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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의 중심 ‘교구’] ‘자연 문화 사람’이 어우러진, 태화산 마곡사
[불교신문 3711호/2022년4월12일자]
기자명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3대 불사’ 마곡사의 미래
문화 : 나누다
교구 안정 바탕, 본격 불사 추진
대표적 문화불사 ‘금어원 건립’
올해 첫 삽…2024년 완공 예정
7년 준비한 숙원사업의 시작
마곡사 품은 유서깊은 스토리
기허당 영규대사, 백범 김구…
지역문화 및 발전에 크게 기여
공주 태화산 마곡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춘(春)마곡.’ 이 단어는 거의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봄이 아름다운 사찰로서 우리나라 최고로 손꼽힌다. 또 하나의 이미지는 춘마곡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종단에서 바라보는 마곡사는 화합보다 분열이, 통합보다 갈등이 우선시되면서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해 문제사찰로 낙인이 찍혔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이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마곡사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현 주지 원경스님은 이른바 ‘문제가 많은 사찰’을 ‘문화가 넘치는 사찰’로 만들어갔다.
4월4일 찾은 마곡사는 아직 ‘춘마곡’을 느끼기에는 일러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사찰 초입부터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느끼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거대한 표지석이 눈을 사로잡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더욱 눈길을 끌었던 건, 표지석 옆 현수막 게시대 맨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였다. ‘다가가고, 나누고, 실천하는 마곡사’, 현재 마곡사를 상징하는 슬로건이자 나아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마곡사의 3대 불사 혹은 3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마곡사의 3대 불사는 원경스님이 주지로 취임하면서부터 정해졌다. 하지만 곧바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교구의 안정이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노력으로 교구는 안정화에 접어들었고, 3대 불사를 전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는 3대 불사를 본격 추진하는 원년으로서 마곡사 발전의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높다.
마곡사의 슬로건이자 3대 불사인 ‘다가가다, 나누다, 실천하다’를 다른 말로 바꾸면, ‘자연, 문화, 사람’으로 대치된다. 이 가운데 ‘문화’는 마곡사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불사다. 문화가 풍성한 곳에 사람이 모인다. 마곡사의 ‘문화’ 불사는 단순히 행사나 이벤트를 의미하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하다. 그래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다. 마곡사가 현재 가장 방점을 찍고 있는 문화 불사는 ‘금어원(金魚院)’ 건립이다.
벌써 7년째 정성을 쏟고 있는 불사로, 불화를 제작하는 무형문화재를 양성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화뿐 아니라 탱화, 단청, 불상 조성 등 불교문화 전반을 망라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공간이다. ‘금어’는 불화를 그리는 스님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마곡사는 조선시대 후기 ‘남방화소(南方畵所)’로 불릴 정도로 금어의 양성소이자 불교미술의 중심지였다. 마곡사가 금어원 건립을 꿈꾸게 된 것은 이같은 역사적 바탕과 함께 금호약효(錦湖若效)스님이라는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근현대를 관통하는 화승(畵僧)들은 약효스님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 제3의 약효스님을 배출해 한국불교미술의 대를 잇고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원력이 금어원에 녹아있다.
금어원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불화를 그리는 스님, 진정한 금어를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사찰에서 단청을 하고 불화를 그리고 부처님을 조성하는 스님들은, 지금은 많지 않다. 21세기 약효스님을 배출해 한국불교미술을 더욱 융성하고 풍성하게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장소가 금어원이다. 금어원은 화승을 키우는 교육의 장이자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계승하는 연구소로도 작동하게 된다. 천연의 재료를 사용해 전통 안료를 만들고, 전통적인 기법을 되살려 더욱 발전시키는 일도 금어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7년간 추진한 금어원 건립은 드디어 올해 결실을 맺는다. 이르면 4월에 금어원 건립의 첫 삽을 뜬다. 금어원은 마곡사 대웅보전 뒤편, 한국문화연수원 맞은편의 약 1만㎡(3000여평) 부지에 세워진다. 2024년 완공 예정으로, 한국불교 미술과 문화를 선양하는 독보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마곡사는 문화의 보고(寶庫)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스토리가 풍부하다. 대웅보전, 대광보전, 영산전 등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뿐 아니라 문화재가 상당하고, 1400년이라는 역사가 말해주듯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특히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이 원종(圓宗)스님으로 잠시 출가해 마곡사에 지낸 이야기는 유명하다. 또 공주 출신으로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이끌며 활약했던 영규대사도 마곡사의 인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환희를 문화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를 기념해 매년 열리는 산사음악회는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고 마곡사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곡사는 이같은 스토리를 놓치지 않았다. 경내에 백범당(白凡堂)을 정비하고 매년 추모다례재를 지내며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인물로 선양하고 있고, 영규대사의 경우, 기념사업회 출범을 주도한데 이어 추모다례재를 지역대표 문화축제로 성장시키는 등 지역발전에까지 이바지하고 있다.
