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여성시대 hannam die
도어락 보고 왔는데
영화 개봉하기도 전에 욕먹은 게 너무 어이없어서 쓰는 글임.
계-속 배우들 욕하고 싶은 분들은 그냥 뒤로가기 눌러주삼.
나는 우선 여성영화니까 비판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음.
비판은 성장의 동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임.
그런데 여성영화와 남성영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너무 다름.
소비층이 다르기 때문인데
여성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런 사람들은 애초에 알탕영화는 잘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간극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만 해도 영화 진짜 많이 보는데 알탕영화 잘 안 봄 ㅜ
그런데 아예 여성을 전시하고 상품화한 VIP나 청년경찰 등등은 잘만 소비되는데
이런 영화는 배우들이 농담 한 마디 던진 걸로 여성혐오 범죄피해자가 주연이라는 이유로
개봉도 하기 전에
여성의 불안을 상품화한 영화라는 낙인이 찍힌 게 좀 어이없었음.
그럼 이런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여야 하지?
한탄 너무 길어져서 미안해.
아직도 배우들 욕하는 댓글이 너무 많아서 빡쳐서 구구절절 써봤어.
물론 극장가니까 90프로가 여자고 한남들은 대부분 여친 따라왔던데
더 많이 봐줬으면 ㅜㅜㅜ
내가 생각한 영화 굿포인트 & 추천 포인트 써볼게.
1. 영화 결말은 공효진이 만든 결말임.
이렇게 만들어주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우겨서 만든 결말.
공효진 영화 필모 죽 훑어보면 알겠지만 문제의식도 뚜렷하고 여성영화도 정말 많음.
나는 이 영화 결말 너무 좋았음.
오히려 여타 헐리웃 영화보다 좋았음.
최근에 개봉한 할로윈(2018) 버전이랑 비교해서 여주가 수동적이고 답답했다는 반응들이 많은데
할로윈에서 여주는 엄마가 살인범이 올 걸 대비해서 '학대'에 가깝게 8살 때부터 딸을 훈련시킴
8살 때부터 누군가를 죽이는 연습을 한 여주랑
그냥 평범하게 대한민국에서 사는 여주랑 비교해서 여주보고 답답하다고 말하는 거 난 그냥 꼬투리 잡는 거라고 생각함.
2. 주인공 경민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여성임.
영화 속에 나오지 않지만 아마 우리 대부분이 겪었듯이
넌 여자니까 타인에게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게 굴 것을 교육받았을 것임.
게다가 경민은 혼자 사는 여자로서 부주의한 사람도 아님.
주기적으로 비번을 바꾸고
남자 속옷에 남자 신발까지 갖다두는 사람임.
그러니까 경민은 늘 주의를 기울이며 사는 "현실"에 있는 인물.
3. 나는 이 영화가 여성의 공포를 상업화해서 가볍게 오락으로써만 다뤘다는 생각에도 반대함.
우선 여성을 포르노그라피적으로 다루지 않았음.
게다가 영화 도입부 보면 (스포 아님 그냥 첫 시작)
한남 둘이서 "술 취해서 집까지 갔는데 그냥 왔다고? 병신 아님?" 이런 식의 대화가 나옴.
병신은 니가 병신이지 시발
아무튼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 영화는 여성혐오 범죄에 대해서 다룰 거라고 땅땅 못 받고 시작하는 것.
게다가 경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다룰 때도
범죄피해자를 바라보는 현실적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다루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경민이 답답하고 수동적이라는 반응들은 현실에서 범죄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이 점이 난 좀 흥미로웠음.
범죄피해자에게 우리가 어떤 2차가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지점.
4. 이 영화에선 그동안 한국 공포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들의 우정을 볼 수 있음.
효주 진짜 존멋탱
5. 나는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경민-효주 관계가 변주되고
경민 역시 점차 변화함.
난 이 점이 참 좋았음.
물론 더 사이다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음 좋았겠지
6. 영화 속 등장하는 한남들의 스펙트럼 역시 다양한데
남자들이 이 영화 속 남자들이 너무 전형적이라고 말하더라? ㅋㅋㅋㅋㅋ
영화 본 여시들은 알거임.
이 영화 속 등장하는 남자들은 전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한남이라는 걸.
그리고 경찰 역시 존나 현실 경찰임.
나는 좋은 경찰도 만나보고
나쁜 경찰도 만나봄.
이 영화 속 경찰은 존나 현실임.
7. 누군가는 그래서 이 영화가 여자들보고 독립하지 말라고 말하는 영화냐고 하던데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결말을 그런 식으로 마무리 짓지 않았을 것임.
영화 결말을 좀 더 주목해주길 바라.
