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최악의 흑역사 중 하나는 단연 의대 교육의 막장화였다. 이런 2천공 증원 밀어부치기 행정의 후과는 국민들과 의사들 모두가 몸빵해서 감당해야 될 운명이다.
충북대 채희복 교수님께서 계속 절규하듯 논하고 계시는데, 의대 정원의 무분별한 증가로 특히 지방대 의대는 실습 교육에 전혀 답이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40여명에서 벼란간 3.5배 입학생 수가 증가한 충북의대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이 나중에 전공의 지원을 할 때의 전공의 TO는 늘리지 못한다. 교수들 수를 충분히 증원하지 않았고 병원 규모를 확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입학한 의대생들은 절대다수가 전문의 수련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즉, 지금 의대에 들어간 신입생들은 지독한 경쟁 구도 속에 학부 성적에만 신경증적인 집착을 하게 될 것이고 정상적인 윤리 교육도, 병원 실습도 받을 수 없는 신세인 것이다.
의료 시스템의 핵심은 필수의료, 응급의료, 중증의료이다. 근데 가뜩이나 위태위태하던 이 구조가 지금 얼마나 위험해지고 있는지 언론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 솔직히 얘기해서 감기 환자들 주사 놔주고 영양제 링겔 처방내고 관절염 노인들 맨날 물리치료 해주고 초음파 쇄석기 써서 통증치료하는 그런 의료는 없어도 의료 시스템이 몰락하진 않는다. 미용의료는 뭐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필수 의료, 즉 당장 손을 써야 하는 위급한 환자, 중한 환자들과 분만, 소아 질환을 담당할 의료 시스템이 무너져가는 것이다. 저것만은 국가가 나서서라도 어떻게든 잡아 나가야 하는데 지금 누가 거기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기레기들은 헛다리만 짚고 앉았다.
응급의료와 중환자 케어는 수련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감기 환자들 영양제 링겔 놔주고 교통사고 환자 가라 입원 시키고 도수치료 물리치료 처방 내는 건 수련같은 거 필요 없다. 그런데 2천공 의대 증원을 시키면서 레지던트들이 자리를 떠났고, 그들 중 복귀 안 한 인원들이 아직도 많고 중요한 건 필수 의료쪽 레지던트들이 특히 안 돌아왔다는 점이다. 무너져 가는 지방 의료는 더 말이 필요가 없다. 수련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무작위로 마구 늘려놓아서 받은 의대 신입생들은 미래에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 절대로 응급 의료나 중환자 케어로 들어갈 수가 없다. 오랜 수련이 필요한 소아과 산과 흉부외과 일반외과도 할 수 없다. 전부 감기 환자 치료 건강검진 미용의료 교통사고 통증 의료로 빠지게 돼 있다. 신입생은 마구 뽑아놨는데 그들을 가르칠 교수는 없고 실습할 공간을 만들기 위한 예산이 투입될 리는 더욱 만무하고 특히 지방 의대는 병원 병상이 늘려진 게 아니라서 임상 실습 교육을 받을 방도가 없다. 사람이 많으니 그들 중 일부는 그래도 필수과 지원을 하지 않겠냐고 생각할 것같다. 천만의 말씀이다. 필수과는 돈이 안 되기 때문에 병원들이 병상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할 리가 없고, 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소아과같은 곳은 이미 수련 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다. 이런 구조는 한번 붕괴되면, 다시 재건하기 굉장히 어렵다.
윤석열 김건희의 이천공 증원사태의 키 포인트는 "전공의 특혜"같은 데 있는 게 아니다. 그 영향은 아래와 같은 심각한 것들이다. 첫째. 필수 의료의 수련 시스템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 둘째. 서울과 지방의 병원 양극화가 더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그로 인해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의 파국은 더 빨라지고 있다.
또 한 가지 괄목할 영향이 있다. 기레기들은 물론 이런 데 관심이 없지만,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기성 의사들을 믿지 못하고 괴리감이 심해졌다는 점이다. 막연한 반발심같은 게 아니다. 의정 사태에서 내내 일손을 놓고 파업 아닌 파업을 지속한 것은 전공의들이지, 개원의들이나 큰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들이 아니었다. 교통사고 가라 환자 입원시키는 병원들은 그들 대로 열심히 돈을 벌고 있었고, 검진으로 돈 버는 병원들도 신나게 돈을 벌고 있었다. 의정사태로 인해 레지던트가 떠난 상급 종합병원들의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거기서 '떨어지는' 환자를 받는 비수련 종합 병원들 (레지던트가 없는) 은 빗자루로 줏어담듯이 돈을 버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윤석열의 충실한 하인 노릇을 한 박민수 보건부 차관이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면허 취소를 한다느니 구속을 시킨다느니 온갖 으름짱을 놓고 있는 동안, 이렇게 신나게 돈을 버느라 비명을 지르는 기성 의사들을 보며 젊은 의사들은 그들과 사이에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미 최대집이 파업을 자기 임의로 문재인 정부와 협상하면서 종료시켰을 때부터 전공의 협의회와 의협은 완전히 갈라져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의사들을 똘똘 뭉쳐서 정부와 국민의 희망에 역행하는 밉상 이익 집단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면을 가만히 보면 의사들은 엄청나게 그 속에서 분열돼 있고 2천공 의정 사태는 특히 기성/신세대 의사간의 괴리를 확고히 굳혔다. 젊은 의사들은 기존의 수련 시스템도 거부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병원 운영 방식도 거부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현상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 미지수이지만, 절대로 좋은 현상으로 귀결될 리 없다. 특히 의료 교육이란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의사 스스로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며 그 경험의 전수가 필요불가결한 분야인데, 이런 세대간 갈등이 교육상 좋은 결과로 나올 리 만무하다.
증원된 25학번 의대 신입생들은 매우, 매우 불행한 친구들이다. 정상적인 실전 교육을 받기 어렵다. 그리고 정상적인 수련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적다. 그들은 바늘귀같은 구멍을 통과하려 오로지 자기 생존만을 위해 몸부림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김건희의 2천공 정책, 그 직접 희생양들이다. 그리고 그들 세대의 모든 국민들은 간접 희생양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