마곡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인터뷰 /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
“다가가고 나누고 실천하면, 불교는 중흥된다”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
마곡사의 슬로건이자
불사의 3대 원칙 설정
마스터플랜 마련하고
미래불교 발전 위해 전진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
스님은 솔직했다. 10년 전 일을 감추고도 싶었을텐데, 스스럼이 없었다. “마곡사는 지난 50년 동안 분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당연하게도 종단과 종도들이 마곡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마곡사 발전의 밑거름이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의 그 다음 발언에는 더욱 힘이 들어갈 수 있었다. “제가 복이 많아서인지 세 만기째 주지를 살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교구는 안정됐습니다. 말사 스님들과도 소통이 잘 되고 있습니다. 그 기반으로 교구의 불사들도 매끄럽게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13년 마곡사 주지로 취임한 후 원경스님은 줄곧 교구 안정화에 공력을 집중했다. 시급한 불사들이 산적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안정과 질서의 회복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교구와 지역에 필요한 사업들을 잊거나 등한시하지 않았다. 비근한 예로 ‘금어원’을 들 수 있다. 원경스님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금어원 건립을 단 한시도 언급하지 않은 적이 없다.
비록 시기가 늦어질지언정 반드시 해야 하는 불사는 마음에 품고 조금씩이라도 진전시켰다. 5년 전 작성된 마곡사 마스터플랜은 그 결실이다. 마곡사 플랜은 교구 구성원과 관공서 관계자,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고심하고 모색한 결과로, 앞으로 모든 불사는 이 플랜 안에서만 진행할 수 있다. 필수 불가결한 불사인만큼 주먹구구식으로, 기분 내키는 대로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마련한 중장기 계획이다.
여기에 불사의 3대 원칙이 반영됐다. 다가가자, 나누자, 실천하자. “마곡사의 슬로건이면서 제 자신의 슬로건이기도 합니다.” ‘다가가자’는 ‘자연’을 의미한다. 인간도 자연에 속한 하나의 존재일 뿐이므로 조화롭게 사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나누자’는 ‘문화’와 통한다. 불교사상과 전통문화를 나누고 퍼뜨려 불국토를 세우자는 의미다. ‘실천하자’는 사람과 그 인성에 해당한다. 불제자들의 바른 실천행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 불교는 중흥됩니다.”
이는 불·법·승과도 각각 연결할 수 있다. 불(佛)은 자연, 법(法)은 문화, 승(僧)은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요약하면 “조화로운 자연 속에서 문화를 전승하고 인성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불사의 원칙을 바탕으로 마련한 것이 현재 불사의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자연=수목원 조성, 문화=금어원 건립, 사람(인성)=선원 개원 및 대불련 복원 등…이같은 등식이 성립된다.
