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끼리
다들 바쁘게 삽니다. 꼭 그래야 잘 사는 것은 아닐 텐데 석양빛을 등에 진 노인들까지 바쁘다고 부족한 시간을 야속해 합니다. 하지만 한 겹을 벗기면 외로움이 묵은 체증처럼 똬리를 틀고 있지요. 외롭지 않은 척 폭탄주를 돌리고, 평균 예닐곱은 될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이름도 삼수회(세번째 수), 사월회(네번째 월), 올금회(매주 금)로 짓고 만남의 호사를 즐깁니다.
외로움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입니다. ‘누우면 죽어, 살려면 걸어!’ 서로의 등을 토닥이고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노익장이 되려고 애씁니다. 우리는 그동안 집단으로 ‘으샤으샤’ 하며 압축성장을 이룬 습관이 남아서, 혼자이길 두려워하는 심인적 요인도 있으나, 은연중 외로움에 저항하는 모습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100세를 살아야 하는 시대엔 외로움은 필연적입니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는 “일부러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그 시간을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라.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기 콘텐츠를 쌓아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도 혼자이길 피하고픈 방편 아닐까. 대학이 만든 수많은 최고위과정, 쏟아지는 인생 수험서, 자기계발서의 요점은 ‘혼자 밥 먹지 말라’는 것, 전문지식에 목말라하는 건 차 순위로 밀립니다.
외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람들은 쉽게 노하고 적을 만듭니다. 그래서 소속을 만들고 여기저기 SNS에 ‘좋아요’를 누르며 함께 외로움을 나누려고 합니다. 역설적으로 더 외로워야 실은 덜 외롭다고 합니다. 외로움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사회적 소통도 원활해집니다.
해수욕장도 거리두기 파라솔 2-4m 간격 배치
젊은 층에도 고독사회가 어른댑니다. 약속이 깨지면 되레 잘됐다는 사람들, 혼밥, 혼술 등 나 홀로 일상을 즐기려는 젊은이가 늘었답니다. 학교 ․ 직장생활을 멀쩡히 하면서 사람 만나는 걸 불편스러워하고, ‘꼭’ 이 아니면 사람 만나는 시간을 나를 위해 쓰려고 해요. 그 뒤로 사회적 연결망이 부족한 고독사회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일 년 전 한 조사에 20대 10명중 6명이 고독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인간관계 형성이 사회적 분위기로 자리 잡으면서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이 피곤해 집니다. 나 혼자의 삶이 개인 취향의 문제라고 해도, 사회적 연결망 부재와 위급할 때 도움 청할 곳이 없다는 것은 잠재된 큰 사회적 문제가 됩니다.
영국이 사회적 외로움을 병으로 보고 담당 장관직을 신설한 것은 벌써 지난 얘기입니다. 우리사회도 이 문제를 고민해 볼 때가 되지 않았는지. 혼자 사는 직장인 여 조카는 동네 복지관에 나가려다가 아는 사람 만드는 일이 귀찮아 포기했답니다. 괜히 아는 사람 만들어 동네를 오가다 마주치는 번거로움이 싫다는 거예요.
더 걱정은 확대되는 비대면 사회입니다. 이러다 사람과 만나 안면 트고 밥 먹는 일마저 조심스러워지는 건 아닐까? 온종일 직장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에너지를 쏟는데, 퇴근해서까지 사람만나 에너지를 써야해? 그래선지 남녀의 데이트 문화도 예전만 못하고, 골치 아픈 결혼보다 우아한 독신으로 광내며 살고 싶다고 합니다.
프랑스 파리의 한 식당의 아이디어
1인 화로구이점이 처음 등장할 때 신기하더니, 지금은 당연시 여깁니다. 그만큼 남에게 구애받지 않으려는 젊은이가 이심전심 는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코로나가 불을 댕겨 곳곳에 등장하는 비대면 세상은 한 세대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명의 최대 스펙트럼의 나날을 살아가게 합니다.
이런 풍경 뒤에는 또 다른 외로움을 앓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가족 한 명 없이 죽은 노인, 지인 한 사람 없는 청년의 고독사가 동시다발로 신문에 났습니다. 100세 시대의 외로움을 어떻게 달랠까? 한편으론 자기만의 내공을 쌓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과 만남을 사랑하세요. 나 혼자서도 ‘으샤으샤!’ 나가서도 ‘으샤으샤!’ 둘 다 소홀히 하지 마시길. 외로운 사람끼리 그래야 외로움을 덜 타니까.
(이관순 소설가/daumcafe/leeletter)
첫댓글 성남님
잘보았습니다
현실에 맞는 내용 입니다
앞으로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세상은
너무 급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랑들이
혼사만의 일상을 즐기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겠고
늙어서 외로움은
우울증으로 이어집니다
친구가 큰 재산입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