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더위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處暑)‘를 맞습니다.
여름과 가을의 만남과 헤어짐이
아닐는지요.
기온을 보니 낮 최고기온이 29도
밤 최저기온이 23도…,
올여름도 이젠 끝물인듯싶습니다.
이제 기승을 부리며 푹푹 찌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밤에는 선선한 기운이
감돌아 쾌적한 생활을 즐길만 합니다.
새삼 절기의 정직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가녀린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지내기 쾌적한 가을, 결실의 계절!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을 맞음입니다.
(해)처서 [處暑]
오늘 8월 23일은 ‘처서(處暑)’입니다.
처서는 ‘더위가 멈춘다는’ 뜻이며, 24절기 중 열네 번째로,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드는 절기로서 양력으로는
8월 23일경, 음력으론 7월 중순에 해당합니다.
태양의 황경이 150˚에 달할 때이며, ‘입추’, ‘말복’ 무렵
까지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이 무렵이 되면 한풀 꺾이면서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부른다고
합니다.
'처서'가 되면 궂은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아침· 저녁
으로 제법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서 쌀쌀한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처서'라는 말은 “더위를 처분한다.”, “더위가 멈춘다.”,
“더위가 자기 처소로 돌아간다.“라는 뜻으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들입니다. 그러나 처서에도
‘잔서(殘暑)’라 하여 더위가 남아 있는 것이 보통이며
논의 벼가 본격적으로 익어 패이기 시작합니다.
흔히 ‘처서‘에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선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循行)을 드러내는
때입니다.
이러한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고려사(高麗史) 권 50 지(志)
4력(曆) 선명력(宣明歷) 상(上)‘에서는 처서의 15일간을
5일씩 3분(分) 하는데, “첫 5일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아 제를 지내는 듯하고, 둘째 5일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아 쓸쓸해지기 시작
하며, 셋째 5일간인 말후(末候)에는 곡식이 익어간다.”라고
하였습니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비록 가을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
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만 합니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盛)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무렵의
벼가 얼마나 잘 성장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잠언입니다.
농사의 풍흉에 대한 농부의 관심은 크기 때문에 처서의
날씨에 관한 관심도 컸고, 이에 따른 농점(農占)도 다양
했습니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 비(處暑雨, 처서우)’
라고 하는데,
“처서 비에 십 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고 하며
“처서 날 비가 오면 큰 아기들 울고 간다.”라고 했습니다.
예로부터 대추 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에서는 대추가 맺히기
시작하는 처서를 전후하여 비가 내리면 열매를 맺지 못하
게 되고, 그만큼 혼사를 앞둔 큰아이들의 혼수 장만이 어려
워져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는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나불거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썩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처서’ 비는 농사에 유익한 것이 못됩니다.
그러므로 처서 비를 몹시 꺼리고 이날은 비가 오지 않기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만큼 처서의 맑은 날은 농사에 결정적으로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예부터 처서 날이 잔잔하면 농작물이 풍성해진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이 무렵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는 체험적인 삶의 지혜가 반영된 말이기도 합니다.
처서에는 ‘호미씻이(洗鋤宴, 세서연)’라는 것을 하는데
여름 농사가 거의 끝나 밭이나 논을 매는 호미가 필요 없게
되어 씻어 둔다고 하여 생긴 이름입니다.
이 무렵은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어정칠월이요, 건들팔월이며 동동
구월”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음력으로 칠월은 한가해 어정
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팔월은 건들거리다가 시간을 보내며
구월은 추수하느라 일손이 바빠 발을 구르며 지낸다는 말로서
농사철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입니다.
그러나 음력 칠, 팔월도 생각보다는 일거리가 많은데 칠월
에는 “논에 지심 맨다”라고 하여 세 벌 김매기, 피뽑기,
논두렁풀베기를 하고 참깨를 털고 옥수수 수확하며 또
김장용 무· 배추 갈기, 밭 웃비료 주기가 이루어집니다.
특히 태풍이 오거나 가뭄이 오면 농민의 일거리는 그만큼
늘어납니다. 논물도 조정해야 하고 장마 후에 더 극성을
부리는 벼 병·충해 방제도 빠뜨릴 수 없는 일입니다.
또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라고 합니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처서를
전후해서는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민담에 보면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습니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습니다.
그러자 모기는 “사람들이 날 잡는답시고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
다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
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 낭군의 애(창자)끊으려고 가져
간다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남도 지방에서 처서(處暑)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말입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단장(斷腸), 곧 애끊는 톱 소리로
듣는다는 참 재미있는 표현이지요. 절기상 모기가 없어
지고, 처량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시기의
정서를 잘 드러냅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합니다. 예전의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습니다.
이날은 집집마다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산이나 계곡을
찾아 먹고 마시며 노래하고 흥겹게 놀기도 하였습니다.
중복에는 참외, 말복에는 수박, 처서에는 복숭아가, 백로
에는 포도가 제철 과실로서 최고의 맛을 자랑합니다.
또 처서 시절식(時節食)으로는 추어탕, 칼국수 등이 꼽힙니다.
여름이 가고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 여름 동안 허
해진 몸에 보양해주기 위해선 차가운 음식보다 따뜻한 음식이
좋습니다.
동의보감에 추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어
속을 따뜻하게 해줘 원기를 돋우고 설사를 멎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 처서엔 애호박과 고추를 썰어 넣고
칼국수를 끓여 먹는 풍습이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편 제철 복숭아는 비타민도 많고, 해독작용도 뛰어납니다.
다만 복숭아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요즈음은 비닐 온상 재배의 발달로 4철 내내 시절
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시절입니까?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던 여름이었을지라도 자연의 순리는
어김없이 여름을 밀어내게 됩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림이지요.
※參考文獻
①朝鮮代歲時記, 2003年
②韓國歲時風俗資料集成, 2003년
③韓國歲時風俗辭典
④두산, 다움百科
-2022.08.23.(火) 金福鉉- 카톡 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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