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우는 복장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몇 달이나 자신과 김형사가 담당했던 사건인데
상부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손을 때라고만 지시해왔고 파트너인 김형사는 전의 그 기괴한
사건이후에 의식불명이 되어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있었다. 더구나 이세열과 꼬마에 대해
아무리 수소문해 보아도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다.
"제길,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질 않는 거야! 경찰데이타에도 나오지
않다니 내가 귀신이라도 본 것도 아니고."
한참동안을 경찰데이타망에서 전에 그 두 사람에 대해 찾아보던 한승우는 아무리 찾아봐
도 작은 정보조차 나오질 않자 열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자포자기하고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고있을 때였다. 경찰서 문을 열고 낮익은 두사람이 들
어왔다. 올백머리에 선그라스, 그리고 회백색의 개량한복을 입은 이세열과 꼬마였다. 신기한
것은 꼬마는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복잡한 경찰서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너...너희들...!"
자기가 그토록 찾던 그 두사람이 뜻밖에도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전과 똑
같은 뻔뻔한 모습으로. 얼빠진 표정으로 두사람을 바라보고만 있자 꼬마가 능청스럽게 싱글
벙글 웃으며 다가와 친한 척 인사를 건내었다.
"안녕하세요, 한승우아저씨!"
얼떨결에 한승우는 꼬마의 인사를 받았고 세열은 뒷문에 기대어 서류같은 것을 살펴보았
다.
"한승우, 나이 29세 대구경찰학교 2001년 수석졸업... 경찰이 된 후로 표창장 5번 수상 다
혈질에 정의감이 투철... 1남 2녀중 막내... 아버지가 대구지방경찰청장...장래가 촉망받는 엘리
트로 미래를 보장받고 있었으나 왠일인지 1년전 아버지와의 연을 끊고 스스로 가장 골때리
는 강력2과로 지원... 대충 이정도면 다 조사한건가?"
이세열이 살펴보던 건 한승우의 신상명세서였다. 전에 있었던 일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았
는데 이번에 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신상명세서를 떠들어대자 뚜껑이 열려버린 한승우가
저번과 같이 세열의 멱살을 잡았다.
"이봐! 네놈이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남의 뒷조사를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거야?!"
한승우는 금방이라도 한 대 날려버릴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세열은 상관없다는 듯이 예의
표정하나 변화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계속이어 갔다.
"화내는 건 이해하겠지만, 지금 당신이 내 멱살을 잡고 있는 건 엄연한 하극상이라는 것을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최대한 협조를 해야 당신 파트너의 의식도 그만큼 빨
리 돌아온다는 것도 말입니다."
"!!! 뭐..뭐야! 그렇다면 김형사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놈들과 상관 있단 말이야?"
"아, 뭐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저희 쪽이 정신이 돌아오게 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김형사얘기가 나오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멱살을 풀고 책상으로가 앉은 다음 담배를 꺼
내 물었다.
"그래, 내게 무슨 볼일이 생겨서 찾아 온 거지? 설마 내 얼굴 보려고 그 귀한 발걸음 하신
건 아닐 테고?"
"이제야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세열은 한승우가 끝까지 자리를 권하지 않자 할 수 없이 자기가 직접 의자를 끌어다가 앉
았고 한승우는 그저 담배만 피워대었다.
"한승우형사, 영혼에 대해 믿습니까? 아니 귀신의 존재를 믿습니까?"
한승우는 세열의 물음에 어의가 없었다. 처음 만남부터 지금까지 밥맛없는 얼굴에 표정하
나 변하지 않고 천하에 제일 잘난 맛에 사는 듯한 인간의 입에서 나온 제대로 된 대화의 첫
마디가 우습지도 않게 귀신이라니 어의가 없어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봐, 당신 제정신이야? 뜬금 없이 귀신이라니? 구제대책반이란 곳이 귀신이라도 잡는 곳
인가 보지?"
"맞았습니다! 알고있었군요. 그럼 대화하기가 더 쉬워 질 것 같군요."
"역시 그렇... 뭐.. 뭐라구?"
"아... 알고계셨던게 아니군요... 그럼 제가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세열은 창가에서 바깥구경에 여념이 없는 꼬마에게 나가있으라고 한 다음 한승우에게 위
기대책 구제반의 업무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한승우형사는 대구가 사방이 산으로 막힌 분지라는 것은 알고있겠지요?"
"이봐! 내가 바본 줄 알아? 당신 말대로 난 경찰대학 수석이였다구 그정도도 모를 것 같
아!"
"알고 계셨군요...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왠지 한승우는 머리가 아파 왔다.