“사찰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신도가 오기만을 바라면 안됩니다. 먼저 다가가, 부처님 가르침을 나누고, 그 말씀을 실천하도록 하는 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전도선언이 아닙니까. 뭘 바라거나 목적과 목표를 두고 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불교라면 사찰이라면 스님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이자 의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춘’ 마곡에서 ‘사시사철’ 마곡으로
사람 : 실천하다
인성 갖춘 인재를 기르다
일종식 정진하는 대원암부터
상원암에 시민선원 계획까지
공주대에 동아리 개설 목표
내년엔 대전서 학생포교 전념
승려복지제도서도 발군 실력
4개월만에 1600구좌 모연
이른바 ‘잘 나가는’ 교구처럼 마곡사도 가장 중요한 불사는 ‘사람’이다. 사람을 잘 기르고 제대로 교육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안으면, 사찰은 지속가능하고 영속성을 부여받는다. 또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선원을 건립하고, 승려복지를 시행하며, 포교에 매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곡사의 3대 불사 가운데 ‘실천’의 불사에 해당되는 ‘사람’ 사업은 ‘인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인성이 바탕이 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야 불사가 뜻대로 이뤄질 수 있고, 변함없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인성을 갖춘 사람을 제대로 기르는 불사의 시작은 선원 건립이다. 마곡사에 새로 세워지는 선원은 두 곳이다. 대원암과 상원암. 대원암은 스님들의 전용 수행공간이다. 대원암은 무문관을 방불케하는 곳이다. 1인 1실이 주어지는데,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一種食)을 해야 한다.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만 문을 개방하고 마곡사에서 점심 한 끼를 먹는다. 이후 나머지 시간은 자물쇠를 채운 채 정진하게 된다. 대원암은 마곡사에서 가까운 산내암자로, 지난해부터 증개축을 통해 모두 7명의 스님들이 방부를 들일 수 있는 수행공간으로 꾸며졌다. 이르면 올해 겨울안거부터 방부를 들일 계획이다.
대원암이 일대사를 마칠 각오로 용맹정진하는 처절한 수행의 장소라면, 상원암은 출재가자가 함께 수행하는 공간이다. 3개월 안거가 아닌 3일 이상 단기간 수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서, 시민선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상원암은 마곡사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올해 설계를 마치고 내년부터 건립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르면 2년 후인 2024년 완공돼 선(禪)문화체험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 대불련 복원 프로젝트
마곡사의 ‘사람’ 불사는 출가와 재가를 구분하지 않는다. 사찰은 사부대중으로 구성돼 있으니, 인재(人材) 불사도 출재가 모두를 망라해야 한다는 것이 마곡사의 방침이다. 눈 밝은 수행자를 양성하는 선원 불사와 함께 마곡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인재불사는 ‘대불련 복원 프로젝트’다. 교구본사 차원에서 미래의 동량을 기르는 불사에 돌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학생 불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곡사는 공주지역 대학생 불자들, 특히 그 모임인 대불련이 쇠퇴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특히 공주대학교에 대불련이 사라진 사실을 접하고, 다시 복원해야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올해 3월 공주대학교 학생 20여명을 초청해 무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제공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불교와 사찰과 스님을 가까운 존재로, 필요한 존재로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공주에 위치한 마곡사불교회관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법회를 개설하려는 것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먼저 가까이 다가가 알뜰하게 살피다보면 불자로 마음을 열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올해 하반기에 공주대에 불교동아리를 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에는 대전으로 영역을 넓혀 충남대와 한남대, 우송대 등에도 대불련 지부 설립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진성 불자 양성을 위해서 마곡사불교대학을 확대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부터 조계종 신도전문교육기관으로서 1년 과정의 정규 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48명이 입학해 불자로서의 소양을 쌓고 있다.
# 성공 키워드 ‘승려복지’
사람 불사에 미래를 보장하는 것만큼 확실한 성공비결이 또 있을까. 마곡사의 승려복지는 이 불사의 성공 키워드 중 하나다. 의료복지는 기본이다. 장학복지와 연금복지는 마곡사의 자랑이다. 우선 학인 스님에게 장학금으로 매달 20만원을 지급한다. 교재비 구입 명목이다. 여기에 매년 100만원의 장학금이 더해진다. 생활이 어려운 교구 소속 노스님들을 위해 매달 30~5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선원 수좌 스님들에게는 안거를 마치면 100만원씩 수행연금을 전달한다.
마곡사는 승려복지를 시행하면서 더욱 큰 자랑거리가 생겼다. 신도들의 적극적인 승보공양 동참이 그것이다. 신도들을 대상으로 모연한 결과, 불과 4~5개월 만에 월 1만원 기준으로 1600구좌를 달성한 것이다. 신도 1600명이 달마다 1만원 이상을 승보공양에 후원하고 있는 셈이다.
