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제거를 주요 작전 목표로 내세우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한 기자회견에서 "신와르를 찾아내 제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신와르 제거를 천명하면서 그를 '걸어 다니는 죽은 자'(dead man walking)라고 불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미 NBC 방송 등에 따르면 61세의 신와르는 1천4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을 숨지게 한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 공격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추적을 피해 하마스 무장세력이 무기와 전투원, 이스라엘인 인질 등을 숨기고 있는 지하터널의 미로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960년대 초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신와르는 1987년 하마스가 창설된 후 조직에 합류했다. 그는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 카삼 여단' 구축을 돕는 한편, 이스라엘에 협력한 것으로 의심되는 변절자들을 찾아내 제거하는 내부 보안조직인 '마즈드군'을 설립해 책임자를 맡으면서 '칸 유니스의 도살자'로 불리며 악명을 떨쳤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를 위해 신와르를 심문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신와르가 적의 정보원으로 의심받은 사람과 그의 동생에게 잔인한 처벌을 가한 일화를 전해 들었다고 전했다. 신와르가 하마스 조직원으로 일하던 변절자 정보원의 동생을 불러와 자기 형을 산 채로 묻게 한 뒤 숟가락을 건네주고 시신 위로 계속 흙을 퍼붓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신와르는 1989년 생매장한 이 정보원을 포함해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인 12명을 살해한 혐의로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 기간에도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히브리어를 꾸준히 공부해 15년 뒤 이스라엘 TV와 한 인터뷰에서 완벽한 히브리어를 구사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신와르는 22년의 수감생활 뒤 2011년 풀려났다. 하마스에 인질로 5년 동안 억류돼 있던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와 교환된 1천명의 팔레스타인인 포로에 포함된 것이다.
그는 2017년 비밀 투표를 통해 이스마일 하니예의 뒤를 이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출됐다. 신와르는 하니예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한 온건 성향의 파타당 및 이집트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200개의 핵탄두와 첨단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해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등의 유화적 발언을 하며, 이스라엘인들에게도 하마스와의 휴전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론 공공외교 캠페인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봉쇄를 풀도록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국경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로켓포 발사 등의 도발도 감행했다. 전쟁 전 이스라엘은 신와르를 위험한 극단주의자로 간주하면서도, 이스라엘 파괴보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통치를 공고히 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데 더 관심을 기울이는 유화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신와르의 정체에 대한 이 같은 오판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허용하는 정보 실패의 서곡이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하마스는 아랍어로 '용기'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정당이자 무장 단체로 1987년에 창당되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저항운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에서 이스라엘군과 충돌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 연합 등은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간의 평화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