"대구는 분지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기는 안으로 모이고 밖으로는 분출되지 않
아 타도시 보다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춥습니다. 그리고 영기(靈氣)도 그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들어오고 밖으로는 유출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기의 경우는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명산에 위치한 사찰과 불상, 탑들이 안으로 모인 영기를 불러모아 다시 밖으로 내
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동안 영기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백년을 유지해오던 영기의 균형도 침체한 대구경제를 다시 살릴 거라 믿었던 월드컵으로
인해 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뭐 꼭 월드컵하나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때문에
큰 구명이 생긴 건 사실이니까요."
황당한 말들을 쉬지 않고 떠든 세열은 숨도 차지 않는지 여전히 감정 없는 표정으로 한승
우를 쳐다보기만 할 뿐 이였고, 한승우는 과연 이 말들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며
담배만 연신 피워대었다.
"월드컵경기장을 만들기 위한 공사로 인해 주위의 여러 산의 산맥이 끊기거나 사라져 버
리고, 그 주의에 다시 신개발 붐이 일어 많은 산들이 깍여 나갔습니다. 이때부터 대구의 영
기의 균형이 급격히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 공식적인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대구
의 대표적인 사찰의 불상인 갓바위와 약사대불이 의문의 단체에 의해 파괴되면서 완전히 깨
져버렸습니다."
"갓바위와 약사대불이 파괴되었다고? 그렇다면 어째서 언론매체에서 떠들지도 않고 무엇
보다 우리 경찰이 모른다니 그게 말이나 되?"
"얼마 전 팔공산등 유명한 불상들이 있는 산들이 모두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못들으셨나
보군요. 공식적으로는 오염된 자연환경 복구를 위해서라고 발표되었지만..."
한승우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분명 얼마전 뉴스에서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쓰레기투기와 한
경훼손으로 인해 일부의 이름있는 산들을 폐쇄한다는 뉴스보도가 있었지만 그 배경에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순식간에 자신이 믿고있던 모든 관념이 날아가는 순간 이
였다.
"훗, 정말 꿈같은 이야기군.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얘기야?"
"불상이 파괴되었단 이야기는 직접가보면 알 수 있을 것이고, 귀신에 관한 거라면 벌써 그
증거를 보셨을 텐데요?"
"증거라니?"
"얼마 전 김돈만의원 집에서의 일 잊으셨습니까? 그 때문에 당신 동료인 김형사도 의식불
명의 상태인 걸로 아는데?"
확실히 김의원집에서의 의문의 일을 당한 이후 자신의 파트너인 김형사는 의식불명이 되
었고 병원에서는 아직까지 원인조차 못 찾고 있었다. 세열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밖에 나가있던 꼬마가 들어왔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하고 있었고 세열은 꼬마를 보자 손짓으로 곁으로 오라는
신호를 했다.
"한승우형사 당신이 저희 쪽 부탁을 들어준다면 김형사의 의식이 돌아오도록 도와 드릴수
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분명히 병원측에서도 김형사의 병명에 대해 원인조차 못 찾고 있는 지금 세열의 말을 믿
을 수밖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좋다! 그 전에 병원에서도 손도 못쓰는 김형사의 상태를 너희들은 어떻게 치료한다는 것
이지? 굿판이라도 벌릴 건가?"
"아, 그점에 대해서는 저와 같이 온 이꼬마가 설명해 줄 겁니다. 진아 설명해 드려라."
세열의 옆에 앉아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만 있던 꼬마가 순식간에 웃음을 그치고 세열과
같은 표정하나 없는 차갑고 진지만 모습으로 변했고 한승우는 그런 꼬마에게서 알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한승우아저씨는 빙의(憑依)에 대해서 알고계세요?"
"빙의? 그게 뭐지?"
"음, 무(巫)에 대해 전혀 상식이 없는 것 같으니까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릴께요. 빙의란 흔
히 영이 인간에게 씌우는, 한마디로 인간의 몸 속에 들어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등의 현
상을 말해요. 주로 서양의 짚시들이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일이나 우리나라의 무당들이 점
을 치거나 굿을 벌일 때 쓰는 술법이지요. 그런데 그 술법이 영능력이 있는 사람의 제어에
의해 이루어지면 별문제가 없지만 영능력이 발달되지 않는 일반인에게 강력하고 사악한 기
운을 가진 영이 억지로 침범하게 될 경우는 그렇게 되지 않아요.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기 위
해 영은 살아있는 자의 영혼을 공격하게 되고 영능력이 없는 사람은 점점 그 영에 의해 침
식되어 결국은 영혼이 일종의 가사상태에 빠지게 되요. 그래서 김형사란 아저씨도 가사상태
에 빠져있는 거구요. 이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몸을 뺏었던 영혼을 성불시키거나 소멸시
켜서 가사상태에 빠진 영혼을 속박하고 있는 힘을 무효화시킬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제 좀
이해하시겠어요?"
