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지계(餌敵之計)
적에게 먹이(미끼)를 던져주어, 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물리치는 계책이다.
餌 : 먹이 이(飠/6)
敵 : 원수 적(攵/11)
之 : 갈 지(丿/3)
計 : 꾀 계(言/2)
출전 : 삼국연의(三國演義) 第026回
때는 유비(劉備)가 서주(徐州)에서 조조(曹操)에게 대패하여, 유비는 원소(袁紹)에게 몸을 의탁하였고, 관우(關羽)는 조조(曹操)의 포로가 되었으며 장비(張飛)는 행방불명이었다.
원소가 조조를 치기 위해 허도로 출정했다. 원소의 선봉장 안량(顏良)의 무용(武勇)으로 조조가 고전하다가 관우를 청해 안량을 처치했다.
원소는 안량의 원수를 갚으려고 문추(文醜)가 선봉으로 7만 군사를 이끌고 황하를 건너 연진(延津)에 진을 쳤다.
조조는 백성들을 서쪽으로 소개(疏開) 시킨 후, 스스로 병력을 거느리고 문추를 맞이했다.
조조는 잘영을 내려 후군을 전군으로 삼고 전군을 후군으로 삼아 군량과 마초를 실은 수송부대를 앞세우고 전투 병력은 뒤에서 행군하게 했다. 여건(呂虔)이 의아하게 생각해 물었으나 조조는 좀 이따가 알 것이라고만 했다.
잠시 후 보고가 들어 왔다. “하북 대장 문추의 군사가 오자 아군은 다 양초를 버리고 사방으로 도망했습니다(四散奔走). 후군이 또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조가 채찍으로 두 개의 언덕을 가리키며 지시했다. “잠시 저기로 피하라.”
인마가 급히 언덕에 올라서자 조조가 또 군령을 내렸다. “전원 갑옷을 벗고 잠시 쉬면서 말을 다 풀어놓아라.”
문추의 군대가 몰려오자 장수들이 재촉했다. “적병이 왔습니다. 급히 말을 거두어 백마로 회군합시다.”
순유(荀攸)가 급히 말리면서 말했다. “이것은 바로 이적지계(餌敵之計)인데 왜 도리어 물러난단 말이오(此正可以餌敵, 何故反退)?“
조조가 급히 순유에게 눈짓하며 웃었다. 순유는 그 뜻을 알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문추의 군사들은 이미 조조군의 양초 수레를 노획하고 말을 잡으로 다니느라 군사들이 대열을 이탈하여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
이때 조조의 군대가 언덕을 내려가면서 문추의 군대를 쳐부수니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문추는 대패하여 도망치다가 관우에게 죽었다.
조조는 잔치를 열어 장병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여건에게 말했다. “전에 내가 양초를 선봉으로 내 세운 것은 이적지계(餌敵之計)였소. 오직 순공달(荀公達; 순유)만이 내 마음을 알았습니다(昔日吾以糧草在前者, 乃餌敵之計也. 惟荀公達知吾心耳).” 모두가 탄복했다.
한편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편(軍爭篇)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군대를 운용하는 법은
고지에 있는 적을 향하여 공격하지 말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과 싸우지 말고, 거짓 도망치는 적을 쫓지 말고, 훈련이 잘 된 정예부대를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丘勿逆, 佯北勿從, 銳卒勿攻.
또 적군이 던진 미끼를 먹지 말고(餌兵勿食), 귀국하는 군대를 막지 말고, 적군을 포위할 때는 반드시 도망갈 길을 열어주고, 궁지에 몰린 적을 몰아붙이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군대를 운용하는 방법이다.
餌兵勿食, 歸師勿遏,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 餌(미끼 이)는 형성문자로 饵(이)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밥식변(飠=食; 먹다, 음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耳(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①미끼 ②먹이 ③경단(瓊團: 가루를 반죽하여 엿물을 바른 밤톨만 한 떡) ④음식(飮食) ⑤힘줄 ⑥먹다 ⑦(물고기를)낚다 ⑧꾀다 ⑨유혹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먹이를 구걸함을 이걸(餌乞), 약을 먹거나 신명에게 빎을 이양(餌禳), 평소에 몸을 보하기 위하여 먹는 약을 이약(餌藥), 끓이어 익힌 부드러운 모이를 연이(軟餌), 과실과 떡을 이르는 말을 과이(果餌), 범의 먹이를 호이(虎餌), 약이 되는 음식을 약이(藥餌), 냄새가 좋은 미끼라는 뜻으로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재물 따위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향이(香餌), 좋은 먹이나 미끼로 손쉽게 욕망의 희생이 되는 물건 또는 남을 유혹하는 수단을 이르는 말을 호이(好餌), 가루로 된 모이 곧 닭의 모이 같은 것을 분이(粉餌), 먹이를 먹음을 섭이(攝餌), 낟알을 그대로 주는 모이를 입이(粒餌), 낚시 끝에 꿰는 물고기의 먹이를 조이(釣餌), 낚시에 단 미끼를 구이(鉤餌), 적에게 미끼를 던져주어 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물리치는 계책을 이르는 말을 이적지계(餌敵之計) 등에 쓰인다.