마곡사의 승려복지는 비구니 스님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올해 여름안거부터는 선원에 방부를 들이는 비구니 스님에게도 수행연금이 지급된다. 병고에 시달리는 노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된다. 말사가 운영하던 노인전문요양시설을 마곡사가 인수하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35병상의 요양원의 일부를 비구니 스님 전용공간으로 꾸며 운영할 예정이다. 수요가 많아질 경우, 요양원 전체를 비구니 전문 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더불어 비구니 수행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일종의 주거복지시설에 해당한다. 노후 걱정 없이 수행 정진 전법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본사 차원에서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듯 마곡사가 인재불사에 삼보정재와 정성을 쏟아붓는 이유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출가해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이유는 인류의 이익과 세상의 안락을 위해서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마곡사를 응원하고 기대하는 이유는 오직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불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곡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자연 : 다가가다
천년을 함께할 파트너
마곡사 3대 불사의 마지막은 ‘다가가다’ 즉 ‘자연’이다. 마곡사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춘마곡이라는 별칭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그만큼 주변 환경이 빼어나고 자연이 아름답기에 붙여진 ‘자연스러운’ 별명이다. 하지만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처럼 세상은 변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마곡사의 자연환경은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마곡사가 ‘자연’을 3대 불사 중 첫 번째에 올린 이유다. 건축불사 인재불사도 중요하지만 당대에만 효력을 미치는 한계가 분명 있다. 하지만 그나마 오래 남는 건 자연이다. 사찰이 있어 자연이 보존되고, 자연이 곁에 있어 사찰도 빛이 나는, 공생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건 당연한 사찰의 책임이자 의무다.
마곡사는 5년 전부터 ‘자연수목원’을 조성해왔다. 수목원을 조성하는데 매년 최고 3000만원의 재원이 투여된다. 마곡사의 수목원은 별도의 공간이 아니다. 경내 모든 곳이 수목원의 대상이다. 담장 아래, 좁은 길옆, 후미진 모퉁이, 벌거벗은 흙더미도 대상지다. 사찰 경내 곳곳에 나무를 심고, 야생초를 키우고, 꽃밭을 가꾼다. 특히 마곡사는 우리 환경에 맞는 토종식물 심기에 앞장서고 있다. 전통사찰에 어울리는 우리 야생화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꽃을 피우게 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마곡사는 더 이상 ‘춘’마곡이 아니다. ‘춘하추동’ 마곡, ‘사시사철’ 마곡으로 변모하고 있다. 계절마다 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사시사철 마곡은 결코 아니다.
사시사철 자연과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지는 곳, 이제 마곡사는 사시사철 맑고 밝은 곳이라는 의미의 ‘사시사철 마곡’으로 바꿔 불러야 하지 않을까.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마곡사 2022년 연간 주요일정
4월 14일~16일 산신기도
5월 7일 신록축제
5월 8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5월 15일 하안거 결제
6월 25일 백중 입재
6월 26일 백범당 원종스님(김구) 제73주기 다례재
7월 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제4주년 산사음악회
7월 14일 취담당 일현스님 제31주기 다례재
8월 12일 하안거 해제 및 백중 회향
8월 20일 금호당 약효대종사 다례재
9월 6일 마곡사불교대학 2학기 개강
9월 25일 기허당 영규대사 제430주기 추모다례문화제
10월 9일~11일 산신기도
10월 22일~30일 군왕대재
11월 8일 동안거 결제 100일 기도 입재
12월 16일 용음당 법천대선사 제72주기 다례재
12월 31일 새해맞이 타종식
※수행프로그램
-천수다라니 33독 기도 : 매주 월요일 오후7시 영산전
-금강경 독송회 : 매주 금요일 오후7시 영산전
마곡사의 스님들
지역에 자비와 문화를 베풀다
❏ 대전 고산사 주지 규봉스님
고산사는 대전광역시의 마곡사 말사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전통사찰로,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서 시민들에게 친숙한 절이다. 여러 매체에서 대전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이자 부처님오신날 찾아가야 할 사찰에 반드시 언급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고산사는 도심사찰이자 전통사찰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갖추고 있어, 도심포교당으로서의 현대적인 위상과 산사(山寺)의 전통적인 매력이 공존한다. 고산사 주지 규봉스님이 대전충남파라미타청소년협회 회장이자 대전경찰청 경승의 직함을 가진 이유다. 한국철도공사불자회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도심포교를 담당하는 주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주지 규봉스님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많은 제약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주어진 환경 안에서 청소년 등 계층포교와 관공서 등 직장직능 불자회의 활성화라는 원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봉스님은 본사인 마곡사에서는 부주지 직책을 맡고 있다. 교구장 스님을 보좌하면서 교구 행정과 사업 전반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살피는 중요한 자리다. 이전에는 본사 호법국장으로서 교구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기여했다.
