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들 잘보내셨나요?
저는 당직으로 병원에서 콕 박혀있다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도저히 저를 참을수 없게 만들더라구요.
주말 아침 회진을 후다다다닥 돌고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점심은 밖에서 먹을까?
슬쩍 집에 전화를 걸어봅니다.
왠일이야...외식을 하자고 하고....피곤하긴 피곤한가보네...뭐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보다 밖에서 먹자는 이야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점심을 해결했다는 반가움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마눌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니...밖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자고...
조심스럽게 한마디 날려봅니다.
뭐랏~ 지금? 소나기가 온다던데....날이 쌀쌀하던데....
아무래도 음식을 준비하기가 귀찮은 주말인지 온갖 핑계가 나오면서 잠시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저의 거짓말 같은 거짓말을 결국 믿어주고 밖으로 나가기로 합의를 보았네요.
다행히 병원에서 20분 거리에는 멋진 야영장이 있답니다.
오늘은 숯불도 NO...거창한 바비큐도 NO
밥만 딱 먹고 오렵니다.
불을 안피우니 짐은 반으로 줄어버리네요.
밖에서 먹으니 맛은 분명있을것 같구...나오기 싫은 마눌님의 기분을 돌리려면 확실한 요리가 필요합니다.
이럴때 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될것 같아서 정말 밥을 해먹자는 생각이 드네요.
밖에서 해먹는 밥이 얼마나 맛있는줄 모르시죠?
오늘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마눌님의 망설임을 확 바꾸어버린 멋진 버섯고기밥과 곁다리로 만든 매콤한 돼지불고기를 소개합니다.
최고의 맛집은 지붕없는 자연이었다.
버섯고기밥
재료
표고버섯 한팩, 소고기 200gm, 잘불려진 쌀3인분, 조선간장, 들기름
밖에서 먹기에는 정말 좋은밥입니다.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은 영양밥...
아이들도 무척 좋아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버섯입니다.
일부러 두툼하게 썰어주었네요.
고기랑 같이 먹는 식감은...감히 상상 불가입니다.
준비를 빛의 속도로 하는 바람에 많은 준비물을 빼먹었습니다.
도마도 안가져오고....
밥 하나 하는데 준비물이 뭐 그리 많을까? 하는 안일함이
밥도 못먹고 올뻔했습니다.
버섯을 물에 충분히 불려서 물기를 제거한후
조선간장과 들기름으로 쪼물딱해줍니다.
물론 고기도 조선간장과 들기름을 살짝 넣고 쪼물딱..
일종의 밑간을 하는거에요.
고기에는 후추를 뿌려서 살짝 잡내를 제거해주는것도 좋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돼지불고기입니다.
소고기 200gm만 사러 정육점에 갔다가
눈에 보이는것이 바로 이 불고기 이네요.
버섯밥에 마눌님이 만족을 못할것 같은 예감에
돼지불고기를 추가합니다.
매콤달콤한 양념에 재어져 있는 요 고기는
정육점 사장님이 양념을 해서 파는거랍니다.
저도 처음 사보는데...깜딱 놀랐다는....
앞으로 종종 사먹을것 같습니다.
불을 올린 냄비에
고기와 버섯을 볶습니다.
들기름으로 쪼물딱을 해놓았기에
들러붙지 않고 잘 볶아지네요.
너무 익히지는 마시구요 센불에 살짝 ..볶아주세요~
들기름을 살짝 더 넣고 잘 불려진쌀을 볶습니다.
그리고 버섯을 불려놓았던 물을 붓고 밥을 하면 되죠.
여기서..잠깐...
보시다시피 저정도의 물은 좀 많습니다.
제가 잠시 정신을 팔았는지 물을 많이 주었네요.
보통 잘 불려진 쌀에 넣는 물의 양은 동량으로 하지만
버섯에 물기가 나오기때문에 약간 적게 주어야 됩니다.
눈대중으로 물을 맞추려면 쌀이 살짝 살짝 보이는 정도의 양이면 되는데...
제가 잠시 정신을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물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역시 밥은 질더라구요.
그래도...먹을만하게 질었습니다.
질은밥이 소화가 잘된다는 선의의 둘러대기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지만
다행히 맛이 훌륭해서 큰 위기는 없었답니다.
요 냄비 또 탐내시는 분들 있을것 같네요.
