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얼어 죽을 뻔 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눈으로 한강의
주로는 8.5cm의 눈이 쌓였고 추워진 날씨로 인하여 쌓인 눈이
얼어 빙판길을 이루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거 마라톤대회에 참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지금까지 한번도 포기하지 않은 전례를
떠올리며 마음을 추스르고 한강으로 향했다. 가는 길 역시 눈이
녹지 않아 느린 속도로 예정시간보다 30분이 늦은 시간에 도착
했다.
대회장 분위기는 한마디로 썰렁했다. 대회 출발 30분 전 인데도
참가자는 별로 보이지 않고 대회 진행 요원들만 분주히 움직
이고 있었다. 밖이 너무 추워서 차안에서 대기하다가 출발
10분전에 복장을 갖추고 출발장소로 갔다. 상이는 긴팔
기능성 셔츠에 하이는 타이츠를 입었다.
쌀쌀한 느낌이 영하 7도의 기온을 실감케 해 주었다. 게다가 거센
바람이 불어 전형적인 겨울 한강의 강풍을 온몸에 느끼게 해 주
었다. 이 바람을 뚫고 오늘 레이스를 할 생각을 하니 조금 아찔
한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정각 10시에 징소리와 함께 풀코스마라톤이 출발을 했다.
미끄러운 빙판길. 추위를 떨쳐버리려고 조금 빠르게 달려보지만
착지를 하고 발을 옮길 때마다 뒤로 10센티미터씩 미끄러진다.
이러다 넘어져 부상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달리다
보니 자연히 속도가 느려진다.
그래도 5km를 통과하니 조금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요령껏 눈이
쌓인 곳이나 얼음이 없는 부분을 골라가며 달리니 덜 미끄러지고
처음보다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짐을 느낀다. 속도는 대략 키로 미
터당 4분 30초 페이스가 유지되었다.
바람이 뒤에서 불어서인지 반환점까지 가는 도중에는 춥다는 느낌
은 들지 않았다. 도로가 얼어서 빙판길이여서 그렇지 레이스를 하
는데 별다fms 문제는 없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반환을 하자마자 정면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은 고통을 참아
내는 인내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실험하는데 충분한 강도라는 생각
이 들었다. 귀가 시리고 코가 얼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고
신발에는 물이 들어가 얼어서 감각이 없다. 속으로 이건 미친 짓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달리기를 멈추고 싶었지만 이 강
풍의 추위에 걷기라도 했다가는 당장 얼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걸을 수도 없었다.
특히 청담대교에서 성수대교까지의 구간은 강 바로 옆이라서 그
런지 몸에 느껴지는 온도와 강풍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한강을 바라보니 시퍼런 파도가 일렁이는 것이 마치 동해 바다
의 거대한 파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곧바로 세우고는 달릴 수가 없다. 바람을 뚫고 달리려면
허리를 꾸부려야 하고 몸을 나선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치
바다 속 고래가 유영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급수대의 물은 얼음이 섞여있다. 입속에 털어놓으니 목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물은 아주 적었다. 급수요원들도 황당했는지 아
예 물을 끓여 컵에 따라 주고 있었다. 마라톤 완주를 수십 회
하는 동안 달리면서 끓인 물을 먹어보긴 처음이다.
그래도 그럭저럭 37km까지 왔다. 마라톤 경력이 얼마고 완주
횟수가 얼만데 하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버틴 게
37km 지점 급수 대까지이다. 그 이후 5km는 기진맥진 하며
달렸다. 빙판을 달려서인지 허벅지 통증이 느껴져 달리기가
부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었고 추위로 몸이 얼었는지 어지러움
증세까지 느껴졌다. 멀리 내 앞쪽에 한명이 달려가고 또 멀리
뒤쪽으로 한명이 달려온다.
그 들 역시 힘이 드는지 걷다 달리다 하면서 나와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 1km를 남겨두고 대회 아치가 보인다. 이제
1km만 달리면 고통은 끝난다고 생각하고 의지를 불태워 보지
만 허우적대는 발걸음으로 발을 옮기기에 급급하다.
그래도 달리다보니 골인이 된다. 3시간 23분의 힘겨운 레이스
가 종료가 된다. 칩을 반납하고 곧바로 목욕탕으로 달려가 목욕
을 하고 맛있는 식사로 허기를 채우니 살 것 같다.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을 보니 한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달릴 때 표정과는 정 반대인 아주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의 모습으로. ^^*
첫댓글 찬바람이 쌩쌩~~ 추운날씨에 미끄러운 주로를 달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대단한 의지의 천리마님 힘~~!!!!
천리마님 걱정많이했는데 ,,,의지력이 대단한 멋진 천리마님 이십니다, 힘~^^
그래도 저는 천리마님이 짧은 말톤복 입고 달리시는거 아닌가 하고 내심걱정했는데 긴옷을 입고 달리셔서 다행이다 싶었지요^^ 백제 달리고 이주만의 풀코스라 체력도 회복안되었을텐데... 이주후에 또 나가시는건가요? 회복 잘하세요..천리마님 화이팅!!
갑자기 결혼은 미친짓이다....말톤은? 이런 문구가 떠오르는건 나만일까? ...엄숙해지네
곰돌이님,천리마님,칼린님.....잔치해줘야겠당!(울나라 사람들이 다 이 세사람만 같으면 세계최강국가가 될텐대....)
알토언냐가 천리마님 안성기 닮았다고 해서 제가 할 말이 없어 그져 웃기만 하였었는데요.. 거울앞에선 천리마님 모습이 천리마님 보시기에 아주 좋으셨나보아요.. 천리마님 힘 !!!
대단한 천리마형님!!! 고생하셨습니다. 빨리 회복되시기를....
대단하십니다.그리고 멋지십니다. 추위에 고생하셨네요.천리마님 힘힘힘........
저는 강추위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천리마님이 무섭습니다. 이제 그만 쉬었다 하시죠.. 고생 하셨습니다. 저는 3주째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옆짝지가 하는 말"오늘 천리마님 말톤 나가는데...너무 추운날씨라 심히 걱정되네..." 천리마님~~~아무튼 수고 하셨구요 대단하십니다.전 겨울이 무지싫은 사람중의 한사람인데 그것도 추운날씨에 마라톤을 하시다니 위대하십니다*^^*
한강의 칼바람에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풀코스를 달리신 천리마님의 달리기열정 존경을 표합니다.정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