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최경량, 착착착 3번 접는 카본 자전거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37호(2022.12.15)
문의배 (노어노문91-95)
㈜카나프 대표
접이식 원조 브롬톤과 소송 승소
8kg대로 속도·승차감·편리성
접이식 자전거 시장에서 큰 성장이 예상되는 한국 회사가 있다. 세계 최경량(7.8kg) 3단 접이식 자전거 체데크(Chedech)를 개발한 ㈜카나프다. 체데크 자전거는 프레임과 핸들, 안장봉 등 모든 주요 부품이 카본으로 제작된 7~8kg 대의 경량 자전거로 여행, 출퇴근에 최적화돼 있다. 카본 자체는 바닥으로부터 오는 진동을 흡수해 장거리 여행도 즐겁게 해준다.
체데크 자전거를 개발한 문의배 대표를 지난 11월 29일 서울 가산 디지털단지 사업장에서 만났다. 문 대표는 원래 브롬톤 마니아였다. 브롬톤은 프랑스 자전거를 모방한 3단 접이식 자전거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행을 시킨 영국 회사다. 목회를 꿈꾸고 장로회신학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주말 광나루에서 부천까지 자전거를 이용해 집을 오가면서 자전거에 심취했다.
“그때 만난 자전거가 브롬톤이었어요. 300만원 가까운 고가의 자전거였지만, 오래 탈수록 뭔가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무거웠고, 속도감을 느낄 수 없었으며, 승차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철 프레임의 한계였죠. 많은 사람들이 경량화를 위해 부품 업그레이드를 놓고 고심할 때 저는 동일한 접이 구조이지만 카본 프레임으로 된 자전거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탁구 용품 회사를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자전거 개발을 시작했다. 많은 자본 투입과 개발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일이라 주위에서 말렸지만, 가벼운 접이식 자전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했고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때가 2013년.
“카본으로 접이식 자전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카본 자전거는 삼각형 구조를 갖고 있으나, 체데크는 접이식 구조를 위해 일자형 프레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카본 소재는 휘는 속성이 있어 일자형 구조를 취하면 핸들과 안장 그리고 페달에 걸리는 무게로 인해 자전거가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어려워 자전거 업계에서는 카본으로 된 접이식 자전거 제작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죠.”
문 대표는 3년간 6개의 프레임을 제작해 오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가볍게 달리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브레이크, 기어 라인의 구조를 개발하고 접이 방식도 간편한 원클릭 방식을 적용했다. 2016년 첫 판매를 시작해 6년이 지나오면서 외장 기어 방식까지 도입, 오르막길도 어렵지 않게 오르는 등 흠잡을 데 없는 접이식 자전거로 완성됐다.
카본의 원가 특성상 가격은 한 대 가격이 300만원을 상회했지만, 새로운 접이식 자전거를 찾는 수요가 꾸준해 현재까지 1000여 대가 주인을 만났다. 국내 자전거 업체에서는 유일하게 2016년부터 꾸준히 유로바이크에도 출품해 유럽 고객들에게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체데크를 위협으로 느낀 브롬톤은 2019년 형태 특허 침해로 체데크를 유럽법원에 제소했다. 브롬톤과 유사한 3단 접이식 자전거 생산 업체가 국내외 여럿 있지만, 체데크에만 유일하게 소송을 걸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이해됐어요. 우리가 당연히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스페인과 벨기에의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전에 돌입했습니다. 우리 기술에 자부심이 있었으니까요. 브롬톤도 한국의 작은 회사가 이렇게 치밀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을 겁니다.”
3년여의 긴 공방 속에 유럽 법원은 체데크의 손을 들어줬다. 브롬톤의 3단 접이 형식은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이며, 체데크는 카본이라는 소재를 써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했다는 판단이다. 이미 재판에서 졌지만 브롬톤은 체데크의 성공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항소를 한 상태이지만, 두 자전거 간의 기술적 격차가 커서 한국 시장에서는 체데크를 인정하는 고객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체데크가 소송에서 이기긴 했지만, 유럽 시장에서 브롬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다양한 홍보채널을 통해 예술성 단서 조항을 강조하며 브롬톤이 이긴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전 세계 고급 자전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에서 판로는 절대적이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제품을 수출하는 것도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지고 있고, 카본 원사의 단가 상승도 부담입니다. 중국 내 제품에 대한 유럽, 미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져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요. 한국에 생산 공장을 속히 지어야 하지만, 문제는 자본 여력입니다. 기술과 개발 노하우가 충분한데, 투자가 아쉬운 상황입니다. 제품의 미래가치가 확실하니 계속 노력해 봐야죠.”
문의배 대표는 학창시절 탁구부원으로 활동했다. 졸업 후 30대 초반에 시흥시에서 정책기획단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Tak9.com이라는 국내 최대 탁구 용품숍도 운영하고 있다. 넥시(NEXY)라는 탁구 고유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티바, 스티가, DHS 등 세계적인 용품사의 한국 파트너다. 네 아이를 둔 다둥이 아빠로, 오스카란 필명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고 있다. 체데크 자전거는 카나프(www.kanaph.com) 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