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1946)-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자연친화적, 탈속적, 달관적
◆ 특성
① 동일한 문장 구조의 반복으로 운율을 형성하고 주제를 강조함.
② '생계 → 생활상 → 정신의 달관'으로 자연과의 동화가 점층적으로 진행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산 → 순수한 자연의 세계, 탈속적 세계
* 씨나 뿌리며 ~ 살아라 한다. → 자연에 삶의 토대를 두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소박한 삶
* 들찔레, 쑥대밭, 그믐달 → 화자가 소망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재
* 들찔레처럼 ~ 살아라 한다. → 인위적인 것 없이 자연스러운 상태 그대로 살아가는 삶
*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 죽음을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임.
*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
◆ 제재 : 산
◆ 화자 : 순수한 삶을 꿈꾸는 이
◆ 주제 : 자연 속에서의 순수한 삶에 대한 소망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씨 부리고 밭 가는 소박한 삶
◆ 2연 : 들찔레, 쑥대밭처럼 자연스러운 삶
◆ 3연 :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삶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탈속의 세계, 순수한 자연에의 귀의를 꿈꾸는 시인의 소망을 담고 있다. '산이 날 에워싸고 ~ 살아라 한다.'의 단순 반복 구조와 명령형의 어투를 통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소박하게 사는 순명주의(順命主義)적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소개]
박목월 : 박영종시인, 전 대학교수
출생 : 1915. 경상북도 월성군
사망 : 1978. 3. 24.
가족 : 아들 박동규
데뷔 : 1939년 문예지 '문장’
작품 : 오디오북, 도서
<정의>
해방 이후 『난, 기타』, 『어머니』, 『사력질』 등을 저술한 시인.
<생애 및 활동사항>
본명은 박영종(朴泳鍾). 경상북도 월성(지금의 경주) 출신. 1935년 대구의 계성중학교(啓聖中學校)를 졸업하고, 도일(渡日)해서 영화인들과 어울리다가 귀국하였다. 1946년 무렵부터 교직에 종사하여 대구 계성중학교,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연세대학교·홍익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62년부터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임하였다.
1947년 한국문필가협회 발족과 더불어 상임위원으로 문학운동에 가담, 문총(文總) 상임위원·청년문학가협회 중앙위원·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문총구국대(文總救國隊) 총무·공군종군문인단 창공구락부(蒼空俱樂部) 위원으로 활약하였다.
1958년 한국시인협회 간사를 역임하였고 1960년부터 한국시인협회 회장직을 맡아 1973년 이후까지 계속하였다. 한때 출판사 산아방(山雅房)·창조사(創造社) 등을 경영하기도 하였다.
또한, 잡지 『아동』(1946)·『동화』(1947)·『여학생』(1949)·『시문학(詩文學)』(1950∼1951) 등을 편집, 간행하였으며, 1973년부터는 월간 시 전문지 『심상(心象)』을 발행하였다.
처음은 동시를 썼는데 1933년『어린이』지에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특선되었고, 같은 해 『신가정(新家庭)』지에 동요 「제비맞이」가 당선된 이후 많은 동시를 썼다.
본격 시인으로는 1939년 9월 『문장(文章)』지에서 정지용(鄭芝溶)에 의하여 「길처럼」·「그것은 연륜(年輪)이다」 등으로 추천을 받았고, 이어서 「산그늘」(1939.12.)·「가을 으스름」(1940.9.)·「연륜(年輪)」(1940. 9.) 등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데뷔하였다.
1946년 조지훈(趙芝薰)·박두진(朴斗鎭) 등과 3인시집 『청록집(靑鹿集)』을 발행하여 해방 시단에 큰 수확을 안겨주었다.
1930년대 말에 출발하는 그의 초기 시들은 향토적 서정에 민요적 율조가 가미된 짤막한 서정시들로 독특한 전통적 시풍을 이루고 있다. 그의 향토적 서정은 시인과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어진 특유의 것이면서도 보편적인 향수의 미감을 아울러 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청록집』·『산도화』 등에서 잘 나타난다.
6·25사변을 겪으면서 이러한 시적 경향도 변하기 시작하여 1959년에 간행된 『난(蘭)·기타』와 1964년의 『청담』에 이르면 현실에 대한 관심들이 시 속에서 표출되고 있다.
인간의 운명이나 사물의 본성에 관한 깊은 통찰을 보이고 있으며, 주로 시의 소재를 가족이나 생활 주변에서 택하여, 담담하고 소박하게 생활사상(生活事象)을 읊고 있다.
1967년에 간행된 장시집 『어머니』는 어머니에 대한 찬미를 노래한 것으로 시인의 기독교적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68년의 『경상도의 가랑잎』부터는 현실인식이 더욱 심화되어 소재가 생활 주변에서 역사적·사회적 현실로 확대되었으며,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사념적 관념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1973년의 『사력질(砂礫質)』에서는 사물의 본질이 해명되면서도 냉철한 통찰에 의하여 사물의 본질의 해명에 내재하여 있는 근원적인 한계성과 비극성이 천명되고 있다. 그것은 지상적인 삶이나 존재의 일반적인 한계성과 통하는 의미다.
수필 분야에서도 일가의 경지를 이루어, 『구름의 서정』(1956), 『토요일의 밤하늘』(1958), 『행복의 얼굴』(1964) 등이 있으며, 『보랏빛 소묘(素描)』(1959)는 자작시 해설로서 그의 시작 방법과 시세계를 알 수 있는 좋은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사적(詩史的)인 면에서 김소월(金素月)과 김영랑(金永郎)을 잇는 향토적 서정성을 심화시켰으면서도, 애국적인 사상을 기저에 깔고 있으며, 민요조를 개성 있게 수용하여 재창조한 대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훈과 추모
1955년 첫 시집 『산도화(山桃花)』(1954)로 제3회 아세아자유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68년 시집 『청담(晴曇)』으로 대한민국문예상 본상을, 1969년 『경상도(慶尙道)의 가랑잎』(1968)으로 서울시 문화상을, 1972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였다.
<참고문헌>
『우리시의 역사적 연구』(신동욱, 새문사, 1981)
『한국현대시론』(박두진, 일조각, 1977)
『현대시론』(정한모, 민중서관, 1973)
『한국의 현대시』(서정주, 일지사, 1969)
「향수의 미학」(김종길, 『문학과 지성』, 1971년 가을호)
[네이버 지식백과] 박목월 [朴木月]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