❏ 공주 갑사 주지 탄공스님
‘춘마곡’과 함께 널리 불려지는 ‘추갑사’의 주인공 사찰이다. 가을이 특히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대표적인 관광사찰이었던 갑사는 현 주지 탄공스님이 취임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맞이했다. 신도와 불자들이 기도와 신행생활을 언제나 할 수 있는 열린도량으로의 탈바꿈이 그것이다. 주지 스님이 직접 목탁을 잡고 매일 기도하자 초하루법회에만 겨우 찾던 신도들이 사찰을 자주 방문하며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변화는 템플스테이. 갑사의 특별한 템플스테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비결이다. 매달 200명이 넘는 참가자가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해 갑사를 찾는다. 갑사 대자암의 전통을 계승하는 ‘무문관 템플스테이’는 갑사만이 가진 프로그램.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무문관을 체험하려는 발길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갑사는 이에 화답하고자 2020년 12월 수행체험관을 새로 문 열었다. 이름하여 ‘고경원(古鏡院).’ 이곳은 무문관 템플스테이 전용공간으로 사용하게 된다. 주지 탄공스님은 “탐방객은 불교를 느끼며 부처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불자들은 편히 쉬면서 기도하고 수행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공주 신원사 주지 중하스님
계룡산 신원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기도도량이다. 조선 태조가 무학대사에게 명하여 건립했다는 ‘중악단’은 계룡산 산신에게 국가 차원에서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다. 조선 효종 때 없앴다가 고종 대에 명성황후에 의해 복원된 역사를 갖고 있다. 신원사 주지 중하스님은 기도도량으로서의 역할에만 만족하지 않고, 사찰에 새로운 원력을 불어넣었다. 전법도량으로서 신원사를 만들어나갔다.
2011년 취임하자마자 중하스님은 장학기금을 모연했다. 기와 불사를 하고, 불교용품점을 통해 얻은 수익금 전부를 모았다. 신도들에게 포교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그 덕분에 바로 그해부터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수 있었다. 공주시청이 운영하는 장학재단에도 매년 1000만원 이상 기탁하는 등 해마다 2000여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하고 있다. 추석 등 명절과 연말에는 소외이웃을 위해 쌀 등 생필품도 나눈다.
지난해 10회를 맞이한 ‘고종황제·명성황후 천도·추모재’는 신원사의 지역사랑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화행사를 새로 만들어 지역 활성화까지 도모하고 있다. 주지 중하스님은 “사찰 주지라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포교를 중히 여겨야 한다”며 “특히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사찰이라면 이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포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여 무량사 주지 정덕스님
부여 무량사는 조선 최고의 사상가인 매월당 김시습으로, 또 보물이 많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량사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8점이나 있고, 유물 800점이 있는 그야말로 보고(寶庫)다. 무량사를 눈여겨보게 하는 것은 김시습, 곧 설잠스님이다. 설잠스님(김시습)은 이곳 무량사에서 말년에 주석하다가 입적에 들었다. 2017년 설잠스님의 사리가 부여박물관에서 환지본처하면서 무량사는 더욱 주목받게 됐다.
