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하얀 여백
이정호
너의 얼굴에 내 마음을 그린다
아니, 그리는 순간 이미 지워진다
너의 빨간 볼에 내 빛깔을 입히지만
빛깔은 네 것인가, 내 것인가
여백은 받아 쓸 공간이 아니라
쓰이기를 기다린 적 없는 고요
어제를 쓰면 오늘이 번지고
내일을 쓰면 어제가 투명해진다
10년 전 문장은 지금도 마르지 않았고
1년 전 여운은 아직 말을 건다
포용이란 무엇을 담는 일인가
이해란 무엇을 비우는 일인가
정직한 단어들은 고전이 아니라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물음
난 너에게, 넌 나에게
공전인지 자전인지 구분할 수 없이
맴도는 것이 그리는 것이고
그리는 것이 머무는 것
여백은 공허의 이름이 아니다
공허가 스스로를 부정하며 남긴 자리
그래서 난 너에게 또 질문을 쓴다
대답 없는 물음이 가장 오래 머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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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너는 나의 하얀 여백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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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1
26.01.04 10:3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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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얼굴과 마음에서
많은 것을 발견 하셨군요
얼굴은 보이지만 마음은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워요.
그래서 문학은 이를 나타내는 보석 같은 학문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여백이 있기에 많은 상상과 여운이 남을 듯 합니다.
올 한해도 하얀 여백에 많은 것을 담고 싶어집니다.
장석민 시인님 처럼 훌륭하신 분들의 흔적을 찾아 가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