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李益齋觀空樓詩後
地非人 無以顯其美 人非詩 無以發其輝 故 雖有溪山之美 庸人俗士 枉踐佳境則 澗愧林慚 天慳地秘 寂無聞. 若遇文章學士 蒙一字之褒則 雲烟動色 樹木含榮 無形之形 於是乎見 無價之價 自此而高. 默菴坦公 釋門領袖 宿願力 約白華寺於天德山 因起東西二樓 欲光大其名 請于相國李仲思(齊賢) 昨記與詩 記則上板 詩未及書 師乃永逝 由是 失其本 余丁酉秋 承命赴朝 一日 詣相國私第 公 置酒從容之際 因及山中之事 曰 "余曾作觀空樓詩 子見之乎?" 余曰 "未見." 公 因誦是詩 余聞而銘諸心 恐其淪沒無聞. 及還 卽命書上板 以壽其傳 不獨斯樓之價更增 坦公之願 滿矣
時 戊戌 三月 日.金紫榮祿大夫 兵部尙書 兼 集賢殿太學士 致仕 全元發 跋.
이익재(李益齊)의 〈관공루 시〉 뒤에 쓰다
땅은 사람이 있어야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사람은 시가 있어야 그 빛이 발현된다.
그러므로 비록 시냇물과 산이 아름다울지라도, 속되고 무지한 사람이 헛되이 그 경치를 밟는다면,시냇물은 부끄러워하고, 숲은 수줍어하며, 하늘은 아껴 감추고, 땅은 비밀로 간직한 채, 집은 적막하여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문장을 아는 학자가 한마디의 칭찬만 남기더라도, 구름과 안개가 빛나고, 나무들이 영화롭게 되며, 형체 없던 것이 모습을 드러내고, 값없던 것이 그 값이 높아지게 된다.
묵암 탁공(默菴 坦公)은 불문(佛門)의 영수로, 친히 서원을 세우고 힘써 백화사(白華寺)를 천덕산에 짓고, 동서 두 개의 누각을 세워 그 이름을 드날리려 하였다.
상국(相國) 이중사(李仲思)에게 부탁하여, 기문과 시를 새긴 판을 올렸는데, 아직 시는 판에 새기지 못한 채 스님이 영원히 떠나고 말았으니, 그 본래의 뜻이 이로 인해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丁酉년 가을 조정에 부름을 받아 가던 중, 하루는 상국의 사저를 방문하였는데, 상국이 술을 대접하며 한가하게 이야기 나누던 중 그는 산사에 머물던 이야기를 꺼내며 말하였다.
“내가 예전에 관공루(觀空樓)에서 시를 지었는데, 자네는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말하였다.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공이 그 시를 암송해주니, 나는 듣고는 마음에 깊이 새겨, 혹여 이 시가 세상에 전해지지 못할까 두려워 돌아간 후, 곧 명하여 판에 새기게 하였고, 이로써 그 전함이 오래가도록 하였다. 이것은 단지 이 누각의 가치를 더욱 높인 것에 그치지 않고, 묵암 스님의 서원 또한 널리 이룸이 되었다.
때는 무술년(戊戌年) 3월 일
금자영록대부 병부상서 겸 집현전 태학사 치사 전원발의 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