여기까지가 내 추천포인트인데
여성의 우정이 중요포인트로 다뤄지고 온전히 여성이 독차지한 원톱 공포영화가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인데
나는 이게 청년경찰이나 vip 등등 보다 망하면 진짜 어이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헐리웃 영화까지 따져도 최근에 할로윈(2018) 버전 빼면 이 정도로 세심하게 다룬 영화 몇 없어.
나는 참고로 자취하는 여신데
덮개 올라가 있던 적,
새벽에 누가 문 열려고 했던 적 다 겪어봄
처음 자취했을 땐 진짜 누가 집에 있는 거 같아서 노이로제 수준이었는데
침대가 없어서 그런가 (농담임)
그런데 이 영화가 나한테는 딱히 트라우마로 남진 않았음.
그런데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가고 싶어서 원래 이 영화 본 다음에 다른 영화도 두 편 더 보려고 했는데
그냥 집에 감 ㅋㅋㅋㅋㅋ
겨울에 해 좀 길었으면 ㅜㅜㅜ
나올법한 질문 미리 답해보면
얼마나 무서워?
엄마아빠랑 보기 괜찮아?
많이 잔인해?
난 졸라 무서웠고
모부님이랑 보기 좋은데 모부님이 걱정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걱정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가족끼리 같이 보세요.
잔인함 정도는 15세 이상 19금 이하 정도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는데 잔인함. 왕좌의 게임 보단 아주 약간 낮은 수준 (오베린이 죽는 장면같은 정도의 잔인함이 없다는 뜻일 뿐)
덧+
난 영화에서 효주-경민 전철씬에서 딱 한 번 웃었는데
진짜 어이없는 부분에서 웃는 사람들 너무 많아서 진짜 빡침.
시발 ㅠㅠ
나는 내 옆에 중고딩들이랑 봤는데 ㅎ ㅏ 진짜 너무 시끄럽고
이상한 곳에서 놀라고
이상한 데서 웃고.... 아 진짜 성인이었으면 한 마디 했을텐데 ㅜㅜ
여자애들이라 참았다ㅜㅜ
그리고 한남새끼 한 마리 왜 범인 나오는 장면에서 쳐웃었어?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ㅇㅇ 그걸 공효진이 바꾼거야
원래는 방화나 경찰 때문에 사는 거였는데 공효진이 자기가 직접 죽이는 걸로 안 바꾸면 출연 안 한다고 그래서.
그래서 총으로 죽이는 걸로 방향 틀었는데 실제로 여자들이 총 쓸 일이 얼마나 있겠음 게다가 공효진이 그럼 자기는 총 없으면 죽는거냐고 반발해서 못에 찔려 죽는 걸로 바뀐거. 솔직히 헐리웃에서 자기 캐릭터 위해서 적극 개입한 사례 많이 들었는데 한국에선 처음 들어보고 넘 멋졌어.
한남 나오는 매번 똑같은 알탕영화는 온갖 빻은 요소 다 나와도 봐주면서 왜 여성 서사는 배우 누구 맘에 안 들어서 배우가 무슨 말 해서 ㅋㅋ 이게 싫어서 저거 싫어서 안 볼 이유 진짜 너무 많다 그냥 여성 서사니까 한국 여자 얘기니까 봐주면 안 되나? 그것만으로 도어락 볼만한 이유 충분히 되지 않나 진짜 속이 막힌다...
인정인정 !!!!!!!!!! 근데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공효진 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서 더 무섭고 그렇더라 근데 그게 공효진이 바꾼 거였다니ㅠㅠ 공효진 진짜 최고다
나도 어이없는 장면에서 웃는거 진짜 놀랐어 이게웃겨?̊̈ 이 생각 계속 들었어ㅠ
진짜 여시 글에 다 공감해. 나는 남자들만 우르르 나와서 조폭의 우정이니 살인이니 이런 이야기만 하는 영화들만 보다가 현실적이고, 사회적으로 주목해야할 소재를 다루는 영화를 보니까 무서운 거랑은 별개로 진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어
잘읽었어 여시야!!
와 구구절절 공감이야..여시 말 넘 잘한다 잘 읽었어ㅠㅠㅠㅠ
정말 경찰들 나올때마다 속터져 죽을뻔했구요.. 너무 하이퍼리얼리즘이더라고.. 마지막 엔딩이 진짜 마음에 들었지!! 나 무서운거 못보는데 진짜 바닥에 있는 용기까지 다 끌어모아서 봤다..
나 무서울것같다고 핑계대고 내취향아닌것같아서 큰 관심 안가지고있었는데 여시 글 보니까 나라도 한 번 보는게 좋을 것 같아 볼게
공포영화 못 보면 극장 말구 나중에 집에서 불 켜고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합법으로 보면 수익 정산되니까 ㅎㅎ 안 무섭다는 반응도 봤는데 대부분 무서워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