무량사 주지 정덕스님은 설잠스님 선양사업에 천착하고 있다. 설잠스님 사리가 돌아온 2017년부터 다례재 및 호국영산재를, 2019년부터는 아미타 학술심포지엄을 열며 설잠스님의 사상과 행적을 재조명하는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덕스님의 사업은 설잠스님의 정신문화를 선양하는 영역에까지 뻗어있다. 무량사 영산재의 무형문화재 등록이 목표다. 이같은 불사는 지역주민과의 상생에도 연결된다.
지난해 12월 3000만원 상당의 자비의 쌀을 부여군에 내놓고, 산사문화체험 행사를 지역주민과 함께 개최하고 있다. 주지 정덕스님은 “사찰의 자산을 활용해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며 “주민과는 상생하고, 불자들에게는 편안함을 주는 사찰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 태화산 마곡사, 사계절 아름다운 태화산 동쪽자락…백범 김구선생도 한때 은거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영남일보 발행일 2022-09-16 제16면
사하촌의 상점가를 지난다. 곧 화려한 다포양식에 겹처마 맞배지붕의 육중한 일주문이 나타난다. 처마 아래에 '태화산마곡사(泰華山麻谷寺)' 현판이 걸려 있다. 이곳은 예부터 '춘마곡'이라 불렸던, 봄의 신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곡사의 첫 산문이다. 마곡사는 공주시 사곡면(寺谷面) 태화산 동쪽 자락에 위치한다. 사곡면은 택리지나 정감록에서 '난을 피해 숨어 살기 좋다'는 이른바 '십승지'의 하나로 꼽은 땅이다. '사곡'은 절이 있는 골짜기를 뜻하니, 사곡면의 상징적 중심이 곧 마곡사다. 일주문 현판에 '여초거사(如初居士)'라는 방서가 있다. '여초'는 고(故) 김응현(金膺顯) 선생의 호로, 그는 '추사 이후 여초'라는 찬사를 받는 근현대 한국서단의 대가다. 산문을 여는 여초거사의 반듯한 글씨와 함께 산사로의 길이 시작된다.
640년에 신라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
정조 때 큰 화재로 소실 됐다가 재건
조계종 6교구 본사로 100여 말사 관할
세계유산 '한국 산지승원'으로 지정
마곡사 북원 5층석탑·대광·대웅보전
일직선상으로 중심축 이뤄 주변 압도
◆마곡사
길은 계곡과 나란히 나아간다. 계류는 마곡천으로 태화산 구간을 특별히 태화천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비로소 사하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고 길은 한층 조붓해진다. 옛날 마곡사는 아주 오지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말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들어왔고,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살해범을 암살하고 인천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탈옥한 뒤 숨어든 곳이 바로 마곡사였다. 지금은 아스팔트길과 데크길이 매끈하게 놓여 있다. 숨소리는 평온하고 도르르대는 물소리와 맑은 산새 소리만이 고즈넉하다. 천변을 따라 벚나무가 이어진다. 계곡 주변으로는 온갖 낙엽수가 무성히 자라고 능선에는 장령의 소나무 숲이 넓게 분포한다. 수목들이 저마다의 연두로 새로워지는 '춘마곡'을 상상할 수 있다. 물길이 크게 돌자 계곡 너머로 마곡사 암자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곡사는 백제 무왕 41년인 640년에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통일 신라 말기인 9세기경에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중창했고 고려시대에는 보조국사 지눌과 그의 제자인 수우(守愚)가 대대적으로 중창했다고 전해진다. 마곡사라는 이름은 신라의 보철화상이 마곡사에서 설법을 펼칠 때 그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이 삼밭의 삼대(麻)와 같이 빼곡했다고 하여 마곡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임진왜란 전의 마곡사는 1천50여 칸의 대찰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폐허가 되었다가 효종 2년인 1651년에 중건되었고, 정조 때인 1782년에 큰 화재로 다시 소실되었다가 재건되었다. 오늘날 마곡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다. 공주, 천안 등 충남 8개 시·군과 대전 및 세종 등지의 100여 개 말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지정됐다.
