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과학자들이 알아낸 이 사실을 일상생활에 응용해 보자. 책을 읽을 때는 글을 따라가며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에 집중하자. 연구에 의하면 감정을 억제할수록 단기 기억력이 감소한다고 한다. 영화를 볼 때 울거나 웃지 못하게 하면 영화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면 아주 적은 수의 신경 세포만 기억을 형성하는 일에 관여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이 잘 저장되지 않는 것이다.
단기 기억이 생기지 않으면 장기 기억도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감정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또 감정 표현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게 좋다. 그래야 감정을 유발한 사건이나 학습 내용이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장기 기억을 뇌에 더 오래 보관하려면 잠도 잘 자야 한다. 신경 세포는 피로를 잘 느낀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쉬어 줘야 한다. 참을 충분히 자야 뇌세포가 쉴수 있다. 자는 동안 뇌는 불필요한 기억을 지우고 꼭 필요한 정보만을 남긴다. 이렇게 기억을 정리해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물이나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신경 세포의 휴식에 크게 도움이 된다. 장기 기억을 더 오래 보존하는 것을 넘어,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신경 세포에게 쉴 시간을 줘야 한다. 과학자는 '멍 때리는' 행동이 뇌의 휴식과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용량이 줄어들기도 한다. 새로운 경험의 빈도가 줄면 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거나 약해져 기억이 사라지는 건 물론 뇌의 크기가 줄어들기도 한다. 그러니 뇌에 신경 세포를 새롭게 만들어 이들을 연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경험을 자주 해야 한다. 책을 읽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춤이나 운동을 배우거나 변화하는 자연환경을 눈으로 직접 보자. 그러면 신경 세포를 만드는 특수한 스위치가 켜질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기 기억은 뇌에 차곡차곡 쌓여 한 사람의 성격과 정체성을 결정한다. 정체성은 그 사람의 기억과 그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행동한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다시 지난 2024년을 돌이보자.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면 이제부터 새로운 장기 기억을 만들어 가면 된다. 내가 어떤 활동을 하느나에 따라 뇌 세포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12월에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운동하고, 더 많이 자자. 그러면 12월 31일에는 분명 올해를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 이들것이다.
이지유 님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과학 이야기를 쓰고 좋은 책을 찾아 우리말로 옮긴다. (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등을 썼다. 이 코너에서는 과학의 눈으로 본 세상 이야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