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1.
주님!
이렇게나마
고통의 신비를 알기까지에는
아픔의 덩어리들이
뒤엉킨 상처
칼바람이 휘몰아온
방죽에 내몰린
말라빠진 한포기 잡초
숨을 쉬는 동안에도
수없이 밀려오는
주검을 넘나드는
고통의 그림자로
질식하여 허우적거리다보면
언제나
패잔병이 되어버린 모습
그러나 제 곁엔
늘 당신이 계셨습니다.
주님!
미움의 응어리들
상처받고 닫아버린 마음들
무모한 욕망과 쾌락들
이 모든 것 부질없음을
깨닫게 하시어
내 마음 언제나
겟세마니 동산에
머물게 하소서.
애간장 녹듯
당신을 부릅니다.
빗장 걸린 문 열어 젖히고
그리하여
가장 버림받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내 삶에서 우러나오는
말과 행동이
십자가 사랑은 못되어도
양심의 갈증을 채우는
생명수 되게 하소서.
찬미 예수님! 감사드립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라고 하신
교황님의 유언처럼 모두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샬롬.
이 시집의 저자 김 봉순(요안나)는
19살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흉추 4-5번 겨드랑이 밑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의지 한 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자들 복지를 위해 20여 년 동안
봉사와 헌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매입니다.
그는 지금 충북 소백산 끝자락
단양군 어상천면 연곡리
중골이라는 곳에서
장애인 6명을 데리고
“요안나의 집”이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가족처럼 오손 도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서도
늘 동반자로 함께 하셨던
주님을 찬양하고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파란 만장한 삶을
바늘꽃이란 노래로 엮어 내놓았습니다.
이 시집은 세상의 시집과는
맥락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편하게 앉아서
머릿속 감성으로
써내려간 글이 아니라
요안나 자신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 속에 살면서
그 아픔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절규하듯 온몸으로
써내려간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남에게
도움을 받을 처지에 있으면서도
늘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걱정을 합니다.
공동체 가족들에게
좀 더 잘해주려고 하고
더 맛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고 ,
더 멋있고 편안한 옷을 입히려 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운영도
되도록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립하여 운영하고자 동분서주하며
경제적 자활을 위하여
살아있는 양손을 이용하여
전통매듭을 만들어 판매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잠시도 쉴 틈이 없이
공동체 살림을 위하여 동분서주 하지만
틈틈이 짬을 내어 글을 썼습니다.
그는 몸이 점점 더 심하게 마비가 되어가서
이제는 장까지 마비되어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그는 시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다소 눈높이를 조정해서
읽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때로는 그의 글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교통사고로 5일 밖에 못 산다는 생명을
지금까지 살려주신 주님께 드리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 한 감사의 기도는
가슴 속 깊은 심연에
뜨거운 강이 흐릅니다.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바늘꽃처럼
질기고 질긴 인생을 살면서도
어떠한 경우에서든
하느님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는
구도자적 신앙과
처절한 고통의 삶에서
우러나온 체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