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 ⠀ 2023/11/3/연중 제30주간 금요일/학생 독립운동 기념일 ⠀ 루카 복음 14장 1-6절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 ‘내 것’과 ‘남의 것’ 길을 가다 우연히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큰 사고는 아니었고, 자동차끼리 부딪친 접촉 사고였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니 두 자동차 중 한 대는 딱 봐도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신차였습니다. ‘아이고 이를 어째. 새 차인데….’ 잠깐 동안 안타까움이 밀려왔지만 금세 사고 현장을 뒤로 하고 가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자동차가 제 차였다면 어땠을까요? 잠깐 안타깝고 끝이었을까요? 아마 내 몸에 상처가 난 것마냥 슬프고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꽤 오래 지속되어 차를 볼 때마다 사고가 떠올라 괴로워했을 것입니다. ‘남의 것’과 ‘내 것’의 차이는 이토록 큽니다. 오늘 복음 속 예수님의 질문은 날카롭습니다. ‘내 아들’이나 ‘우리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이고 뭐고 우선 구하고 보지 않겠느냐? 하지만 ‘내 것’이 아니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한 ‘수종을 앓는 사람’을 두고 예수님은 그를 ‘나의 이웃’으로 여기셨지만, 바리사이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잠깐 동안은 안타까워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그의 고통보다 안식일 규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 마음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남’으로 여기고 나와 상관없다고 느끼는 마음 말입니다. ⠀ 박민우 알베르토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11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