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에
OCN 스릴러 특집으로
영국 BBC에서 제작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창백한 말》(The Pale Horse)을
2부작으로 방영했습니다.
요한 묵시록 6장 8절
'내가 또 보니
푸르스름한 말 한 마리가 있는데
그 위에 탄 이의 이름은
죽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저승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추리소설 《창백한 말》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
후기에 쓰인 소설로
1961년에 출간됐으며
포와로나 미스 마플 대신
올리버 부인이 등장하지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것은
우연히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된
화자(마크 이스터브룩)와
형사가 풀어나갑니다.
《창백한 말》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속
죽음 중에서 초자연적인 현상
(주술, 부두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소재는 작가가 간호사였을 때 습득한
지식을 사용했고,
소설이 출간된 후
소설 속 증상과 같은 경우의 사람들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죠.
이번에도 전작들에 이어
각색은 사라 펠프스가 했는데
원작과는 다르게 흘러가겠죠.
부유한 골동품 딜러인 마크 이스터브룩은
사랑했던 첫 부인 델핀의 비극적 죽음 이후
오래 알고 지내던 헤르미아와 재혼을 하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다른 여성들과의 밀회를 즐깁니다.
클럽 무희 토마시나 터커튼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마크는
다음날 아침
곁에서 이미 숨을 거둔 토미의 모습에
아연실색해서 서둘러 그 집을 빠져나옵니다.
그런 그에게 경찰의 연락이 오죠.
'어떤 명단'에 대해 레준 경감이 묻는데,
제시 데이비스의 사망사건을 조사중인 레준은
죽은 여성의 신발 속 쪽지에서
마크 이스터브룩이란 이름을 발견하고
마크에게 연락을 한 것입니다.
제시 데이비스는 머리카락이 빠지며
병색이 짙은 와중에
어딘가를 가다가 길에서 사망했습니다.
이름을 나열한 그 명부에는
마크의 이름이 성까지 온전히 쓰여 있고,
마크의 이름에만 물음표가 돼 있습니다.
게다가 마크는 이들 중 세 명과 관계가 있죠.
터커튼과는 내연관계이고
아딩리와는 절친한 친구이며
오즈본과는 사업상
몇 번 얼굴만 아는 관계입니다.
이윽고 죽은 지 며칠 지난
토마시나 터커튼의 사체가 발견되고
뒤이어 마크의 절친
클레멘시 아딩리의 죽음까지 직면하자
밤마다 찾아오는 전처 델핀의 악몽과
자신의 차에서 발견된 주술인형들 때문에
혼란스러움이 더했던 마크는
절대 믿지 않았던 오즈본의 허황된
'마녀 이야기'를 새삼 떠올립니다.
데스노트의 마지막 이름인 오즈본은
경찰성에서 마크를 만난 후
마크에게 마녀와 주술에 관한 주장을
줄기차게 해댔고
똑같은 주술인형을 받았던 거죠.
마크는 죽은 아네 델핀이 찾았던
《창백한 말》의 마녀
트리오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아딩리의 장례식에서
세 마녀를 보게 된 마크는
이 사건들이
마녀의 주술에 의한 것임을 확신하고
창백한 말을 방문하죠.
과연 마크 이스터브룩은 그의 바람처럼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요?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난해한 감이 있고
원작을 아는 사람이 보기엔
급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씬과 숏컷이 많은 건
원작을 나름의 방식으로 압축하려는 것으로
해석해 보더라도 개연성도 떨어지고
두 가지를 버무린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 아가사 크리스티 특집
✱ 창백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