▶️ 敵(대적할 적, 다할 활)은 ❶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啇(적; 나무 뿌리, 밑동)과 적의 근거지를 친다는 등글월문(攵)部의 뜻이 합(合)하여 대적하다를 뜻한다. 敵(적)은 이것저것 있는 중에서 하나를 정하여 맞서다, 부딪치다, 상대 등의 뜻이 전(轉)하여 나중에 상대방, 원수라는 뜻으로 변하여 쓰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敵자는 ‘원수’나 ‘적’, ‘겨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敵자는 啇(밑동 적)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啇자는 꽃의 뿌리를 강조하기 위해 식물의 줄기 아래에 口(입 구)자를 그려 넣은 것으로 ‘밑동’이나 ‘뿌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뿌리’라는 뜻을 가진 啇자에 攵자를 결합한 敵자는 ‘원수’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하고 그들에 대한 한(恨)은 가슴 속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敵자는 뿌리를 강조한 啇자를 응용해 깊은 한을 풀기 위해 적과 싸운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그래서 敵(적, 활)은 (1)싸움의 상대 서로 싸우는(해치려 하는) 상대자(相對者) (2)원수(怨讐) (3)시합(試合)이나 경기(競技) 따위를 할 때에, 서로(승부(勝負)를)겨루는 상대편(相對便) 등의 뜻으로 ①대적하다 ②겨루다 ③대등하다 ④필적하다(능력이나 세력이 엇비슷하여 서로 맞서다) ⑤맞서다 ⑥거역하다 ⑦갚다, 보답하다 ⑧원수(怨讐) ⑨짝 ⑩상대방 그리고 ⓐ다하다(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원수 구(仇)이다. 용례로는 상대가 되어 싸우는 나라를 적국(敵國), 적국의 병사를 적병(敵兵), 힘이 엇비슷하여 서로 맞섬을 적우(敵偶), 적군의 땅이나 적의 점령지를 적지(敵地), 마주 대하여 버팀 적으로 여김적대(敵對), 적국의 장수를 적장(敵將), 적의 깃발을 적기(敵旗), 적의 성질을 띤 것 또는 서로 대적되는 성질을 적성(敵性), 힘이 비슷한 상대를 적수(敵手), 적의 무리를 적군(敵群), 적국의 군사를 적군(敵軍), 적의 진지나 적군의 진영을 적진(敵陣), 겨룰 만한 맞수가 없음을 무적(無敵), 오래 전부터의 원수를 숙적(宿敵), 적을 이롭게 함을 이적(利敵), 정치 상으로 의견이 달라 반대 처지에 있는 사람을 정적(政敵), 사나운 적을 맹적(猛敵), 힘이 강한 적군을 강적(强敵), 억센 적수를 경적(勁敵), 능력이나 세력이 서로 어슷비슷함을 필적(匹敵), 적과 마주 대함을 대적(對敵), 적을 미워하며 분개하는 심정을 적개심(敵愾心), 자기 나라와 전쟁 상태에 있는 적국의 사람을 적국인(敵國人), 적으로 여겨 맞서는 마음을 적대감(敵對感),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를 적대국(敵對國), 적국의 사이 또는 첩과 첩 사이를 적국지간(敵國之間), 적은 반드시 전멸시켜야지 용서해서는 안 됨을 적불가가(敵不可假)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計(셀 계)는 ❶회의문자로 计(계)는 간자(簡字)이다. 言(언)과 十(십)의 합자(合字)이다. 말(言)로 묶음(十)씩을 헤아려 센다는 뜻이 합(合)하여 계산하다를 뜻한다. 言(언)은 말, 十(십)자는 千(천)으로 쓴 자형(字形)도 있으며, 十(십)이나 千(천)은 우수리 없는 수이고, 計(계)는 수를 소리내어 헤아리며 정리하여 나가다, 계획하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計자는 ‘세다’나 ‘헤아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計자는 言(말씀 언)자와 十(열 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十자는 긴 막대기를 그린 것으로 숫자 10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숫자 10을 뜻하는 十자에 言자가 결합한 計자는 1에서 10까지 말(言)로 셈한다는 뜻이다. 쉬운 셈은 간단히 말로 계산을 할 수 있으니 計자는 그러한 의미가 담긴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計(계)는 (1)어떤 명사 아래에 쓰이어 그것을 계량 또는 측정하는 기구나 계기임을 나타내는 말 (2)합계(合計)나 총계(總計) (3)꾀 등의 뜻으로 ①세다 ②셈하다, 계산하다 ③헤아리다 ④꾀하다 ⑤수학 ⑥산수 ⑦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셈 수(數), 꾀 책(策), 셈 산(算)이다. 용례로는 수량을 헤아림을 계산(計算), 바둑을 다 둔 후에 집 수를 계산하는 일을 계가(計家), 분량을 계산하는 일을 계량(計量), 수량을 재는 각종 기구를 계기(計器), 부분 끼리의 합을 다시 몰아서 친 셈을 누계(累計), 수효를 헤아림을 계수(計數), 촌수를 따짐을 계촌(計寸),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먼 뒷날까지 걸쳐 세우는 큰 계획을 백년대계(百年大計),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는 뜻의 망자계치(亡子計齒),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일만 생각하는 계책을 목전지계(目前之計), 어떤 어려운 일을 당해 아무리 생각해도 풀 만한 계교가 없음을 백계무책(百計無策), 천 가지 방법과 백가지 계책이라는 뜻의 천방백계(千方百計)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