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취업난과 인터넷의 전국민적 보급에 힘입어 한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취업에 관한 웹사이트의 성황이 바로 그것이다. 취업사이트(잡코리아, 사람인 등) 등과 취업까페(취업뽀개기 등) 등은 수십만명의 회원수가 말해주듯 대성황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언론인 채용정보의 정석인 아랑도 있다.
정보의 시대인만큼 구직자를 위한 정보가 가득한 채용사이트는 아주 유용하다. 필기시험때 무슨 색깔의 연필을 들고가야 하는지, 면접때 무슨색 옷을 입고가야 하는지같은 시시콜콜한 문제에서부터, 최근 기출문제, 예상 기출문제같은 비교적 핵심적인 내용까지 다 다뤄지고 있다. 특히 어디에서 언제 채용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한 곳에 잘 모아놓았다는 점은 채용자와 구직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아랑도 그렇다. 이런 정보뿐만 아니라, 같이 준비하는 사람들과 한 호흡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장이다. 얼마 전에는 정모까지 열어, '아, 나말고도 언론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언론사 지망생들은 이렇게 생겼구나...'하는 아주 원초적인 호기심을 해결해 주기도 하였다. 또 '기자는 결혼하기가 빡세다더라...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는 등의 인생상담까지 이뤄지는 것을 보면, 아랑은 이미 채용정보사이트 그 이상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채용정보사이트가 그렇듯 아랑에도 毒이 있다. 이 毒은 채용자로 하여금 '올바른 채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취업자로 하여금 '잘못된 지원'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소서이다. 도대체 자소서가 공유될 필요가 있는가? 자소서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자신의 실제 경험을 써야만 한다. 그래야만 회사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고, 지원자들의 실제 실력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자소서 작성자들은 합격자들의 글줄을 보고서야 비로소 자소서를 '복사'하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자소서를 대행해주는 곳도 있다. 자소서를 자소서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으신 분들은 '자소서대행'을 검색해보라. 몇만원에 자신의 이력이 멋지게 재탄생될 것이다. (마치 우리가 까야 할 정치인 분들의 자서전처럼)
자소서 말고도 한심한 작태는 많이 볼 수 있다. 도대체 자신의 취미가 뭔지,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썼는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는가? 자신의 취미 중, 지망하는 회사에 가장 근접한 취미를 쓰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을 클래식감상은 너무 뻔하다느니, 어차피 확인 안할테니 최대한 새로운걸 쓰라느니 하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이래서야 정말 클래식에 소양이 있는 사람은 뻔한 사람이 되는 거다. 아주 억울할 노릇이다.
뭐 일반 기업이야 별 상관없다고 치자. 사회가 원래 그러니... 자소서 제대로 읽기나 하는가? 비중이 있기나 한가? 기업 입장에서는 창의력있는 인재를 뽑는다고 TV광고나 홈페이지에서 노출시키면 그만이다. 스펙좋고, 어떤 방식을 써서든 일처리하고, 말 잘듣는 사람이면 족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랑은 최소한 언론사 지망생들이다. 뭐 언론사라고 해서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면접현장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거짓을 써라. 멋지게 글을 쓰려면 거짓으로 써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지경이다.
언론사 채용담당자는 말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글'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사만큼은 글 잘쓰는 놈이 킹왕짱인 것이다. (뭐 비교적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학벌 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언론사 채용담당자들도 제대로 된 인재를 뽑기 힘들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지원자가 사실을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진짜를 찾아내기 위해 올해 채용시즌에도 날밤까며 수백, 수천명의 조악한 글줄을 읽어야 한다.
물론 개탄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아랑은 그런 풍조에서 어느 정도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합격자들의 자소서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고 있으며, 초딩 수준의 정보공유 요청도 문제가 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리고 채용담당자들도 글의 완성도는 물론, 진실성을 가려내는 능력이 있을 줄로 믿고 있다. 어차피 글쟁이들이니까 말이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은, 아랑이라는 이 언론지망생 까페는 그 활용에 따라 毒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런 채용에 대한 불신이 계속된다면 후일 채용담당자는 자소서를 복사했는지, 어느 문구를 도용했는지에 대한 필터링과 취미에 대한 확인서를 요구할 지도 모른다.
취업난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식에 취업은 반대다. 하루벌어 하루먹고사는 언론지망생 최후의 자존심이다. PD나 아나운서야 모르겠지만, 어차피 기자가 된다고 '부모님이 어이구 내새끼 출세했네~'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애인이 '일등 신랑(신부)감이네~'하면서 더 잘해줄 것도 아니다. 자존심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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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자소서 쓰다말고, 언제까지였나 확인하러 아랑에 들어왔다가 쌩뚱맞은 글 하나 쓰고 갑니다^^
첫댓글 음. 그런가요. 제 생각엔 그런 자소서는 딱 10분 면접하면 다 까발려 질 것 같은데 -_-ㅋ
자소서를 그대로 공개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합격생입니다만... 모든 정보는 어차피 받아들이는 사람이 소화해내기 나름이겠지요. 그리고 '부풀리기'도 어찌보면 솔직함이 또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 것일 수도 있고요. 뭐, 어찌됐든 평가자 마음 아니겠습니까. 후훗.
술값/맞아요, 면접서 까발려질 자소서 쓰지 맙시다!ㅋ 포도주스/아랑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비교적 떳떳하죠, 음 진실함 킹왕짱! 놀예상/ ㅋㅋ저도 자소서 써줘서 합격시킨 '범죄'를 저지른 적도 있답니다 (정작 전 훗훗...ㅠ.ㅜ)
글 읽으면서 한편으로 뜨끔했어요.. sbs를 시작으로 지원서, 자소서라는거 처음 써보는 신입생?;인데 사실 이번 지원서에 취미 특기란 있었으면 저라도 전전긍긍하면서 남들은 뭐썼는지 궁금해 했을 것 같거든요.. 정해진 양식없는 자소서에 당황해하면서 남들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그 시간에 제 것에 더 충실해야겠어요.. 새벽 3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반도 못썼어요.. 흑.
수백 수천명의 조악한 글줄 ㅋㅋ 넘 웃겨요
음...그래도 자소서는 '소설'처럼....면접은 '드라마'처럼....약간의 허구와 약간의 철판이 없다면 먹히지 않는 바닥이라 생각합니다...
채용시즌이 오면 은근히 올라오는 글들이 논작과 자소서의 어투와 같은 냄새가...솔솔....난 이미 쓸 준비 되어있다는 전투테세인 것 같아요. 주제만 던져라...10초 후 넌 이미 내 글에 빠져들어있다. .
보면 뭐하나요..자판에 손 올리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데..;; 아무생각 없지 않고서야 그대로 베끼기는 힘들듯.ㅋㅋ 자소서쓰다가 토나오긴 처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