마곡사의 정문은 해탈문이다. 속세를 벗어나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두 번째 문은 천왕문이다. 악귀의 범접을 막고 중생들의 마음속에 있는 잡념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천왕문을 지나면 앞을 가로막는 마곡천과 길을 이어주는 극락교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마곡천은 태극 모양으로 굽이치며 마곡사를 남원과 북원으로 나눈다. 남원은 해탈문과 천왕문 왼편에 긴 담장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수행의 공간을 이루고, 북원은 극락교 너머 대광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교화의 세계로 펼쳐져 있다. 해탈문과 천왕문은 공간적으로 남원에 속해 있지만 의미에 있어서는 북원과 연결되어 있다. 즉 이들 산문을 통과하면서 세속의 때와 번뇌를 모두 벗은 뒤 최종적인 정화의 절차로 물을 건너는 의식을 치른 후에야 대광보전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한 가람 배치다.
◆마곡사 남원과 북원
남원의 중심 법당은 영산전이다. 마곡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650년에 중수돼 현재 보물 제800호로 지정되어 있다. 편액은 조선 세조 임금의 글씨라고 한다. 세조는 왕위에 오른 뒤 매월당 김시습을 찾아 마곡사에 온 적이 있다. 왕의 행차 소식을 미리 안 김시습이 몸을 피해버려 둘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영산전 편액은 그때 쓴 것으로 편액 왼편에 '세조대왕어필(世祖大王御筆)'이라는 작은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영산전 뒤편 산자락에는 군왕대(君王垈)가 있다. 세조가 마곡사에 왔을 때 '만세 동안 없어지지 않을 땅(萬歲不亡之地)'이라 끝없이 감탄했다는 곳이다.
극락교 건너 마곡사 북원에 들어서면 5층 석탑과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일직선상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간의 중심축을 이루는 수직과 수평의 조화가 주변 모두를 압도한다. 축선의 왼쪽에는 응진전과 조사전, 그리고 김구 선생을 기리는 백범당이 위치한다. 백범당 앞에 김구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가 성성하게 자라나 있다. 오른쪽으로는 범종각과 요사인 심검당, 2층 규모의 고방 등이 자리한다. 날씬하게 솟은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탑으로 보물 제799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탑의 상륜부에는 '풍마동'이라 부르는 청동제의 공예탑이 얹혀있는데 라마식 보탑과 유사한 점으로 보아 원나라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광보전은 마곡사의 중심 법당으로 보물 제802호로 지정되어 있다. 내부에는 화엄사상의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데, 불전 가운데가 아니라 법당의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앉아 계신다.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이 이런 위치에 앉아 있는 예는 매우 드물다. 1782년 대광보전이 완전히 소실되는 화재 속에서도 이 불상은 무사했다고 한다. 바닥의 카펫 아래에는 참나무 껍질로 엮어 만든 삿자리가 깔려 있다. 삿자리를 만든 이는 조선 후기의 한 지체장애인이다. 어느 날 마곡사를 찾아온 그는 백일기도를 올리며 틈틈이 삿자리를 짰다. 그는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얻을 수 있다면 이생에서도 다음 생에서도 착한 일을 하며 살겠노라고 맹세했다. 드디어 100일째 되는 날 약 30평 정도의 삿자리를 완성한 그는 부처님께 하직 인사를 올린 뒤 두 발로 걸어 나갔다고 한다.
대부분의 절집에서 정면을 차지하는 대웅보전이 마곡사에서는 대광보전 뒤쪽 높은 곳에 서 있다. 대웅보전은 보물 제801호로 외부에서는 2층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통층이다. 전각의 내부에는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굵직한 싸리나무 기둥 네 개가 서 있다. 마곡사 대웅보전 싸리나무 기둥을 많이 돌수록 극락길에 가까워지고 아니면 지옥 길에 가까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묻는단다. '그대는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 기둥이 참으로 보드라워 손끝이 뜨끔하다. 극락에 간 사람들 모두 모여 싸리기둥 도는 내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으로 가다 회덕분기점에서 당진, 세종, 전주 방면 오른쪽으로 간다. 유성분기점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로 갈아타서 당진, 남세종 방면으로 가다 마곡사IC에서 내린다. 사곡교차로에서 마곡사. 사곡 방향 우회전, 다시 마곡사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마곡사 입장료는 성인 3천원, 청소년 1천500원, 어린이 1천원이다.
마곡사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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