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聞)과 청(聽)
듣는 것을 ‘문’과 ‘청’으로 구분합니다.
*聞(문): (수동적으로) 내게 들리다.
*廳(청): (능동적으로) 내가 듣다. 내가 힘써 주관적으로 파악하다.
‘聞(문)’은 한자로 문틈에 귀를 대는 모습입니다.
이것은 들리는 대로 듣는 것, 즉 ‘Hearing’입니다.
소문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聽(청)’은 마음을 하나로 모아 듣는 것입니다.
집중해서 듣고 마음으로 듣고 새겨듣는 모습, 즉 ‘Listening’입니다.
聽(들을 청)은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며, 聞(들을 문)보다 더 의식적으로 듣는 것입니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말씀을 ‘문’으로 들었습니다.
들려온 대로 듣고 마음으로 새겨듣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불순종이었습니다.
반면 다윗은 나단 선지자의 음성을 ‘청’으로 들었고 회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 자원(字源) 풀이
'들을 청’과 '들을 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聽자는 '(의식적으로) 주의 깊게 듣다’는 뜻입니다.
‘듣다’, '살피다', ‘허락하다’등의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획수가 복잡하지만, 다양한 글자들의 결합을 통해 단순히 ‘듣는다’의 뜻을 벗어나
‘집중해서 듣고, 용서하고, 살피며, 받아들이다’까지 모두를 표현하였습니다.
경청(傾聽),난청(難聽),도청(盜聽),방청(傍聽),시청(視聽),애청(愛聽),청각(聽覺),청중(聽衆),
청취(聽取),보청기(補聽器),공청회(公聽會),청문회(聽聞會),수렴청정(垂簾聽政)등
聞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들리다’는 뜻입니다.
聞(들을 문)에는 ‘듣다’는 뜻 외에 ‘알다’ 혹은 ‘깨우치다’는 뜻도 있습니다.
저절로 들어서 알게 되고 깨우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견문(見聞),소문(所聞),신문(新聞),신문고(申聞鼓),염문(艶聞),추문(醜聞),탐문(探聞),풍문(風聞),
문경(聞慶),청문회(聽聞會),금시초문(今時初聞),전대미문(前代未聞),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등
한편 시정(市井)에서는 듣기(聽)의 중요성을 강조하느라 聽(청)자에 대한 각종 이설들을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어 聽(청)자를 耳(귀 이)+王(임금 왕)+十(열 십) +目(눈 목)+一(한 일)+心(마음심)으로
파자(破字)하여 "상대를 임금처럼 여겨 열 개의 눈과 하나의 진실된 마음으로 집중하여 듣는 것"으로 설명하는 식입니다.
나름대로 '듣기'의 중요성과 잘 듣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네요.
▣ 경청(傾聽)의 중요성
세상이 복잡해지며 각종 갈등이 심해지면서 소통의 필요성과 경청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간 소통에 있어서 경청의 의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가정과 학교, 군대, 직장이나 각종 단체 등에서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왔을 것입니다.
그들 중 비교적 접촉이 많았던 사람들을 잠시 생각해 보고 아래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사람을 떠올리기 바랍니다.
① 호감이 가는 사람
② 믿음이 가는 사람
③ 그 사람 말이라면 따르고 싶은 사람
어떻습니까? 위 3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사람이 쉽게 떠오릅니까?
그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신의 인간관계는 만족스러웠을 겁니다.
만약 위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재점검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3가지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의 개인적 특징은 무엇일까요?
여러분 각자가 생각한 그들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부자도 아니고 사회의 명망가도 그들의 공통점은 아닙니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경청의 이익은 대단히 큽니다.
건성으로 듣지 않고 잘 들었으니 지식과 정보가 늘어나고 주변 환경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됩니다.
경청하면 호감과 신뢰를 얻습니다.
경청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상대가 쉽게 따라줍니다.
결국은 경청하는 사람이 말도 잘하게 됩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청산유수로 번지르르하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눌변(訥辯)이든 심지어 무언(無言)으로도 말하는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 사람이 진정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입니다.
경청의 방법은 책 몇 권으로는 모자랄 만큼 시중에 넘쳐 납니다.
소개된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진심으로 주의를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몸으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으로 함께 들어야 합니다.
진심으로 듣게 되면 상대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상대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상대의 생각과 기분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느 한 사람만 말을 하면 나머지 사람은 입을 닫습니다.
힘 가진 사람만 말을 하면 힘없는 사람은 입만 닫는 게 아니라 귀를 닫고, 마음까지 걸어 잠금니다.
듣기를 잘 하면 지혜가 커지고, 말을 많이 하면 후회할 일도 많아집니다.
聞은 '들을 문'이라는 한자이지만 희한하게도 중국어에선 '냄새 맡다'라는 뜻으로도 쓰이며,
일본어 고어로도 '냄새가 나다'라는 뜻이 있고 '물어보다'라는 의미로도 자주 쓰입니다.
[한자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