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씨는 좋은 여동생이었다. 신도시 아파트에서 캡슐커피를 내리며 아직 죽지 않은, 혼자 죽어갈 자신의 언니를 떠올렸다. 남편과 딸은 외출했고, 미영 씨는 그들에게 일이 있다는 것을 의심했다. 창밖으로는 노란 꽃가루가 날렸다. 그것이 저층인 미영 씨의 집 창문에 달라붙었다. 노란빛을 통해 창밖을 바라보는 미영 씨. 미영 씨는 살을 벅벅 긁으며 꽃가루가 만든 문양을 바라보았다.
집 창밖으로 무덤이 보였다. 보상 없는 비와 디 사이에 씨. 아직 살아가고 있으니까. 5월이면 보랏빛 꽃이 피는 꽃잔디가 봉분 위에서 자라났다.
같은 동네에 사는 언니와 함께 미영 씨는 호수공원을 걸었다. 나무 데크 위를 걸으며 미영 씨는 호수공원의 호수는 어째서 두 개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북호, 남호, 동호, 서호, 수원지는 빗물펌프장.
호수 아래 묻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사람들에 대해 사람이 한 번도 죽지 않은 땅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호수공원 데크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다.
미영 씨와 언니는 발자국을 보고 신발의 사이즈를 맞추었다.
호수공원을 둘러싼 오피스텔의 창에는 붉고 하얀 깃발이 붙어 있다. 사주, 타로, 인생 상담. 오피스텔 점성촌. 앉아서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고 엄마들이 따라가고
미영 씨는 어찌하여 그들은 삼십 년 후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가 생각을 하며 걸었다. 걷는 동안 미영 씨와 언니의 발은 한 번도 엇갈리지 않았다. 미영 씨와 미영 씨의 언니는 걸으면서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