"......대...대충은."
"뭐, 저도 아차피 전부 이해하리라고는 생각 안했으니까요. 세열형 나 설명 다했으니 이제
나가봐도 되지요?"
설명을 다 끝낸 꼬마는 금새 싱글벙글거리는 표정으로 변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래, 그럼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는 거지"
한승우가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세열은 가지고 온 가방에서 지도 하나를 꺼냈다. 그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시지지역의 2년전 지도와 현재의 지도였다.
"이봐 이런걸 내게 보여줘서 어쩌겠다는 거야?"
세열은 지도의 붉은 줄 쳐진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부탁할 것은 이 붉은 표시 된 곳의 토지이전과 주민이동건에 대해서 조사해 주셨으
면 합니다. 이곳에 월드컵 기념공원의 설립을 위해 어떤 불법적인 토지 뒷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요."
"그 정도라면 그쪽에서도 충분히 조사할 수 있을 텐데 어쪠서 나한테 부탁하는 거지?"
분명 그 정도 일이라면 자신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구제대책반의 힘이라면 자신이 하는 것
보다 훨씬 수월하게 조사할 수 있을 터였는데 자신에게 부탁하는 것이 왠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까지 한승우씨게 말해 드릴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
"......쳇, 어쩔 수 없군 일단 너희들을 믿을 수밖에 없으니. 좋아 너희들의 제안을 받아들이
지. 그럼 조사를 끝낸 후 어디로 연락하면 되지?"
김형사를 위해선 이들 밖에 믿을 곳이 없다고 생각한 한승우는 어쩔 수 없이 세열이 제안
을 받아 드렸다.
"1주일 뒤에 제가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세열은 거래가 성립되자 1주일 뒤에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꼬마와 함께 경찰서 밖으
로 사라졌다. 한승우는 이번 일이 원가 석연치 않은 것을 느끼면서 사라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세열형, 정말 저 아저씨를 끌어드릴 건가요? 제가 보기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
은데."
꼬마는 어디서 났는지 큼지막한 막대사탕을 꺼내 빨면서 세열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세열은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걸음을 옮기기만 하다 자신만 들릴 정도의 조그만 목
소리로 중얼거렸다.
"모든건 그분이 정하신 데로..."
해설편
갓바위 : 갓바위는 해발 850m의 관봉 정상에 정좌한 거대한 불상이다. 관
봉은 팔공산 능선의 최동단 봉우리로 산 밑에서부터 돌계단이 길게 이어
져 있다.
주차장, 식당 등 편의시설이 조성된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서 돌계단을
밟아 1시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당도하게 된다.
갓바위는 전체높이 4m인 좌불로, 정식 이름은 관봉 석조여래좌상이다.
머리 위에 두께 15m 정도의 평평한 돌 하나를 갓처럼 쓰고 있어 갓바위
라 불리우며, 둥근 얼굴에 굳게 다문 입, 당당하고 건장한 몸체에는 위엄
과 자비가 깃들어져 있다. 통일신리시대의 대표적 걸작으로, 보물 제431호
로 지정되어 있다.
갓바위는 기도하는 사람의 한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는 소뭉이 돌아
이른 새벽부터 치성객들 줄을 잇고 있다.
약사대불 : 옛부터 팔공산은 신성한 산으로 여겨져 왔으며 대구의 역사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영산이다. 동화사 경내에 위풍당당하게 서있
는 통일약사대불은 세계 최대의 석조대불로 통일염원에 대한 간절함을 상
징하고 있다.
통일약사대불은 불상 높이 17m, 좌대 높이 12m로 전체 높이가 29m가 되
는 세계 최대의 불상으로 총 공사비 1백억 원, 공사기간은 약 2년이 걸렸
다.
빙의 : 빙의(귀신들림, 신들림); 빙의란 구천을 떠도는 이름 모를 영가가
다른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 살고 있는것 이라 할 수 있다.
빙의가 들려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아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살아 가다가, 자신의 생각 중에 걸림이 되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의 상념
이 머릿속 한 귀퉁이를 차지하면서 행동의 연속체 속에 나타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어떤 알 수 없는 외부의 힘으로
행동과 생각을 지배받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날 때에는, 크고 작은 여러
형태의 빙의 현상들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빙의가 들린 사람들은 정신 감정이 조절이 되지 않는 정신분
열증성격, 성격분열증, 무례한 행동, SF물, 또는 죽은 사람에 대한 공포,
쓸데없이 영혼에 심취된 경우 다중성격자들이라 할 수 있다.
