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아가 말하는 서태지
"서태지씨는 이제 말끝을 흐리지 않아요. 그만의 독특한
그 말투가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그는 자신에 대해 확신하는
법을 배원 온 것이겠죠. 4년 7개월이라는 시간 을 통해."
-채송아 (서태지 사서함 관리자이자, 서태지의 개인 카피라이터)
태지의 은퇴 전 활동중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일은?
1995년 10월, 4집을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내려진 음반 판매 금지 처분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 때,
정말 이 그룹은 왜 이렇게 평탄하지 않은 행보로만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지…. 팬들은 팬들대로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공윤도, 서태지측도 서로가 한 발도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정말 암담하 더라구요. 급기야 여러 공중매체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다행히 여론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결론적으로는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의 걸림돌이 되었던
공윤의 사전 심의제 폐지를 앞당기는 데 한몫을 했었 지요.
그때 팬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우리의 뜻을 보여 줄 수 있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사서함으로 '공윤과 문화체육부에 편지
보내기 운동'을 벌였습니다.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보내 달라는 당부와 함께. 물론 그 반응은 정말 대단
했습니다. 아마 그 관계자 분들도 놀라셨을 거예요.
사서함 진행하면서 제일 보람있었던 때였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매일매일 우리 팬들이 보내오는 편지가 3~4 트
럭이나 배달됐으니까요.
은퇴 전과 지금의 서태지를 비교해 달라진 점은?
글쎄요, 사서함을 다시 운영한 지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요.
귀국 후 서태지 씨를 직접 만난 건 지난 9월 9일에 있었던 컴백쇼
현장에서 딱 한 번뿐이었습니
다. 그 사이 네 번 정도의 전화 통화는 있었구요.
물론 사서함 녹음과 앨범 작업,
또 기자 회견과 같은 업무상에 필요한 전화였어요.
정말 하나도 변한게 없더라구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요.
아,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는 건 확실히 변한 것 같아요.
왜 서태지 씨 특유의 말투 있잖아요. 말끝을 흐리는….
근데 이제 분명해요. 명확하게 말끝을 마무리하더라구요.
외모는 변한 게 참 없지만, 내적으로는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4년 7개월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건 아니겠죠. 시간을 정말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은 그 전부터도 쭈욱 해왔지만요.
채송아 씨가 알고 있는 인간 서태지는?
처음엔 사실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제가 학교나
동아리 같은 데서 만났더라면 정말한없이 구박(?)하고
선배로서의 권위를 내세워도 될 나이 차이라서 좀 만만하게 본
건 사실입니다(물론 맨 처음 봤을 때 말이에요).
그렇지만 뭔가 달랐어요. 대단한 뭔가가 있어서라기보다,
여느 사람들과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그 뭔가를 아직도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남들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서태지가 남다르다고 느끼게 된 특별한 기억은?
택일을 하는 능력과 냉정함이 대단하다고 봅니다.
특별한 어떤 기억이라기보다도
늘 그래왔던 거 같아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정말 끊임없는
사건과 사고가 있었어요.
아마 다른 가수 10년 동안에 겪을 일을 '서태지와 아이들'은
앨범 한 장으로 활동하는 기간에 다 겪었을 만큼.
사망설, 자해설, 군미필 문제, 결혼설, 표절설,
음반 판매 금지령, 사탄설, 그리고 복장 규제. 이 모든 사건들의
항상 첫 번째 희생타가 되곤 했는데, 그때마다 다 른 스태프들은
우왕좌왕 헤매고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안절부절 정신없었는데, 정
말 냉정하더라구요. 서태지 씨는 태풍의 눈처럼 그 주위가 난리굿에
폭풍우가 휘몰 아칠수록 오히려 냉정해지며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더라구요. 물론 상대하기 싫은
부분들은 철저하게 무시해 버리기도 하면서 말예요.
그리고, 택일 능력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정말 기막히게
날짜 하나는 잘 잡아요. 기독교 집안이니까 뭐 딱히 점집을
드나드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에요. 앨 범 발표 시기, 뮤직비디오
촬영 일지 등등 날짜 잡는 게 기막혀요.
무엇보다도 은퇴 시기와 은퇴 기자 회견 날짜는 지금까지
제 주위의 사람들도 두고두고 말하곤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사회적으로 아무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 때를
마치 알고 고른 듯 골랐냐면서요.
오로지 모든 매스컴의 촉각이 본인들한테만 쏠릴
수 있게 한 걸 보면 대단하죠.
서태지 씨의 팬들에 대한 생각은?
이건 정말 교과서 같은 답변이지만 팬들에 대한 서태지 씨의 애정은
진실하다고 봅 니다.
특히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활동 기간 중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팬들과 같이 겪어서인지 이건 정말 가족 이상의 끈끈한 정이,
아니 그보다 더 뜨거운 무엇인 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귀국 때 무엇보다 제일 눈물날 정도로 고마웠던 일이 있었죠.
공항 그 입국장에서(물론 어쩔수 없이 공항까지 못 나온 분들도
계셨겠지만요) 정말 4년 7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에
하나도 변함없이 그대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팬으로 남아 있는 팬들이 자리를 메워 주었잖아요.
그들을 보면서 목이 메었 다고 하더군요.
든든한 산이 있다는 표현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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폄 *채송아가 말 하는 서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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