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의 「나는 연결된다」감상 / 김정환
나는 연결된다
이수명(1965~ )
나는 연결된다, 하루 종일
탁자와 의자와 소파와
소파 위의 쿠션으로 연결된다.
나는 과언이다. 기다란 벽장과
선반과 거울과 합쳐진다.
나는 강화된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블라인드 사이로 끊임없이 먼지가 들어온다. 내 눈 속으로 들어온다.
나는 채워진다, 하루 종일
여러 벌의 옷으로 채워진다.
여러 벌의 옷 속에 여러 개의 물건들을 가지고 다닌다.
나는 풀을 짓밟는다. 풀과 함께 여름을 보낸다. 나는 풀과 일치한다.
나는 아무 마음이나 놓는다. 아무 휘장 앞에
휘장의 무늬 앞에
무늬들이 막 도착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창문은 이렇게 높다.
몸을 돌리지 않고
발뒤꿈치를 들고
나는 바깥을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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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재의 가능한 최대로 기본적인 동사(능동과 피동)들로 구성되고 그것을 통해 될 수 있는 대로 일상적인 사물과 관계되고 그 사실로 하여 사물적이고 그 사실만 해도 과언이고, 사물들의 호응이 다소 열렬하다. 각형(角形)들로만 구성된 세잔의 사과가 그전의 어느 정물보다 더 구체적이라면, 이런 ‘나’의 육체-정신적 구체는 얼마나 더 풍성할 것인가. 겨우 오늘 하루 ‘바깥을 내다’볼 뿐인데.
김정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