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실세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금융권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실세금리 상승을 반영해 즉각 올리는 반면 예금금리 인상 에는 인색해 기업과 개인들의 상대적인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시중은행들은 최근 채권금리 상승으로 손실폭이 일정 한도 이상으로 커지자 채권 매수를 중단함으로써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실세금리 상승을 반영해 대출금리를 올려 적용 하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해 말 3.43%에서 이달 28일에는 3. 52%로 올랐다.
또 1년만기 산업금융채권 금리는 같은 기간 3.4%에서 3.81%로 0.41%포인트나 올랐으며 3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3.28%에서 3.94%로 0.66%포인트 상승했다.
실세금리 연동 대출은 전체 은행대출의 60~70% 이상을 차지하며 은행들은 고객 들이 3개월, 6개월, 1년, 3년 등 금리가 변동되는 기간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 다.
이에 따라 3개월마다 변동되는 대출금리는 CD 금리 상승분인 0.09%포인트 올라 갔으며 1년마다 변동되는 금리는 금융채 1년물 금리 상승분인 0.4%포인트나 상 승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아직까지 예금금리 인상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4% 선이다 .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말에는 1년만기 산금채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 었지만 올 들어 산금채 금리는 지난해 말보다 0.41%나 급등했지만 예금금리는 제자리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통화당국이 콜금리를 내리자마자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일제히 내린 바 있어 최근 은행 금리정책이 이율배반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리를 내릴 때는 경쟁적으로 내렸지만 1월 들어 1년만기 금융채 금리가 0.4% 포인트 이상 올랐음에도 예금금리 조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실세금리 상승으로 자금운용 금리가 높아져 은행 수 익 증대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금리 상승이 추세적인 것인지 단기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판단을 못해 예금금리를 못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2월 초까지 실세금리 동향을 살펴본 후 예금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을 검토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 실세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특판예금 판매나 고시금리를 인상하는 은행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채권매수 중단=
1월 들어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매수를 중단하는 은행도 속출하고 있다.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상품채권 운용 손실이 일정 금액 이상 발생하면 채권매수 를 중단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채권을 사들였던 은행들은 올 들어 실세금리 상승으로 큰 손실을 입어 이미 손실한도를 소진한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 중 상당수가 이미 손실한도를 초과했으며 대부 분 은행들이 손실한도에 거의 육박했다"며 "은행들이 당분간 채권을 사지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은행별로 1조~4조원 정도 채권을 운용중인데 이들 은행이 시장에 서 채권을 사들이지 못하면 채권수요 기반 위축에 따른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은행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경직된 운용으로 오히려 시장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 실세금리 상승 가능성=
시장에서는 실세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 로 전망하고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 금리가 오를 것에 대해 시장의 컨센 서스가 형성돼 있다"며 "딜러들 사이에 금리가 조금만 내려가도 채권을 팔려는 분위기가 강해 금리 상승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주 말 2월에 단기물인 91일물 만기 재정증권을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많은 5조원이나 입찰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최근 장기금리 급등에 이어 단 기금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올해에도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시장에서의 국채 물량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금리 상승 요인이다.
투신권에서도 금리 상승에 대비하는 쪽으로 자산운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
정원석 한국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금리 상승에 대비해 채권형 펀드의 평 균만기를 줄여놓은 상태"라며 "점진적인 경기 개선 전망에 따라 채권금리가 내 려갈 확률보다는 올라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월 경기지표가 발표되는 2월 말께 금리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전까지는 환율 영향 등에 따라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