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좋아하는 산나물, 미워하는 잡초
2023년 5월 12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스무사흗날
이른 아침 기온 영상 5도,
그런데 오늘은 서리가 내리지 않았다.
서리없는 아침이 좋긴 하지만 의아하다.
잠시 멈춘 것일까, 이젠 그친 것일까?
5월도 중순인데 이제 그칠 때도 되었다.
그냥 오늘 이 모습 이대로 그냥 쭈욱 갔으면...
어제 아침, 아침 일을 마치고 들어왔다.
잠시 마당에 있는 야외탁자에 않아 쉬었다.
거센 바람도 아닌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팥배나무 하얀꽃이 꽃눈이 되어 흩날렸다.
몇 잎의 꽃잎이 촌부의 흰머리에 내려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내가 하는 말이 재밌다.
"당신 지금 영화 찍나? 당신 머리에 있는 것이
꽃잎인지 흰머리카락인지 구별을 못하겠네?"
맞다! 이런 장면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것이지
일상에서는 흔하게 경험할 수 없는 장면이다.
그래서 꽃눈을 맞고 꽃눈 쌓인 것을 본다는 것은
분명 산골살이의 호사이며 특혜라고 해야겠지?
아침나절 단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잠시잠깐 세 종류의 산나물을 뜯었다.
그제는 아내가, 어제는 촌부가 뜯었다.
아내는 촌부가 뜯는 것은 탐탁찮게 여긴다.
억센 것도, 뻣센 것까지 하나도 가리지않고
보이는 그대로 산나물을 다 뜯어오기 때문이다.
산나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산골 아낙, 아내는
지금 당장은 제철 나물을 그때그때 맛보지만
앞으로 다음해 이맘때까지 봄맛을 즐기기 위해
선택하는 저장법은 묵나물로 말리는 것이다.
살짝 데쳐 봄볕에 말리면 영양가도 높인다고...
요즘은 햇볕이 좋아서 하루, 늦어도 이틀이면
아주 바싹 산나물을 잘 말릴 수가 있어 좋다.
같은 야생초라고 하더라도 편애를 하게 된다.
산나물은 좋아해도 밭에 나는 잡초는 미워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맨땅 흙으로 보이던
도라지밭이 어느새 쇠뜨기가 떡하니 자리잡고
제자리인냥 버티고 있어 무슨 밭인지 모르겠다.
그냥 봐서는 도라지밭인지 잡초밭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이다. 쇠뜨기라는 놈들 뿐만이 아니다.
온갖 잡초들이 다 모여 주인장 영감탱이 어떻게
골탕 먹일까 난상토론 하듯 회합을 갖는 것 같다.
그 볼상사나운 꼬라지를 두고 볼 촌부가 아니다.
의기양양하게 호미가 아닌 손괭이를 들고 나갔다.
한판 해볼 참이었다. 허구헌날 잡초들과 씨름을
해봐야 잠시잠깐 그때 뿐이라 결국 연패를 당하곤
한다. 허나 농작물을 잘 자라게끔 하기 위해서는
백전백패를 당할지라도 하는데까지 해봐야 한다.
도라지는 이제서야 싹이 돋는 중이라 잡초를 뽑고
캐더라도 조심스럽게 처리해야한다. 고마운 것은
무성한 잡초들 틈새에서 뾰족한 모습으로 돋이난
도라지 새순이 보였다. 3년을 길러야 수확을 하는
도라지는 해마다 수확한 곳에 씨앗을 뿌리다보니
구분하여 기른다. 그러니까 조금씩 3군데로 밭을
나눠 기르는 것이다. 솔직히 말한다며 이상하게도
도라지 농사와는 연이 닿지않는지 재미를 못본다.
겨우 명절 차례상에 올리고 몇 번을 먹거나 말려서
도라지 가루를 내는 정도에 그친다. 더덕, 잔대와
함께 예쁜 꽃도 보면서 영양이 좋은 먹거리가 되는
것이 바로 도라지인데 농사를 잘못 지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아마 잡초들이 주범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놈의 잡초들에게 화풀이를 하게 된다.
첫댓글
봄나물
풍년이네요
부지런 하시니 수확도 좋으시네요
산골살이는 조금의 움직임을 한다면
자연이 주는 선물을 듬뿍 받을 수가
있지요. 좋은 날,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잡초와의 전쟁
얼마전에 둘레길 걷기를 하면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 이야기가 실감나네요.
그래도 전쟁이 끝나면 승자에게 멋진 선물이 주어질 듯해요
그렇습니다.
농사는 잡초와 어떻게 지내야 하느냐에 큰 비중을 두게 됩니다. 녀석들의 기승이 눈에 거슬려 호미를 들고, 손괭이를 들고, 머잖아 예초기를 짊어지게 될테니까요. 그래도 결코 승리는 없지요. 잡초에겐 지는 촌부라서요. 즐거운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맨 나중것은 고추나무잎인가요?
앞에 두개는 모르겟고ᆢ
조물조물 양념장으로 무쳐서
밥 비벼 무그면 꿀맛~~
부러버요~~~
첫 번째 망초대, 두 번째 개미취, 세 번째 잔대순입니다. 묵나물로 말려서 다음해 이맘때까지 즐깁니다. 부러우면 지시는 것인데...ㅎㅎ
감사합니다.
나물 말리시는 모습이
알뜰살뜰해 보이네요.
미운 잡초 녀석들
한방에 확~ 안될까요
잡초 방지 부직포가 있다던데 ~
그걸 땅에 깔아 놓으면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 고요..저는 잘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