의학적으론 빙의 현상을 다중성격 증상으로 진단한다
빙의의 사례 : <축생들의 빙의>
불교에서는 5계 중 불살생을 가장 중요히 한다. 이 세상 한낱 미생물에
서 동, 식물에 이르기까지 자기 목숨 중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내 목
숨이 귀중하면 남의 목숨 또한 귀중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코끼리가 몸집이 제 아무리 크다해도 한 생명이요, 개미가 아무리 작아
도 그도 또한 귀중한 한 생명이다. 개미가 코끼리 보다 작고, 힘없고, 보
잘 것 없다고 해서 마구 짓밟고 죽일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몸보신이라 해서 해외에 나가 뱀이고,
곰 발바닥이고 간에 몸에 좋다면 물, 불을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등 현지
에서 큰 무리를 일으켜 TV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삼복 중에
보신탕을 즐겨먹는 사람이 대단히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보신용으
로 알게 모르게 죽어 가는 희귀 동물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물을 즐겨먹는 사람들 중에는 동물에 빙의된 경우가 가끔 있는 데 그
중에 뱀에 빙의된 사례가 있다.
옛날 시골에 20대 처녀가 폐병에 걸려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
었다. 처녀의 부모가 별별 좋다는 약을 다 구해다 먹여봐도 별 효험이 없
었다. 처녀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딸을 살리기 위해 산마다 돌아다니면
서 뱀을 잡아다 뱀탕을 끊여서 딸에게 몰래 먹이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세 번.... 딸은 아버지가 다려주는 이름 모를 약을 먹고 폐병이 다 낳
아서 몇 년 뒤 결혼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날마다 고민에 빠
졌다.
낮에 보면 아내가 그렇게 아름답고 착하기만 한데 밤에 잠을 자려고 이
불 속에 들어가면 부인의 살이 닿는 순간 남편의 온몸은 꽁꽁 얼어붙는
것이다. 섬뜩하고 싸늘한 느낌의 살결, 그것은 도저히 사람의 체온과 피부
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점점 젓가락처럼 바짝 말라가기 시작했
다. 몇 달 뒤 친정 부모가 시집간 딸을 보러 왔더니만, 딸은 건강해 보이
는데 사위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이유를 물어본즉 친정부모는 턱하니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짐작되는 일이 있었던 것이었다.
사위 볼 면목이 없었으나 처녀시절 딸에게 뱀 잡아다 생사탕 해 먹인 얘
기를 해주고 절을 찾아가 구병시식을 받게 하였다.
드디어 구병시식을 받던 날! 한밤중에 구병시식 퇴마를 받던 딸이 벌떡
일어서더니 차갑게 번뜩이는 눈으로 법당 안에 있는 스님과 가족들은 한
번 쏘아보고는, 법당 바닥에 쿵하고 나가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법당 바닥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정신없이 구르더니, 이번에는 몸을 바
닥에 엎드려 이리저리 뱀처럼 기어다니다가 픽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지켜보던 가족들은 모두 혼비백산 놀라서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퇴마가 끝난 후 딸의 모습을 쳐다보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축
쳐져 있는 것이 도무지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 딸의 말로는
자기의 몸 안에서 무엇인가가 스물스물 빠져나가는 것 같은데 그 기분이
너무도 소름끼치고 느글거려 자기 스스로도 무슨 행동을 했는지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라 하였다. 너무나도 무섭고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는 일
이었다.
이렇게 축생도 사람 몸 안에 빙의 되어 살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음
식이라도 너무 혐오스러운 것은 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축생 빙의에 걸
린 사람의 모습을 보면, 개를 잡아먹고 빙의된 사람은 목이 하늘로 치솟
아 올라가며, 어깨가 빠지는 듯이 아프고, 한번 기침이 나오면 숨이 넘어
가듯 하되 개가 컹컹거리듯 목쉰 소리가 나며, 눈알은 기름을 부어 넣은
듯 번들번들,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게 특징이다.
간혹 닭이나 오리를 잡아먹고 빙의에 걸린 사람은 고개를 밑으로 밀어
넣으며, 한쪽 팔은 머리를 감싸안듯 하고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가지 않
으며, 숨이 막히고 눈을 반쯤 내려 감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여러 축생 빙의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축생 빙의에 걸리면 사
람의 혼신이 빙의가 된 것보다 몇 배의 고통을 당하며, 의사들도 특별한
처방이 없다. 축생 빙의가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려면, 집에서 키우던 짐승
을 함부로 잡지 말며, 특히 가정에 경사가 있을 때는 살생하지 말아야 한
다. 아내가 아기를 임신했거나, 신생아가 있는 집은 더더욱 조심해서 살생
을 금하고, 이럴 때 오히려 방생을 하면 큰 복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