싸고 상반된 장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입주민들이 철길을 점거해 열차운행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9일 오전 8시25분께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철길 건널목에서 가야지하차도 건설을 반대하는 T아파트(1500여 가구) 주민 100여 명이 30여분간 철길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날 농성으로 부산발 서울행 KTX 48호 등 열차 5대의 운행이 각각 5~8분씩 지연됐다.
T아파트 주민들이 지하차도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하차도가 아파트 1·2단지 사이 도로를 세로로 관통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하차도가 뚫리면 1·2단지간 교류가 어렵고, 차량이 2단지로 진입하거나 1단지에서 빠져나가려면 지하차도 끝 지점에서 U턴해야 하는 등 불편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하차도를 이용해 가야로 쪽으로 나가는 차량들이 양쪽으로 시야가 가려져 보행하는 주민들을 위협하고, 물탱크 정화조 등 아파트 공동시설 역시 피해를 입게 된다고 항의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03년부터 지하차도 반대 농성을 이어 온 T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내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다음달 3일 부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T아파트 위쪽 신축 B아파트(430여 가구) 주민들은 지하차도 건설을 촉구하며 연일 부산 부산진구청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입주마저 거부하고 있는 B아파트 주민들은 주진입로인 지하차도가 건설되기 전에는 결코 아파트 준공허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분양 당시 건설사 측이 '가야지하차도가 아파트 주진입로로 활용된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착공조차 되지 않았다"며 "진입로도 없는 아파트에 입주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철길 인근 아파트들의 상반된 민원에 관할 부산 부산진구청은 난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쏟아지는 주민들의 민원에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라며 "모든 것을 법에 따라 처리하고 있지만, 두 아파트 주민 어느 쪽도 만족하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 놨다.
한편 가야지하차도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부산시 건설본부가 당감3구역 재개발사업으로 늘어나는 교통량 등을 감안해 건설을 결정했다. 철도시설공단 등은 지난해 말 착공했다가 T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를 중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