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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삼거리 점방 / 김승필
감실감실 화랑 성냥 양초 넣고
시오리 길 전봇대 돌아 발쪽발쪽 막걸리 주전자 딱지 쫀득이 파리채 넣고
귀신같이 동네 사람 죽은 걸 척척 알아맞힌 칠복이 아재 담상담상 검정 고무신 허리띠 넣고
머리빡 기계독 오른 동네 아이 밀어 넣고
오다마 삼양라면 박카스 크라운산도 브라보콘 농심새우깡 크라운 조리퐁 뽀빠이 맛동산 회똑회똑 넣고
넙죽넙죽 상둣도가 지나갈 때 눈 한번 꿈적하고
무뚝뚝이 아버지 악다구니 밀어 넣고
알금알금 파리똥 범벅 밀레 만종 액자 춘길 아재 이발소 면도 거품 집어넣고
쑥부쟁이 구절초 애기똥풀 쇠비름 고들빼기 똘똘 말아넣고
후루룩후루룩 뚝딱 마시면 배부르겠다.
[신춘문예 당선작-시 당선소감] “아름답되 허약하지 않은 시 쓸 것”
“진지하되 너무 엄숙하지 않은, 치열하되 거칠지 않은, 아름답되 허약하지 않은 시를 쓰고 싶습니다”
한동안 실꾸리처럼 풀려 나오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 살았습니다. 비포장 시골길을 지나 골짝 깊숙이 숨은 마을을 훑고 다녔습니다. 동구 밖에서부터 설레는 기대가 수없이 다리품을 팔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시인은 누구나 내면에 저를 시인으로 키운 천형(天刑)을 안고 있습니다. 그 천형들은 대개 치명적 결핍입니다. “새도 깃털이 자라지 않으면 높이 날 수 없고, 절망도 극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 뚜껑을 밀어 올리지 못하리.” 고통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고난은 선택하는 것이다. “모든 고결한 혼들은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다.(알베르 카뮈)”그간 아침마다 배달되어 온 신문에서 매일 한편의 시를 읽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더러 시마(詩魔)를 앓다 그것을 노트에 차곡차곡 모아두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핑계 삼아 낳아 길러 키워주신 부모님께 큰절 올립니다. 또한 학부 시절 준엄한 가르침을 주신 임철호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간 현실 인식과 대응 방식을 걷어 올려 모국어의 향연을 잊지 않게 해 주었던 재선·병덕 형과 숫눈처럼 맑은 결 고운 시를 애첩 삼아 살고 있는 제자 경오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항상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아갈(?), 사랑하는 아내의 아낌없는 정성과 아들 상욱, 딸 초예의 웃음 또한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참으로 가족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늘 관심으로 지켜봐 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형제·누이들과도 오늘의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부족하고 서툰 작품에 따듯한 격려의 손을 얹어 주신 두 심사위원 김정란·박남준 시인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의역지(以意逆之)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라’는 도저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앞으로 진지하되 너무 엄숙하지 않은, 치열하되 거칠지 않은, 아름답되 허약하지 않은 시간을 녹여 숙성을 견뎌 낸 푹 곰삭은, 달랑게가 뱉어 놓은 모래알 같은 시들을 쓰고 싶습니다. 깊이와 여백, 그리고 미의식으로 중무장한 사유의 바다! 그 끝점에 ‘말로 하는 절집’(詩)을 찾아 공양주에게 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먹으러 가고 싶습니다.
고향 두봉산(斗峰山)을 돌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 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저 기쁘고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김승필 |
▲1968년 신안 출생 ▲전주대 국어국문과 졸업, 목포대 국어국문학 석사 ▲광주 정광고 교사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공저), 국어 선생님의 시배달(공저) |
2013년 본보 신춘문예 시 부문 김승필씨의 ‘삼거리 점방’ 당선을 취소합니다. 이 작품은 이덕규 시인의 ‘논두렁’ 작품 표절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중복 응모나 작품의 표절이 밝혀질 경우에 당선이 취소됩니다’라는 본사 신춘문예 응모 요강에 따라 해당 작품의 당선을 취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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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헉..이런 일이...ㅇ.ㅇ 넘 넘 가슴이 아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