더치 오븐에 에나멜을 입힌겁니다.
무거워 보이는 더치보다는 훨씬 산뜻해보입니다.
초록색이....더욱 싱그럽지 않나요?
연기가 폴폴 나면 불을 줄이시고 뜸들이기로 들어가면됩니다.
무쇠의 느긋한 뜸들이기...
그게 바로 이 밥의 팁인것 같습니다.
밥을 뜸들이면서 정육점에서 사온 돼지불고기를 구워봅니다.
무쇠그리들에 고기를 올립니다.
역시 야외에서 무쇠의 위력은 최고봉이죠.
단순한 고기도 무쇠위로 올라가면 맛이 확 바뀐답니다.
철판 요리 한번 보실래요?
염장사진 몇컷 올라갑니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으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이 이렇게 좋아지네요.
역시 사진은 빛의 미학인것 같습니다.
아..그런데 포스팅 올리고 보니
이게 메인인듯...
어떻게 주객이 전도된것 같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밥인데
반찬이 더 맛나 보이네요.
휴~
약간은 질은듯 보이지만
그래도 밥알은 탱글탱글..제대로 익었습니다.
은은하게 보이는 저 버섯밥은
아까도 말했지만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은 멋진 요리랍니다.
멋진 그릇은 없구요...
그냥 야외용 식기에 담아봅니다.
밖에서는 이게 멋이죠~
이런 털털함과 단순함이
야외에서 먹는 식사임을 알려줍니다.
숟가락에 비추어진 나뭇잎의 싱그러운 모습이 보이나요?
푸르른 자연을 그대로 담은 멋진 사진이라고 나름 자찬을....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식기에 담습니다.
두릅은....어제 데쳐놓은건데 냉장고에 남아있길래 가져왔습니다.
부추무침도 그렇고...연근졸임도 그렇고...
보기에도 건강해보이는 반찬 아닌가요?
바쁘지만 구색은 잘 갖추어서 챙겨왔네요~
묻지마 양념장입니다.
밖에서 만들었으니 무언가 빠진것은 확실합니다.
그래도 양념장의 위용은 갖춘것 같네요.
묻지마 양념장...
뭐 넣었는지..묻지마세요~
막간을 이용해서 아들넘이랑 디카 놀이 합니다.
사실 제 사진은 요리 포스팅에 안어울리는지라 죄송한 맘으로 안올리려고 했는데
아들넘이 찍어주어서 올립니다.
자기가 찍었다고 꼭 이야기 해주라네요.
촛점이 맞는걸 보니 소질이 없는건 아닌가봅니다.
그리고 또하나...
역시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건가보네요..제가 찍는거랑 그닥 차이가 안나요..에휴~
냄새는 이미 자연과 어우러져 최고입니다.
늘 이런곳에 오면 숯냄새, 고기냄새만 생각나는데
들기름에 어우러진 밥냄새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것 같습니다.
마눌님은 별말 없는걸 보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것 같습니다.
푸르른 나무 밑에서 먹는 이런 식사는
메가톤급입니다.
짐을 들고 오기가 불편해서 그렇지
갓지은 밥에 집에서 챙겨온 반찬
이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맛집이 못따라오는 무언가가 있다는거.
다들 감 오시죠?
양념장에 쓱쓱 비벼서
돼지고기 한점과 같이 한입 드시면
또 안드로메다 댕겨옵니다.
정말 행복한 식사네요~
마지막은 맛난 밥을 먹고 먹는 커피한잔...
그리고 휴식...
일주일간 총알처럼 지나간 한주의 피로가
그냥 풀리는것 같습니다.
거창한 음식도 아니고
거창한 나들이도 아니지만
공기좋은 야외에서 먹는 밥한그릇은
이미 어느 맛집보다 훌륭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네요.
그리고 어느 바리스타가 보여주지 못한 커피한잔도
빼놓을수 없는 커다란 즐거움인것 같습니다.
아웃도어 요리가 하나의 사회적인 코드로 자리잡는 요즘
너무 거창한 요리만을 생각하지 않나 싶네요.
따뜻한 밥한그릇이 더욱 멋져보이는 주말이었습니다.
행복한 한주시작하세요~
오늘의 MEMO
지붕없는 자연에서 먹는 따뜻한 밥 한그릇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최고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